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대회 갤러리는 들러리가 아니다
골프대회 갤러리는 들러리가 아니다
  • 박한호
  • 승인 2022.06.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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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각종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이 완화되면서 그동안 제한되었던 골프대회 갤러리 입장이 가능해졌다. 골프장에 온 갤러리들에게 ‘하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해줄까?’ 하는 고민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긴 코로나 상황 속에서 사회 모든 분야가 침체되고 어려움을 겪었지만, 골프 인구만은 엄청나게 늘어났다. 골프를 취미로 하는 사람이 500만명, 연간 골프장 내장객은 5,0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 어떤 운동경기보다 월등히 많은 숫자다. 최근 각종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이 완화되면서 그동안 제한되었던 골프대회의 갤러리 입장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끓어 오른 골프 열기를 더 받쳐줄 것 같다.

 

골프대회와 갤러리

 

골프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도 지난 2년여 동안 갤러리들의 환호와 함성이 아쉽고 그리웠다고 말해왔다. 운동선수들은 시합을 하며 관중들의 박수와 환호성이 큰 힘이 되고 그 응원으로 기를 받아 더 좋은 기량을 발휘한다고 한다. 

그러기에 대다수 운동경기에서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관중을 리드하는 응원단장이나 치어리더들을 앞세워 보다 큰 환호와 함성을 유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종목 특성상 골프는 그렇게 조직적 응원이나 함성을 마음껏 지를 수 없다. 선수들이 샷을 할 때는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할 정도로 정숙하게 있어야 하고, 재채기가 나와도 입을 틀어막고 억지로 참아야만 하는 것이 골프대회 갤러리다. 갤러리의 소음으로 본인의 스윙에 지장이 있었다고 손가락 욕을 해 징계를 받은 선수가 있었듯 골프는 예민한 운동임에는 틀림없다. 

좋은 스윙을 영상으로 담으려는 갤러리들에게 촬영을 못 하게 하고, 한참이나 떨어진 곳에서조차 시야를 어지럽힌다고 맘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제지하기도 한다. 이렇듯 골프대회 갤러리는 행동에 많은 제약을 받지만 그런 것을 감수하면서도 대회장을 찾아간다. 그만큼 골프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프로골퍼의 조건

 

연예인이든 운동선수든 팬이 없다면 그들의 존재감도 많이 떨어질 것이다. 몇 년 전 당시 잘 나가던 여자골프선수가 우승권에서 경쟁하다 티샷이 트러블 지역으로 들어간 일이 있었다. 

많은 팬들이 걱정스런 마음에 주변으로 가 쳐다보며 수군거리자 그 선수가 “저 사람들 좀 치워 달라”며 대회 관계자에게 신경질적으로 어필하는 말을 해 아연실색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 선수는 코로나 상황으로 갤러리의 입장이 제한되자 제일 먼저 갤러리들의 박수와 함성이 없어 기운이 안 난다는 인터뷰를 하며 ‘많은 분이 다시금 시합을 보러 골프장을 찾는 시기가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갤러리가 있으면 그들의 웅성거림으로 인해 자기의 스윙에 지장이 있으니 ‘치워 달라’며 막말하고, 없으면 ‘그들의 환호가 그립다’고 하는 이중적 태도가 영 못마땅했다. 골프대회 갤러리는 자기의 기분에 따라 필요하고 때론 귀찮은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닌지, 그저 조용히 숨죽이고 있다가 ‘굿샷’ 소리와 박수만을 쳐주는 기계적인 역할이기를 바라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기도 했다. 

골프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취미로 골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직업으로 하는 것이다. 야박하게 말하면 상금을 얻기 위해 시합에 참가하고 갤러리는 그 상금을 누가 많이 가져가는가를 보며 응원하는 것이다. 우승한 선수에게 음료수 한잔 얻어먹는 것도 아니지만 골프가 좋고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라며 뙤약볕 아래서 박수를 치고 환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프로골프 선수들도 마음 깊이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대회를 주관하는 협회나 후원사 측에서도 골프장에 온 갤러리들에게 ‘하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해줄까?’ 하는 고민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난 5월 초, KPGA와 KLPGA 두 대회가 동시에 개최되었었다. 마침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는 연휴를 포함해 치러지는 골프대회니 만큼 조금만 신경을 썼다면 좋은 이벤트나 의미 있는 행사를 할 수 있었을 텐데 전혀 그런 소식은 접할 수 없어 안타까웠다. 하지만 같은 날 야구나 축구 경기장에서는 선수들이 입장한 어린이들과 같이 호흡을 하며 각종 놀이와 게임을 하는 등 여러 가지 이벤트 행사로 흥을 돋워 골프대회와 비교가 되었다. 

금년도 KLPGA 투어는 34개 대회에 총상금 300억 내외, KPGA 코리안 투어는 24개 대회에 200억 내외가 된다.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총상금이 10억을 넘지 않으면 주요대회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우리나라 프로골프대회 규모도 커졌다. 이러한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프로 선수들이나 관련 단체들도 과거와는 조금 다른 마음으로 대회를 기획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날 치러진 대회 때 비교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본선 시작 전에 어린이 퍼팅대회나 초등학생 장타대회 같은 이벤트 행사를 개최했으면 어땠을까? 예쁜 캐릭터 포토존을 만들어 선수들과 같이 사진 촬영을 하며 팬들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기회를 만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이런 행사를 통해 어린이들이 보다 친숙하게 골프에 다가갈 수 있게 하고, 꿈나무 골프 선수들에게는 큰 프로 대회에서 나름의 기량을 겨루어 보았다는 추억을 남겨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대회 규모와 상금만을 중요시하지 말고 골프 팬들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가는 행사를 곁들인다면 지금보다 더 골프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어렵게 골프대회에 찾아간 갤러리들은 입 딱 다물고 숨죽이고 있다가 선수들에게 환호나 보내는 박수 부대가 아니라 골프를 사랑하고 선수들을 사랑하는 찐 팬이란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앞으로는 골프대회가 선수와 협회, 그리고 후원사! 그들만의 잔치가 아닌 골프를 사랑하는 모두의 축제 마당으로 발전해나갔으면 좋겠다.

 

 

GJ 박한호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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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6 06:38:10
짱뚱어 한건했네

갤러그 2022-07-10 17:37:41
저 사람들 치워달라? 누굴기나~ ~j모 프로인가?

로저 2022-06-10 06:40:27
훌륭한 기사입니다~^^

겔러리 2022-06-02 17:06:37
김비오 손가락욕은 지금도 소름끼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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