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보험의 빛과 그림자
골프 보험의 빛과 그림자
  • 나도혜
  • 승인 2022.08.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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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높아지는 골프의 인기에 힘입어 골프 보험의 인기도 높아지는 가운데, 골프 보험 사기가 증가하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상승세 타고 있는 골프 보험

 

보험의 역사는 기원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으며, 근대적인 보험도 17~18세기부터 시작되었다. 골프 보험의 역사도 깊은 편이다. 국내에서도 1980년대에 골프 보험이 등장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먼저 골프 보험의 상승세를 살펴보자. 최근 골프 인기 상승에 힘입어 골프 보험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올해 1분기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주요 손해보험사의 골프 보험(단독상품) 판매 건수가 4,685건으로 집계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00건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삼성화재는 올해 3월까지 무려 3,417건의 골프 보험을 판매했고, 현대해상은 815건, DB손보도 453건을 판매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어려웠던 실적이다. 2018년까지만 해도 주요 손해보험 3개사의 골프 보험 판매 건수는 각사 모두 연간 1,000건 미만이었다. 1분기에 3,000건 이상 판매한 삼성화재의 실적은 당시로써는 꿈도 못 꿀 수치였다. 하지만 2019년 이후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이후 코로나 사태로 골프의 인기가 크게 높아지며 골프 보험도 날개를 달았다.

MZ세대 골프 인구가 늘고 있다는 점도 골프 보험 성장에 긍정적이다. 실제로 골프 연령층은 해마다 젊어지고 있으며, MZ세대로 대표되는 젊은 골린이들은 어느덧 골프의 인기를 떠받치는 대들보가 되고 있다. 이처럼 새로 골프에 입문한 MZ세대는 보험업계로서는 훌륭한 잠재 고객층으로 여겨지며, 실제로 골프 보험 가입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미니 보험의 성장

 

미니 보험의 성장도 주목된다. 미니 보험은 ‘소액 단기 전문 보험’을 뜻한다. 보장 범위가 좁고 가입 기간도 짧지만, 번거로운 전화 상담이나 방문 없이 온라인이나 모바일 등으로 손쉽게 가입할 수 있다. 수익성 문제로 한때 보험사들에 외면당하기도 했지만, MZ세대의 관심이 높아지며 미니 보험 시장도 점점 커지고 있다. 

가입도 쉽고, 일상적으로 흔히 겪을 수 있는 문제들에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보장 범위가 좁고 가입 기간이 짧다는 건 골프 보험처럼 원하는 분야만, 또 원하는 기간만 보장받으며 보험료를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이에 미니 보험을 향한 관심이 커지며 보험사들도 미니 보험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으며, 골프 보험도 더불어 성장하고 있다. 

골프 산업의 성장, MZ 세대로 대표되는 골린이의 대두, 미니 보험 시장의 성장이 시너지효과를 일으켜 골프 보험을 키우는 모양새다. 

현재 골프 보험은 과거부터 이어져 온 ‘홀인원 보험’은 물론, 골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손실까지 보상하는 상품이 대세다. 물론 상품에 따라 보험료도, 보장 범위도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홀인원 시 기념 식수와 캐디 축하금 등 ‘홀인원 보상’은 물론 본인의 부상, 그리고 실수로 타인에게 부상을 입혔을 때의 실손 보상, 비싼 골프용품의 손상에 대한 보상도 보장한다. 사실상 골프장에서 일어날 법한 ‘큰돈 드는 일’ 대부분이 보장되는 셈이다.

 

골프 보험 사기 문제

 

하지만 골프 보험이 성장하는 만큼, 골프 보험 사기 역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 최근에도 춘천에서 A 씨와 B 씨가 홀인원 보험 사기를 벌였다. 적발되어 벌금형을 선고받는 촌극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들은 홀인원을 기록했다며 축하 비용으로 지출했다는 허위 영수증을 만든 뒤, 이를 근거로 홀인원 보험금을 타낸 혐의를 받았다. 약식기소에서 벌금형을 받은 A 씨, B 씨 모두 혐의를 부인하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두 사람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제 골프 보험 사기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보험 사기의 특성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골프 보험 사기는 극소수가 저지르는 가벼운 일탈이 아니다. 이는 여행자 보험에 가입한 후 휴대폰 분실 등을 이유로 허위 신고를 하여 보험금을 타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개인 일상생활 속 보험 사기’로 해석된다. 매년 보험 사기 적발금액이 증가하는 등 보험 사기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개인 일상생활 전반에서 보험 사기도 늘고 있지만, 정작 관련법이 효과적으로 이를 막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되었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사실 골프 보험은 오랫동안 보험사 입장에서 ‘계륵’으로 통했다. 수익성이 높다고는 할 수 없으며, 보험 사기 또한 자주 일어났기 때문이다. 국내 골프 보험의 초창기인 1980년대부터 이미 골프 보험 사기에 대한 우려가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골프 보험 사기가 극악무도한 ‘빌런’들이 저지르는 범죄라기보다는, 보통 사람들의 도덕적 문제에서 비롯되는 ‘도덕적 해이’에 속한다는 사실도 오래전부터 지적됐다. 이런 가운데 골프 보험의 인기가 높아지면 그만큼 골프 보험 사기 문제도 더 커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그야말로 골프 보험의 ‘빛과 그림자’다.

물리법칙에 따르면 빛이 강해질수록 그림자 또한 더 짙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물리법칙과 사회현상은 다르다. 빛이 강해질수록 그림자도 짙어진다는 물리법칙을 거스를 수는 없을지 모르나, 골프 보험 사기라는 ‘사회현상’에서는 빛(순기능)은 강하게, 그림자(부작용)는 옅게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 먼저 골퍼는 자신에게 맞는 골프 보험을 찾고 가입하는 지혜와 작은 거짓도 단호히 거부하는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또 보험사와 국가는 좀 더 나은 골프 보험 상품을 개발하고 사기 범죄를 막기 위해 관련 규정이나 관련법을 만들거나 개정해야 한다. 그것이 골프 보험의 ‘빛’은 극대화하고, ‘그림자’는 줄여나갈 방법일 것이다.

 

 

GJ 나도혜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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