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계와 제약업계의 동행
골프계와 제약업계의 동행
  • 김태연
  • 승인 2022.05.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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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가 단순히 여가를 즐기는 취미활동을 넘어 마케팅의 선두주자로 발돋움하고 있는 가운데 제약업계도 골프에 주목하고 있다.

 

예로부터 건설사와 금융권은 골프를 이용해 고객을 유치하거나 마케팅을 유지해왔다. 골프단을 창단하거나 유명 골프 선수를 후원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골프 인구가 급증하면서 골프 마케팅의 위상은 단연 최고로 올라섰다. 골프를 오랫동안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해온 금융사를 제외하고도 제약사에서도 골프의 위상이 높아졌다.

 

골프와 제약업계의 만남

 

사실 과거에는 제약업계와 골프의 만남은 긍정적이라기보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제약사가 얽힌 골프 접대 논란이나 리베이트 등 각종 사건·사고가 언론을 타고, 법적 문제로 불거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골프가 귀족 스포츠로 여겨지던 시절에는 골프와 제약업계의 긍정적인 만남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골프 대중화와 함께 제약업계도 골프에 주목하고 있다. 이제 골프계와 제약업계의 동행은 드문 일이 아니다. 수년 전부터 제약업계가 본격적으로 골프에 손을 내민 이래, 지금까지도 이러한 기조는 이어지고 있고, 점점 확대되고 있다.

제약과 골프 키워드는 코로나 팬데믹 현상과 함께 건강이란 연결고리로 묶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골프가 취미생활이자 건강을 즐기는 스포츠로 인식되면서 ‘생활 밀착형’ 인기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적극적인 매체 홍보가 어려운 전문의약품 특성상, 땀 흘리는 건전한 스포츠 정신을 통한 자연스러운 브랜드 노출은 자연스러운 인지도 상승 및 이미지 제고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광고임을 티 내지 않으면서 물 흐르듯이 소비자들의 눈에 띄고, 건전한 스포츠 문화를 후원함으로써 기업 이미지도 혁신시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골프 마케팅이 주류가 된 것은 나이 불문, 건강에 진심을 다하는 젊은이들이 등장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른바 얼리케어족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챙기려는 방향성을 이끌었다. 이에 따라 골프는 고루하고 돈 있는 자들의 스포츠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야외에서 즐기는 건전한 문화라는 인식을 청년층으로까지 확장시킨 계기가 된 것이다.

 

달라진 골프 마케팅 방식

 

그렇다면 골프 마케팅 방식에 변화는 없을까? 과거에는 주로 소자본으로도 유치가 가능한 골프단 창단이나 개인 프로 골프 선수를 후원하는 개념에서 그쳤다. 이 정도 투자로도 투자 대비 홍보 효과가 높은 이른바 가성비 마케팅이었기 때문이다. 적은 돈으로도 높은 성과를 거두되 유망주 후원이라는 컨셉을 바탕으로 가장 홍보 같지 않은 홍보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브랜드라면 효과는 일석이조였다.

하지만 제약사들은 최근 골프를 즐기는 층이 확대됨에 따라 비단 선수 후원에 머무르지 않고 콜라보 굿즈 제작, 정규대회 개최까지 그 스케일을 막론하고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반의약품을 주력으로 삼은 제약사는 물론, 전문의약품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제약사도 골프 마케팅에 뛰어들고 있다. 일반의약품은 약국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제품 광고도 가능하기에 제품 자체의 인지도가 중요하다. 반면에 전문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전을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고 광고 또한 금지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전문의약품을 주력으로 삼은 제약사들은 제품명보다 회사 자체의 인지도가 중요하고, 이를 타겟으로 삼아 골프 마케팅에 뛰어들고 있다.

 

제약사의 골프 마케팅

 

동아제약, 삼일제약 등은 적극적으로 선수 후원에 나섰으며, 진입장벽이 높기로 소문난 정규대회 타이틀 스폰서로 LPGA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스와 KPGA 챔피언스리그 케이엠제약 시니어 오픈이 있다.

보톡스를 기반으로 전문의약품을 선보이는 휴온스는 2007년경 유선영의 후원에서 출발해 2018년부터 현재까지 KLPGA 선수단을 운영하고 있다. 스타 플레이어를 영입하기보다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선수들을 받아들여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KLPGA에서 활약 중인 정슬기, 김소아 등이 소속되어 있다.

삼일제약은 2017년 변경된 회사 CI의 노출을 위해 골프 마케팅을 시작했다. 과거 축구, 격투기 등 당시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은 스포츠를 활용한 마케팅을 전개한 바 있던 삼일제약에서는 2017년부터 골프 마케팅을 전개하기 시작했고, 삼일제약 골프팀도 출범시켰다. 박결, 박소혜, 안소현 등이 삼일제약 골프팀에 소속되어 있다.

유한양행도 2022년부터 본격적인 골프 마케팅을 시작했다. 3월 유한양행은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 유망주인 김민주, 이연서에 대한 후원 조인식을 열었다. 이후 유한양행은 자사에서 생산하는 여성용 유산균 제품 ‘엘레나’를 이들의 모자에 새기며 제품 홍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동국제약도 골프 마케팅에 뛰어들고 있다. 2020년 11월 경남 함양에서 개최된 ‘제12회 박세리배 전국초등학교골프대회’ 후원을 진행한 바 있고, 작년 5월 골프 꿈나무 육성을 위한 후원금을 ‘한국초등학교골프연맹’에 전달했다. 또 11월에는 전국초등학생골프대회에 휴대용 구급 가방을 후원하는 등, 주로 꿈나무들을 지원하는 형태로 골프 업계를 지원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오랜 세월 ‘그린의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자청해온 동아제약은 국내 최초 스폰서 대회를 개최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최초인 1976년 오란씨오픈을 개최한 이래로 포카리스웨트 오픈, ‘박카스배 SBS GOLF 전국시도학생골프팀 선수권대회’까지 연달아 개최하며 한국의 골프 인재 육성에 누구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단발성 후원에 그치지 않은 이와 같은 지속적인 후원에는 단순한 매출 급증이나 홍보 효과뿐 아니라, 제약사가 지향하는 건강이란 가치관과 부합하며 장기적으로는 사회공헌 활동의 차원으로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제약사의 골프 마케팅을 바라보는 시선

 

제약업계의 ‘골프 마케팅’은 올해 절정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골프 인구와 관심사가 급증했고, KPGA도 KLPGA도 ‘역대급 시즌’을 만들기 위해 판을 한껏 키운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기대되는 시즌으로 불린다. 또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갤러리 입장 역시 가능해질 전망이라 마케팅 효과 역시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올 시즌에는 약국이나 병원을 넘어, 필드에서도 제약사들의 경쟁을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 섞인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골프계와 제약업계의 동행은 골프계로서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원도 지원이거니와, 대한민국 헬스케어의 근간인 제약사와 함께하는 건 골프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데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GJ 글 김태연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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