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환경 눈높이와 골프장
높아지는 환경 눈높이와 골프장
  • 김태연
  • 승인 2022.08.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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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문제가 커지는 만큼 환경 보호의 중요성도 나날이 커지고 있으며, 골프계도 이러한 대세에 합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환경 보호보다 개발이 훨씬 중요하다’, ‘지구 온난화로 말미암은 기후변화는 거짓이거나 위험이 과장되어 있다’ 과거 적지 않은 사람이 믿었지만, 더는 통용되지 않는 논리들이다. 현재 환경 문제는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으며, 이는 몇몇 환경 단체의 소수 의견이 아니다. 대한민국, 나아가 국제적으로 널리 인정받는 ‘주류 의견’이다. 

환경 파괴로 말미암은 지구온난화, 기후 변화 등의 문제를 경시하기에는 부작용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전 세계가 가뭄과 이상고온으로 신음하고 있다. 인도는 늦봄부터 50도를 넘나드는 이상고온이 발생하고 미국은 역대급 가뭄으로 후버댐이 바닥을 보이는 등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앞으로도 큰 피해가 예측되고 있다. 한국 또한 이상고온 및 가뭄 피해가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는 등, 환경 문제를 결코 ‘남 일’ 취급할 수 없다.

 

커지는 환경 보호의 중요성

 

환경 문제가 커지는 만큼 환경 보호의 중요성도 나날이 커지고 있으며, 골프계도 이러한 대세에 합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업종을 불문하고 환경을 무시하면 작게는 비난을 당하고, 크게는 어떤 형태로든 대가를 치르기 때문이다. 그 대가가 이미지 악화든, 공권력의 철퇴든, 혹은 환경 파괴로 인한 각종 악영향이든 말이다. 

최근 골프장의 환경 파괴 논란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물론 논란을 일으킨 골프장이 잘못한 것도 있지만, 나날이 심각해지는 환경 문제로 이 문제를 바라보는 대중들, 그리고 국가의 눈높이가 높아진 것 또한 사실이다. 최근 골프장에서 불거진 환경 논란은 무엇이 있으며,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지 짚어보자.

 

국립환경과학원 전국오염원조사 보고서

 

6월 국립환경과학원은 작년의 수질오염원을 분석한 ‘전국오염원조사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폐수배출업체 5만 4천 870곳에서 발생하는 폐수는 하루 484만 2천t, 2019년(하루 475만 5천t)보다는 8만 7천t 늘었고 10년 전인 2010년(하루 522만 9천t)과 비교하면 38만 7천t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몇몇 언론에서 보고서의 ‘기타 수질오염원’에 속하는 골프장에 주목했다. 전반적인 수질오염원의 숫자는 감소 추세인데, 골프장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약 57%나 증가할 만큼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물론 해당 보고서에서 이야기하는 건 골프장의 숫자가 늘었다는 것이지, 특별히 잘못했다는 건 아니다. 골프장 숫자가 늘어난 건 골프 붐 덕분이고, 아직 골프장 폐수가 국내 수질오염에 대단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골프장의 숫자가 늘어난 만큼 골프장에서 내보내는 배출하는 폐수도 늘어난 건 분명한 사실이며, 골프장을 향한 감시 또한 더욱 엄격해질 가능성 역시 크다고 할 수 있다.

 

부산시 내 골프장 환경 관리실태 특정감사

 

같은 달 부산에서는 시 감사위원회가 부산시 내 10개 골프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환경 관리실태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

금정구는 2017년 상수원보호구역 내 위치한 A 골프장에 지하수 2개공 637㎥/일의 개발을 허가했고, 이후 해당 골프장은 상수도 대신 지하수를 사용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7억 9,5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했고, 부산시는 재원 손실과 상수원 고갈, 수질오염 등의 피해를 입었다. 또 기장군과 강서구에서는 골프장 6곳이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보다 6,444㎥/일 만큼 지하수를 더 많이 개발하고 이용했음에도 협의를 지키지 않은 데 대한 조치명령이 내려지지 않는 등 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장 관리가 소홀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목폐기물·잔디예지물 등 사업장폐기물 신고 누락, 폐기물 보관기간 경과, 보관표지판 미설치, 폐기물 부적정 처리 등 폐기물 처리기준 및 절차를 어겼음에도 적절한 조처를 하거나 점검을 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되었다.

이 사실을 확인한 감사위원회는 해당 구·군에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미이행 골프장에 대한 이행 명령 조치를 통보했으며, 각종 위반사항에 대해 고발 및 과태료를 처분토록 하는 등 5건의 위법 및 부당사항을 통보했다. 또한, 이 사건들에 관련된 공무원들의 신분상 조치도 함께 요구했다.

 

충남 홍성 골프장 조성 반대운동

 

같은 달 충남 홍성에서는 환경 논란 등으로 골프장 조성 사업이 좌초했다. 본래 홍성은 B 사 주도하에 올 상반기 중 군관리계획(안)을 작성해 골프장 조성을 제안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상지에 속한 인근 일부 주민, 또 환경단체 등이 골프장 조성 반대운동을 전개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무엇보다 지하수 고갈, 수달과 삵 등이 거주하여 환경적으로 가치가 큰 홍성 호천저수지에 대한 피해 우려, 홍성 유기농 특구 이미지 훼손 우려 등 여러 환경 논란들이 크게 불거졌다. 결국, B 사는 사업상 부담 및 토지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환경 논란 때문에 골프장 사업이 무산된 셈이다.

 

문제의 심각성

 

최근 불거진 골프장 환경 논란만 살펴봐도, 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할 수 있다. 무엇보다 환경 문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높이가 점점 높아지고 있고, 그만큼 환경 보호에 대한 눈높이 역시 점점 높아지고 있다. 당연히 골프장도 예외는 아니다. 당장 충남 홍성 골프장 조성 사업이 좌초할 때 다른 무엇보다 ‘환경 논리’가 큰 힘을 발휘했다는 게 이를 증명한다.

물론 대한민국 골프장도 점점 친환경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하지만 천천히 친환경 행보를 걷는 것으로는 최근 급변하는 환경 문제와 그만큼 빠르게 높아지는 환경 눈높이에 대처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제 골프장도 좀 더 적극적인 ‘친환경 행보’에 나서야 할 때가 아닐까.

 

 

GJ 김태연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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