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인구 증가가 던진 숙제
골프 인구 증가가 던진 숙제
  • 김태연
  • 승인 2022.08.1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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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골프 인구가 일본 골프 인구를 추월했다. 이는 사상 최초이며, 특히 두 나라의 인구 차이를 고려하면 더욱 의미가 큰 결과라 할 수 있다.

 

한국 골프 인구 vs 일본 골프 인구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서 내놓은 ‘레저백서 2022’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골프 인구는 564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2019년과 비교하면 94만명이 늘어난 수치다. 반면에 일본의 골프 인구는 2020년 520만명을 기록해 전년보다 60만명이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혹은 재작년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과 일본의 골프 인구 변화 추세는 말 그대로 ‘정반대’다. 한국 골프 인구는 2009년 293만명에서 2019년에는 470만명으로 증가했고, 코로나19 사태로 인구가 더욱 상승해 지난해에는 564만명을 기록했다. 반면 일본의 골프 인구는 2009년 960만명을 기록했지만, 2020년에는 520만명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단카이 세대’(제2차 세계 대전 후 1947년부터 1949년의 베이비붐 시기 태어난 세대)가 은퇴하면서 골프에서 손을 놓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또한, 일본의 골프 인구는 1992년에 1,480만 명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전체 인구 중 골프를 치는 인구를 산정한 ‘골프 참가율’로 따지면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한국은 13세 이상 인구 중 골프참가율이 지난해 10.2%를 기록하여 2019년의 6.6%보다 3.6% 상승했다. 반면에 일본은 15세 이상 인구 중 골프참가율이 2020년 5.3%로 전년보다 0.5% 포인트 하락했다. 즉, 한국에서는 전 국민의 10%가 골프를 치지만, 일본은 전 국민의 5% 정도만 골프를 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전 인구 중 골프를 즐기는 사람의 비율로 따지면 한국이 일본보다 두 배나 높은 셈이다. 또한, 여성 골퍼의 비중도 한국은 25.5%, 일본은 19.3%를 기록하며 한국이 크게 앞섰다.

 

골프장 평균 이용횟수 비교

 

머릿수로도, 또 비율로도 한국의 골프 인구가 일본을 넘어섰다는 건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한국이 일본보다 뒤지는 부분도 있다. 바로 골프장 평균 이용횟수다. 한국의 지난해 연간 골프장 이용횟수는 8.8회를 기록했다.

이는 2019년에 비해 0.5회 늘어난 수치지만, 일본의 14.9회보다는 크게 낮다. 그나마 한국 20대 여성 골퍼의 골프장 이용횟수가 연간 16.3회를 기록하며 2019년의 1.3회보다 무려 15.0회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 해외여행이 제한되며 여성들이 경치도 좋고 사진 찍기도 좋은 골프장을 자주 찾은 결과로 해석되었다.

대체 왜 한국의 골프장 평균 이용횟수가 일본에 비해 크게 뒤처질까. 레저산업연구소에서는 두 가지 이유를 꼽고 있다. 바로 골프장 부족과 비싼 그린피다. 

특히 두 나라의 그린피 차이가 크다. 한국 대중골프장의 주중 그린피는 올해 5월 기준 17만 3,500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일본 골프장의 주중 그린피 5만 5,400원(5월 평균 환율 985.49원/100엔 기준)보다 3.1배나 비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그린피 인상률을 비교하면 차이가 더욱 벌어진다. 이 시기 한국 대중골프장의 주중 그린피는 2년 동안 29.3% 올랐지만, 일본 골프장은 2.0% 인상에 그쳤다. 어떤 논리로도 한국 쪽의 요금 상승률이 열 배가 넘고, 요금이 3배 이상 비싸다는 건 긍정적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물가도, 국민소득도 일본 쪽이 더 높은데 골프장 물가만은 한국이 일본을 가볍게 뛰어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 가장 비싼 도쿄의 그린피도 올해 5월 기준 1만 5,342엔(약 15만 1000원)으로 한국 수도권 대중제의 평균 그린피 19만 8,900원과 비교하면 5만 원 가까이 저렴하며, 셀프 플레이가 일반화된 일본 골프의 특성상 부대 비용까지 합치면 가격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일본에서는 캐디 동반 시 캐디피가 1인당 3천엔 수준이며, 카트피는 거의 받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골프 인기는 상승세, 일본에서는 하락세임을 고려해도 한국의 골프 물가가 일본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든 이유다.

 

기대 그리고 우려

 

한국 골프 인구가 일본을 추월했다는 건 분명 반가운 뉴스이다. 한일전에서 일본을 이겼기 때문인 것만은 아니다. 일본 인구의 절반도 안 되는 한국이 골프 인구수와 골프 인구 비율 모두 일본을 넘어섰다는 건, 그만큼 한국의 드높은 골프 인기와 위상을 잘 보여 준 결과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 인구 중 여성과 젊은 세대의 비율이 높아 앞으로도 꾸준한 상승세가 기대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한국의 그린피 등 골프장 비용이 일본보다 크게 앞선다는 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두 나라의 골프 인기나 여건 차이 등을 고려해도 한국 그린피가 일본의 몇 배나 비싸고, 인상률까지 높은 건 비판의 소지가 크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한일전 승리’는 축하할 뉴스이자 ‘지나치게 높은 그린피와 부족한 골프장 공급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숙제도 함께 던져준 셈이다. 한국 골프계가 이 어려운 숙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또 풀어낼지 주목된다.

 

 

GJ 김태연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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