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와 병역특례
프로골퍼와 병역특례
  • 김태연
  • 승인 2022.06.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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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타의 병역의무와 특례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BTS 신드롬과 함께 이슈가 되고 있는 한류 스타의 병역특례와 더불어 골프 등 스포츠 스타의 병역특례 문제에 대해 주목해보자.

 

BTS 신드롬과 병역의 의무

 

코로나 팬데믹으로 데뷔 8주년이었던 지난해 온라인 스트리밍 방식으로 진행된 BTS의 팬미팅 공연은 총 195개 국가에서 이틀간 133만명이 시청을 했다. 올 4월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2주간 열린 메가 이벤트 ‘더 시티’는 도시 전체를 BTS로 들썩이게 했으며 방탄소년단의 팬클럽인 아미뿐만 아니라 관광객과 시민들까지 더해져 겜블의 도시라는 라스베이거스를 BTS CITY로 탈바꿈시켰다. 

BTS의 히트곡 ‘Dynamite’와 ‘Butter’에 맞춰 펼쳐진 벨라지오 분수쇼에만 20만명이 모였으며 BTS 한식 코스를 즐긴 사람만 1만명이 넘었다고 한다. 이렇게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HOT 100에 6곡이 1위를 차지하고 음반업계 최고 권위인 그래미상 후보에 오르며 대한민국 음악 예술의 위상을 높였더라도 BTS 멤버는 병역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현재는 스포츠와 순수예술만 병역특례 대상이기 때문이다.

 

스포츠 선수의 병역특례

 

스포츠에 있어서도 모두가 병역의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973년 병역법에 따라 국제대회에서 입상한 운동선수들에게 병역특례를 주는 제도가 시행되었으며 여러 논란이 있어 1990년 이후부터는 올림픽 3위 이내, 아시안게임 1위로 대상이 축소되었다. 

예술, 체육 분야에서 특기를 가진 사람이라면 대통령령으로 정한 병역법에 따라 국내 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 국제대회가 없는 경우에는 1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분야에서 5년 이상 국가무형문화재 전수교육을 받은 사람도 포함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병역특례에 대한 혜택과 논란

 

병역특례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물론 군 복무를 완전히 면제하는 것은 아니며 4주간의 기초 군사훈련을 해야 하며 2년 10개월의 대체 복무 기간 동안 예술과 체육 특기를 활용하여 사회 공헌 활동을 해야 한다. 

선수로, 지도자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20대에 군 복무를 하지 않고 예술과 체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혜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모든 선수들이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며 특히 단체 스포츠의 경우에는 후보 선수에게까지 이런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야구나 축구의 경우 대표팀 선발에서부터 실력이 인증되지 않은 선수가 포함되거나 병역특례 혜택을 주기 위해 선발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으며, 순수예술이 아닌 대중예술로도 확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실 국위 선양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국민이 동의한다면 올림픽에서 4위를 했더라도 혜택을 줄 수는 있다. 일례로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4강에 진출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성적과 2006년 한국 야구대표팀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 4강 진출로 월드컵 축구대회 16강, WBC 4위까지 병역특례 대상에 추가되도록 법 개정이 이루어졌었다. 그러나 특혜 논란과 혜택 남발이라는 여론에 의해 2007년 이 조항은 삭제되었다.

 

골프 선수와 병역특례

 

한국 골프는 남자 선수들보다 여자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더 위상을 높이고 있다. 올해 치러지는 LPGA 대회는 총 34개이며 이미 지난 3월에 열린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고진영(26)이 우승을 차지했다. 

작년 10월에 열린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에서 임성재(24)가 우승을 했지만, 남자골프 선수들의 우승 소식은 여자 선수들에 비해 간간이 들려올 뿐이다. 사실 PGA든 KPGA든 우승을 한다고 해서 병역특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대회에서의 우승은 선수 자신의 노력에 대한 대가이며 우승상금은 보너스인 셈이다. 

남자골프 선수들이 병역특례를 노릴 수 있는 방법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아이러니

 

실제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골프는 많은 메달을 거머쥐었다.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에서는 단체전 은메달을 따냈으며 1986년 서울에서는 단체전 우승과 개인전 은메달까지 따냈다. 

2006년 카타르 도하, 2010년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연속으로 남녀 모두 단체전과 개인전 우승을 이뤄냈으며 이때 메달리스트였던 김경태(35), 강성훈(34), 김도훈(33)은 국내외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당시 이들은 병역특례 혜택을 받았으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하면 국내 프로 무대 정회원 자격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과거 모든 남자 아마추어 골프 선수들에게는 꿈의 대회가 아시안게임이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경우 프로 선수의 출전이 가능해지면서 남자골프 세계랭킹에 따라 임성재와 김시우(26)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포함됐었지만, 코로나 재확산과 상하이 전면 봉쇄 장기화로 인해 대회가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두 선수의 출전이 불투명해졌다. 두 선수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통해 꿈(?)에 그리던 병역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병역 논란의 중심이 된 선수

 

2013년 미국 영주권을 얻고 병무청을 통해 국외여행 기간을 연장하면서 해외 투어에 참가했던 배상문(35)은 2014년 말 국외여행 기간 연장을 불허한다는 병무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었다. 기량이나 감각이 최상의 상태였기 때문에 입대를 연기해 달라는 것일 뿐 병역 기피나 입대 거부가 아니라고 했지만 “프레지던츠컵과 2016년 리우 올림픽에 출전해 국위 선양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그의 호소는 병역특례 문제에 기름을 붓는 꼴이었다. 

어느 20대의 젊음이 특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많은 젊은이가 자신의 가장 화려한 20대에 꿈과 열정을 잠시 접어두고 입대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의 요구대로 해야 한다면 BTS에게 병역특례를 줘야 하는 것도 따지고 말고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스포츠 선수든 예술인이든 누구의 강요로 하는 것이 아니며 본인의 의지로 선택한 직업이다. 다른 영역에서 일하는 또래보다도 더 많은 수입을 올리면서도 자신의 기량이 최고 상태이기 때문에 입대를 연기해달라고 하는 이율배반적인 요구는 설득력을 얻기 어려웠다. 

결국, 배상문은 현역 입대를 선택하고 주어진 국방의 의무를 마친 후 전역했지만 다소 부진한 성적을 보이다가 최근 PGA 투어 푸에르토리코 오픈에서 공동 50위, 2부 투어인 콘페리 투어 시몬스뱅크 오픈에서 공동 8위로 가능성을 보였다.

 

병역특례의 아이러니

 

일부 연예인이나 고위층 자녀, 스포츠 선수, 예술인 등이 병역특례 업체와 담합한 것이 적발되어 현역병이나 공익근무요원으로 재복무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일례로 가수 싸이(박재상·44)도 방위 산업체에서 대체 복무를 하고 비리 문제가 터져 현역으로 재입대 했었다. 그렇기에 대중예술에서도 국위 선양을 한 예술인에게는 병역특혜를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것이며 대체복무제도에 대한 논쟁도 뜨겁다. 

골프 선수의 병역 문제 또한 단순하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많은 토론과 공청회 등을 거쳐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서 더 이상 이런 문제로 다툼이 발생하는 일을 막아야 할 것이다. ‘Winner takes it all(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한다)’는 스웨덴 출신 그룹 ’아바‘의 노래 제목이지만 스포츠에서도 많이 회자되던 말이다. 

그러나, 문화와 사고방식이 시대에 따라 달라지듯이 스포츠에서도 더 이상 승자독식의 시대는 지났다. 패자에게도 아낌없이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동메달을 따고도 기쁘게 웃는 선수들이 있고, 메달의 색깔뿐만 아니라 땀과 노력에 응원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이런 가능성 있는 선수에게 군 복무를 대신할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제도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GJ 김태연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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