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골프장 워터 해저드 사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되나
순천 골프장 워터 해저드 사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되나
  • 김상현
  • 승인 2022.05.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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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의 A골프장에서 한 이용객이 워터 해저드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경찰이 이 사건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며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사건은 4월 27일 순천의 A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던 B(52)씨가 3m 깊이의 워터 해저드에 빠져 숨지면서 시작되었다. 사고 당시 피해자는 여성 일행 3명과 함께 골프를 치던 중 워터 해저드로 혼자 이동했으며, 다른 일행과 캐디는 3~40m 떨어진 곳에 있었다. 홀로 공을 찾던 B씨가 워터 해저드에 빠졌고, 이를 발견한 일행과 캐디가 구명 튜브를 던지는 등 구조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후 119구조대가 출동하여 병원에 옮겨졌지만 결국 B씨는 숨을 거두었다. 이후 5월 10일, 이 사건을 수사하던 전남경찰청은 본 사건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며 논란이 커졌다.

 

중대재해처벌법. 이전까지 골프장 사고에서는 한 번도 적용된 적 없던 규정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무엇이며, 이 규정이 적용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중대재해처벌법은 2021년 1월 공포되었고, 공포 후 1년이 지난 2022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개인사업자 또는 상시 근로자가 50명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은 공포 후 3년 뒤인 2024년부터 시행된다. 이 법은 안전ㆍ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하여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을 대상으로 더욱 강력한 처벌 규정을 만듬으로써 각종 재해를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근로자가 피해를 보는 ‘중대산업피해’는 물론, 시민이 피해를 보는 ‘중대시민재해’도 이 법이 적용될 수 있다.

 

이번 순천 A골프장 워터 해저드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대상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 법에서 말하는 중대시민재해는 공중이용시설이나 공중교통수단에서 설치·관리상의 결함 등으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일컫는다. 경찰은 해당 골프장이 공중이용시설에 속하며, 사망자가 발생하였으니 이 사건을 ‘중대시민재해’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확정된 사항은 아니다. 아직 중대재해처벌법에서 말하는 중대시민재해로 인한 처벌 사례는 없다. 이번 사건이 중대시민재해로 해석되면, 법 시행 후 전국에서 첫 번째 사례가 될 전망이다. 즉 전례나 판례가 없는 경우라, 경찰과 피의자 모두에게 낯선 케이스일 수밖에 없다. 다만 경찰 관계자가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해 전남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에서 직접 수사할 방침”라고 언론에 밝힐 만큼, 이 사건을 ‘중대 사건’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따라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점쳐진다.

문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면 형량이 예전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에도 골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처벌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기존에는 최대 5년 이하의 징역형까지 선고될 수 있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되었다. 반면에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면 1년 이상 30년 이하 유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여기에 업무상 과실치사혐의가 더해지면 최대 징역 35년까지 선고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면, 이론적으로 형량이 기존의 7배까지 높아질 수 있는 셈이다.

 

사망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을 묻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책임자에 대한 처벌 기준은 타당하고, 논리적이어야 한다. 특히나 이번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강력한 규정이 골프장에 적용되는 첫 번째 사례가 될 수 있으니만큼, 적절한 선례를 남기기 위해서라도 공정한 법 적용이 필요하다.

과연 이번 사건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수 있을까? 법적으로 쟁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해당 사건이 일어난 골프장이 ‘공중이용시설’에 포함되느냐, 그리고 해당 사건에서 골프장의 안전관리 소홀 등 골프장과 관리자에게 직접적인 책임이 있느냐다. 이 중 후자, 곧 골프장의 안전관리 소홀은 이미 여러 문제가 드러난 상황으로 보인다. 사고가 난 워터 해저드 주변에 추락 위험을 알리는 안내판이나 펜스 등이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골프장이 공중이용시설에 속하느냐의 여부는 논란의 소지가 크다. 해석에 따라서 그렇다고 볼 수도, 아니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순천 A골프장 사고가 골프장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첫 번째 사례가 될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골프장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남 일’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졌다. 논란이 커지면서 이미 몇몇 골프장이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고자 ‘각서’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용자에게 안전수칙을 담은 안내문을 배부한 뒤 '수칙을 숙지했다'는 서명을 받음으로써 자신들이 사고예방 의무를 다했음을 입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만으로는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고, 보다 실질적인 사고 예방 조처를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 사고가 법적으로 어떻게 결론 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책임자가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 그리고 이번 사고와 법적 논란이 골프장의 안전 문제에 다시 한 번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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