‘오구 플레이 논란’ 윤이나 중징계… 반면교사 삼아야
‘오구 플레이 논란’ 윤이나 중징계… 반면교사 삼아야
  • 김상현
  • 승인 2022.08.2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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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에서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공을 치는 일명 ‘오구(誤球) 플레이’는 가벼워도 2벌타, 심각하면 대회 실격 조치까지 당할 수 있는 큰 실수다. 하지만 보기 드문 일은 아니다. 아마추어는 물론 프로도 종종 이 때문에 낭패를 겪고는 한다.

때문에 오구 플레이를 저질렀어도 최대한 빨리 정직하게 신고하면 그 경기는 망칠지언정, 그 이상의 피해는 보지 않기 마련이다. 실제로 많은 프로가 오구 플레이를 저질러 경기를 망친 적이 있다. 세계 최정상급 프로인 더스틴 존슨도 겪었던 일이다. 오구 플레이를 저지른 선수가 정직하게 신고하고, 벌타나 실격 등 대가를 치르면 이후 그를 비난할 이유는 없는 셈이다.

 

슈퍼 루키 윤이나의 오구 플레이 논란

 

하지만 최근 KLPGA에서 활약 중인 윤이나(19)는 오구 플레이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6월 16일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에 출전한 윤이나는 풀숲에 떨어진 공을 찾던 중,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공을 쳤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오구 플레이였다. 오구를 확인한 즉시 사실을 알렸다면 신고 시점에 따라 2벌타를 받거나 실격처분을 받았겠지만, 그 이상 일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스틴 존슨 같은 거물도 저지른 적 있는 실수인데 올해 막 KLPGA에 데뷔한 신인이라면 오죽하겠는가. 정직하게 자신의 실수를 신고하고 벌타나 실격처분을 받아도 한 경기를 망칠 뿐, 그 이상 큰 흠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윤이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당시 선수 본인은 물론 캐디, 코치, 부모 등도 상황을 알았을 가능성이 크지만, 누구도 상황을 바로잡으려 하지 않고 경기를 속행했다. 오구 플레이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오구 플레이 은폐’를 저지른 것이다. 이후 윤이나는 사건 후 한 달이 지난 뒤에야 이 사실을 실토했으며, 그것도 오구 플레이 은폐 사실이 알음알음 알려지며 문제가 커질 기미가 보이자 뒤늦게 신고한 것으로 여겨져 더 큰 비판을 받았다.

신고 후 윤이나는 ‘15번 홀에서 티샷이 우측으로 밀려 공을 찾던 중, 앞쪽에 있는 깊은 러프에 공이 있다는 주변의 조언에 따라 그것이 저의 공인 줄 오해하고 플레이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곧 저의 공이 아님을 알게 되었고, 처음 겪는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순간 판단이 서지 않아 결국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플레이를 이어 갔습니다. 선수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라며 사과문을 통해 용서를 구했다. 하지만 전례조차 찾기 힘든 오구 플레이 은폐 사건을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다.

 

KGA, 주최·주관 대회 3년 출전 정지 처분

 

8월 19일, 대한골프협회(KGA)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윤이나에게 대한골프협회 주최·주관 대회 3년 출전 정지 처분을 내렸다. 위원회는 윤이나 선수가 골프 규칙에 위배되는 사실을 인지하였음에도 다음 날까지 출전해 대회 질서를 문란케 한 점, 국가대표 출신으로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함에도 골프 규칙 위반을 숨기다 상당 기간 경과 후 자진 신고함으로써 골프의 근간인 신뢰를 훼손해 사회적 물의를 빚은 점을 징계 사유로 삼았다. 비록 늦게나마 스스로 신고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골프인 품위를 훼손시킨 행위’라고 보았다.

또 협회에서는 현재 활동 중인 프로 선수들과 자라나는 주니어선수들에게 ‘골프는 자신의 양심이 곧 심판이 되는 유일한 종목’임을 주지하며 골프의 기본정신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윤이나도 “스포츠공정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고 내려진 처분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대한골프협회의 징계를 수용할 뜻을 밝혔다.

 

KLPGA도 중징계 불가피

 

대한골프협회의 징계는 KLPGA의 징계와는 별개다. 출전 금지 역시 대한골프협회에서 주최하는 대회에 한정된다. 즉, 이 징계로 윤이나가 받는 불이익은 매년 1번 열리는 한국여자오픈을 세 번 나가지 못하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KLPGA도 윤이나에 대한 상벌위원회 개최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중징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연하지만, 동시에 안타까운 결과다. 윤이나는 올해 KLPGA에 데뷔 후 줄곧 화제를 모은 초대형 신인이었다. 170cm의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270m 이상의 비거리를 바탕으로 ‘장타 여왕’이라는 별칭을 손에 얻었고, 데뷔 첫해부터 KLPGA 우승컵을 차지하고 팬카페 회원 수도 단시일 내에 천 명을 돌파하는 등 명실상부한 대세로 꼽혀왔다. 하지만 오구 플레이 은폐라는 초대형 논란을 일으킨 끝에, 선수 인생을 좌우할 고비를 맞게 되었다.

 

재발 방지가 더 중요

 

물론 선수에게 가혹한 조치라고 비판할 수는 없다. 대한골프협회가 말했듯 골프는 ‘자신의 양심이 곧 심판이 되는 유일한 종목’이며, 오구 플레이 은폐는 양심이라는 심판을 속인 행위다. 중징계는 당연하고 마땅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재발 방지다. 이를 위해 단체와 선수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각 단체에서는 선수들이 고의 혹은 실수로 규정을 어기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일이 없도록 선수들을 더욱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또한, 선수 본인은 물론 선수 주변에서도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에서 윤이나 주변에서 늦지 않게 올바르게 조언하기만 했어도 사태가 커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큼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사지(四知)’, 곧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네가 안다’는 말이 있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것이다. 참으로 그러하다. 필드에서도 비밀은 없는 법이다. 골프계 모두가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어떤 경우에도 부정은 멀리하고, 실력으로 당당히 좋은 결과를 쟁취하는 자세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GJ 김상현 이미지 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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