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카트 운영은 여객 운송업이 아니다'라는 판결이 주는 교훈
'골프장 카트 운영은 여객 운송업이 아니다'라는 판결이 주는 교훈
  • 김상현
  • 승인 2022.05.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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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골프장에서 골프 카트는 필수품에 가깝다. 골프장의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18홀 기준 골프코스 거리는 7,000야드, 약 6.4km다. 또한, 홀 간 이동거리까지 포함하면 8,000야드, 약 7.3km까지 거리가 늘어날 수도 있다. 작정하고 걷기 운동을 할 게 아니라면 걸어 다니기에는 부담스러운 거리다. 카트가 필수품으로 꼽히는 이유다.

 

그렇다면 골프장의 카트 운용은 법적으로 어떻게 해석될까? 골프장 영업하는 과정에 포함된 단순 용역이라 볼 수도 있고, 혹은 사람을 태워 나른다는 점을 근거로 여객업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는 의외로 복잡한 문제다. 어느 쪽으로 보느냐에 따라, 골프장이나 카트 운영사가 내는 세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골프 카트를 둘러싼 소송이 언론에서 주목받았다. 이 소송은 골프장 운영사 및 카트 운영 위탁사 27곳이 관할 세무서 23곳을 상대로 부가가치세 정정 요청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요구하며 시작되었다. 세무서들이 골프장 운영사 및 카트 운영 위탁사를 대상으로 2015~2019년까지 부가가치세를 부과한 데 대해 불복한 것이다.

부가가치세는 ‘상품(재화)의 거래나 서비스(용역)의 제공과정에서 얻어지는 부가가치(이윤)에 대하여 과세하는 세금’으로 정의된다. 이에 A사 등 골프장 운영사와 카트 운영 위탁사들은 자사의 용역이 ‘여객운송용역’에 해당한다며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현행법상 여객운송용역은 ‘사람을 일정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운송하여 주는 용역’을 뜻한다. 즉 골프 카트를 운용하는 것 역시 여객운송용역이라고 주장할 만한 근거는 있는 셈이다. 분명 카트는 사람을 태워서 운송할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객운송용역은 부가가치세가 면제된다’는 규정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객운송용역에 속한다고 꼭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건 아니다. ‘항공기, 고속버스, 전세버스, 택시, 특수자동차 또는 특종선박처럼 일반 대중교통수단이 아닌 특수교통수단에 의한 여객운송용역은 용역의 공급에 대한 부가가치세가 면제되지 아니한다’ ‘시내버스, 시외버스 또는 일반 여객선의 경우와 같이 일반 대중이 생활을 영위함에 있어서 필수적으로 이용하여야 할 통상적인 교통수단에 의한 여객운송용역에 대하여는 용역의 공급에 대한 부가가치세가 면제된다’는 규정도 있기 때문이다.

 

A사 등은 골프 카트는 골프장 이용객이 이용하는 여객운송수단이며, 과세 대상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하여 면세를 요구했다. A사 등은 먼저 세무 당국 측에 낸 세금을 돌려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부당했고, 이에 조세심판원에 과세가 부당하다는 이유로 심판 청구를 냈지만 역시 기각되었다.

통상적으로 조세 불복을 하려면 먼저 해당 기관에 시정을 요구하고, 그다음에는 조세심판을 마지막으로 행정소송을 통해 조세 불복을 할 수 있다. 물론 과세 당국이나 심판원, 재판부 등이 해당 과세분이 위법한 처분이었다고 인정해야 세금을 내지 않거나 낸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A사 등은 조세심판까지 기각당한 상황에서 행정소송을 통해 다시 한 번 조세 불복을 시도했지만, 이 또한 실패했다.

 

본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A사 등의 주장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A사 등)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먼저 “이 사건 용역은 단순히 여객을 운송하고 그 운임을 받은 것이 아니라, 그 실질이 '골프장 이용객들의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코스 내 이동의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전체적으로 골프장 운영업에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보았다. 또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인 '여객 운송 용역'으로 보려면 그 내용이 단순히 여객의 장소 이동을 담당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일반적으로 교통편의를 증진하는 대중교통 수단의 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재판부에서는 골프 카트는 어디까지나 골프장 운영업에 포함된 서비스 중 하나로 받아들여야 하며, 부가가치세가 면제될 만한 대중교통 수단의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추후 이 판례가 뒤집히지 않으면 골프장의 카트가 여객 운송업에 속하며, 이를 근거로 한 세제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는 앞으로도 주장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객을 실어 나른다는 점에서 사전적 의미에서의 ‘여객 운송업’이 맞겠지만, 법적인 의미에서는 ‘대중교통 수단의 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어야 부가가치세가 면제된다’는 논리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사건을 단순한 해프닝, 혹은 몇몇 업체가 세금을 아끼기 위해 무리한 시도를 한 것이라 폄하할 수는 없다. 골프장의 필수품 중 하나로 꼽히는 카트를 둘러싼 세금 논란이 재판까지 가게 되었고, 어떤 법 논리로 사건이 진행되었으며 또 판결에 이르렀는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골프 업계가 성장할수록 세금이나 법 해석에 관련된 문제도 더욱 빈번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로 골프장 카트 운영은 부가가치세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여객 운송업이 아니라고 결론이 날 가능성이 커졌다. 상급심까지 가게 되면 결과가 바뀔 수도 있지만, 최소한 지금까지의 결론은 그렇다.

앞으로도 골프계에 관련된 법적 분쟁, 그리고 해석과 판례 등은 하나하나 쌓여갈 것이다. 이를 잘 살펴보고 활용하여 법을 준수하면서 동시에 가능한 법을 유리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번 사건이 골프계 전반에 던져 준 숙제가 아닐까.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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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청년 2022-05-23 23:49:02
돈에 환장한... 그린피나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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