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하는 골프장 몸값의 아이러니
상승하는 골프장 몸값의 아이러니
  • 김상현
  • 승인 2022.08.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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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침체 속에서 나 홀로 상승세를 기록 중인 곳이 있다. 바로 골프장이다. 최근 골프장 시세를 살펴보면 ‘부동산 침체’라는 표현이 무색해진다.

 

현재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전반적으로 침체기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전히 기대 속에 잘 팔리는 상품도 있고, 시세 차익을 누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속에서 코인, 주식 등과 함께 가치가 치솟았던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현재 코인, 주식과 함께 전반적으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지금의 침체기가 일시적인 현상인지, 혹은 말 그대로 ‘거품’이 꺼지는 현상인지는 이론이 분분하지만,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 침체가 쉽사리 끝나지 않으리라는 의견이 대세다.

그런데 부동산 침체 속에서 나 홀로 상승세를 기록 중인 곳이 있다. 바로 골프장이다. 최근 골프장 시세를 살펴보면 ‘부동산 침체’라는 표현이 무색해진다. 역대 최고의 가격을 기록한 상품이 나오는가 하면, 골프장 개발도 계속되고 있다. 침체 속에 거래량과 가격 하락, 개발 중단과 축소 등이 일상인 다른 곳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인다.

 

잭니클라우스GC 인수전

 

최근 포스코의 승리로 끝난 인천 송도의 잭니클라우스GC 인수전은 현재 골프장의 상승세와 그로 인해 불거진 ‘쩐의 전쟁’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잭니클라우스GC 매각은 인수예정자와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한 후, 이후 공개 입찰을 통해 인수자를 최종적으로 확정하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즉,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다고 해도, 또 다른 인수예정자 측에서 우선협상대상자와 같거나 그 이상의 조건을 제시하면 인수권을 자신에게 돌릴 수 있었다. 실제로 잭니클라우스GC 인수자가 확정되기 직전까지 가장 유력한 후보는 포스코가 아닌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칸서스자산운용이었다. 당시 칸서스자산운용은 잭니클라우스GC 인수를 위해 3,000억원 가량의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후의 순간 포스코 그룹이 당초 예상보다 500억원 가량을 올리며 베팅했고, 결국 최종 승자가 되었다. 

이 ‘쩐의 전쟁’은 여러모로 화제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우선 골프장 몸값이 역대 최고였다. 이전에는 국내 골프장에서 1홀에 100억원을 넘어선 거래가 없었다. 올해 4월 클럽모우CC가 홀당 95억원의 가격으로 시장에 나왔을 때도 ‘역대 최고 수준’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잭니클라우스GC 인수전의 승자가 된 포스코가 지급한 금액은 홀당 16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 등을 고려하면, 홀당 170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홀당 100억원만 찍어도 역대 최고 소리를 들을 판에, 160~170억의 거래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 수준이다.

 

최고 몸값의 가치

 

그렇다면 잭니클라우스GC는 역대 최고 수준의 몸값을 할 수 있을까? 수도권 인근에 위치한 명품 골프장이라 가치가 높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포스코는 잭니클라우스GC 인수 후 한 언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현재 수도권 명품 골프장들의 몸값을 고려하면 자신들이 결코 무리한 투자를 한 게 아니라는 점. 또 골프장 운영 경험을 쌓은 포스코의 역량을 바탕으로 수익 개선을 이뤄낼 수 있다는 점, 포스코에서 주도하는 송도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서 해당 투자의 가치가 높다는 점 등을 언급하며 결코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포스코의 잭니클라우스GC 인수를 둘러싼 우려 섞인 시선도 적지 않다. 먼저 잭니클라우스GC는 분명 명품 골프장이지만, 매년 100억원 정도의 적자를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흑자도 아닌 적자 골프장을 역대 최고액으로 샀으니 지나치게 위험 부담이 높은 투자라는 우려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포스코에서 운영 개선 등으로 수익을 낼 것 자신하고 있다는 점, 나아가 골프장 하나만 보고 투자한 게 아니라 자사에서 계획 중인 대규모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투자를 하였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당장 이를 비판하기는 어렵다.

 

골프장 몸값 상승에 대한 우려의 시선

 

문제는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나 홀로 상승하는 골프장 몸값이 ‘거품’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골프장의 몸값이 치솟는 주된 이유는 무엇보다 골프장이 ‘코로나 호황’의 최대 수혜자이기 때문이다. 즉, 지금의 상승세가 유지되려면 ‘코로나 호황’ 수준의 호황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2020~2021년 골프장이 누린 호황이 말 그대로 ‘역대급’임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그 수준의 호황을 유지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특히 코로나 사태가 수그러지며 해외여행 등으로 여가 수요가 나뉠 뿐만 아니라, 골프장 수요 역시 해외 골프로 꽤 빠져나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도 변수다. 치솟는 골프장 몸값을 시장에서 감당치 못하는 순간, 순식간에 거품이 꺼지며 큰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골프장 몸값 상승이 이용객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비싼 값에 골프장을 인수한 업체가 그 지출을 이용자에게 전가한다면, 가뜩이나 그린피나 각종 부대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며 비판받는 골프장 요금이 더욱 오를 가능성이 있다. 골프장 몸값이 치솟는데 정작 종목 상승세는 둔화되고, 요금이 지나치게 올라 결국 이용객이 외면해 한순간에 거품이 꺼지고 엄청난 피해를 일으키는 ‘최악의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닌 셈이다.

물론 지금의 골프장 상승세를 무조건 나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현재 골프장 시장이 정말 거품이거나, 혹은 거품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면 늦기 전에 시장을 안정시키고 천천히 거품을 뺄 필요가 있다. 어떤 시장이든 커질 대로 커진 거품이 한순간에 꺼지면 엄청난 피해와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모두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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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국 2022-08-12 08:12:24
그린피나 현실화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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