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티 셰플러 : ‘무관의 신인왕’에서 ‘슈퍼 히어로’까지
스코티 셰플러 : ‘무관의 신인왕’에서 ‘슈퍼 히어로’까지
  • 김태연
  • 승인 2022.05.0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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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PGA 투어 WM 피닉스 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차지한 후 43일만에 시즌 3승을 기록하며 세계 랭킹 1위에 오르고 내친김에 마스터스까지 제패해버린 스코티 셰플러. 그는 어떻게 2022년 세계 골프계 돌풍의 주인공이 되었을까.

 

Profile
스코티 셰플러(Scottie Scheffler)
출생 1996. 6. 21
신체 190.5cm, 90.7kg
데뷔 2018년 PGA 입회

 

주요 전적
2022

PGA 투어 마스터스 토너먼트 우승
PGA 투어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우승
PGA 투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 오픈 우승
2021
PGA 투어 라이더 컵 우승
PGA 투어 히어로 월드 챌린지 2위
PGA 투어 휴스턴 오픈 2위
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 by 
Nationwide 3위
PGA 투어 델 테크놀로지 매치 플레이 
월드 골프 챔피언십 2위
2020
PGA 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3위
2019
PGA 투어 버뮤다 챔피언십 3위

 

돌풍의 주인공

 

스코티 셰플러(26·미국). 2022년 4월 현재 남자 골프 세계 랭킹 1위에 올라있는 이름이다. 2022년 PGA 시즌이 시작될 때만 해도 지금쯤 스코티 셰플러가 세계 랭킹 1위를 기록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존 람, 더스틴 존슨, 콜린 모리카와 등이 작년에 이어 2022년도 지배하리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현재 남자골프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차지한 건 존 람도 더스틴 존슨도 콜린 모리카와도 아닌 스코티 셰플러다. 대체 그는 누구이며, 어떻게 2022년 돌풍의 주인공이 되었을까.

국내 골프팬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스코티 셰플러는 무명 선수가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해 업계 정상을 차지한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은 아니다. ‘세계 랭킹 1위’나 ‘PGA 투어 우승’ 같은 극적인 순간이 없을 뿐, 예전부터 장래 PGA를 짊어질 만한 인재 중 한 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 위크가 선정한 ‘2022년 생애 첫 우승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선수 10명’ 중 한 명으로 뽑혔을 정도다. 달리 말하자면 분명 기대주이긴 했지만, 세계 랭킹 1위나 대회 우승 같은 극적인 장면을 기록한 적이 없어 실력이나 잠재력에 비해 다소 지명도가 떨어지는 선수였다고 표현할 수도 있다.

 

기대주였던 아마추어 시절

 

스코티 셰플러는 고등학생 때부터 본격적으로 골프계에 발을 들여놓았고, 대학 시절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텍사스 대학교에 재학 중 대학 골프팀의 우승에 이바지했고, 대학 골프계에서 ‘올해의 신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미국에서 권위 있는 아마추어 대회인 ‘미국 주니어 아마추어 골프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영국 국가 대항전인 ‘워커 컵’에 미국 대표로 나가 우승을 차지하는 등 준수한 커리어를 쌓았다. 나아가 2016, 2017년에는 아마추어 신분으로 US 오픈에도 출전하는 등 상당한 기대주였다.

 

무관의 PGA 투어 신인왕

 

스코티 셰플러는 2019년 웹닷컴투어를 통해 프로에 입문했다. 이후 PGA의 관문 역할을 하는 콘페리투어에서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는 등 PGA로의 길을 차근차근 쌓아나갔고, 2020년 PGA 데뷔 후 2020 PGA 챔피언십에서 공동 4위를 기록하는 등 준수한 성적을 보여주었다. 같은 해 ‘꿈의 타수’로 불리는 59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2020 PGA 투어 노던 트러스트 2라운드에서 12언더파 59타를 기록하며 메이저 우승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달성하기 힘든 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아쉽게도 중간 합계에서 밀린 탓에 대회 우승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그해 PGA 투어 신인왕을 차지하는 등 탄탄대로를 걸었다.

이어 2021년에도 준수한 커리어를 기록했다. 4대 메이저 대회에서 3번이나 10위 안에 들며 신인왕에 부끄럽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대회 우승’이나 ‘세계 랭킹 1위’ 같은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무관의 신인왕’이라는 마냥 기뻐할 수 없는 꼬리표가 따라붙기도 했다.

 

생애 첫 승과 세계 랭킹 1위

 

그리고 대망의 2022년! 스코티 셰플러는 2022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겠다는 듯 PGA를 폭격하고 있다.

특히 올해 2월 그가 생애 첫 번째 우승을 기록한 PGA 투어 WM 피닉스 오픈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2라운드까지 우승은 고사하고 컷 탈락을 걱정해야 했던 그는 3라운드에서 무려 9타를 줄이는 놀라운 퍼포먼스로 단숨에 우승 후보로 뛰어올랐고, 최종 라운드에서 3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패트릭 캔틀레이(30·미국)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감격의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셰플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첫 번째가 가장 어려운 것 같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그는 한 달도 되지 않아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다시금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한 달 전 생애 첫 번째 우승으로 세계 랭킹 6위를 기록한 그는 다시 한번 우승을 기록하며 5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또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테크놀로지스 매치 플레이에서 다시 한번 우승컵을 손에 들었다.

시즌 3승을 기록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43일. 불과 43일 만에 시즌 3승을 기록하며 자신의 커리어에서 첫 번째 세계 랭킹 1위를 기록했다. 또 역대 6번째로 어린 세계 랭킹 1위이자 사상 최초로 ‘생애 첫 우승을 올린 시즌에 메이저 대회를 한 번도 치르지 않고도 세계 랭킹 1위가 된 첫 번째 선수’라는 진기록까지 남겼다.

 

내친김에 마스터스까지

 

 

그의 기록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22 시즌 슈퍼 히어로답게 메이저 중의 메이저로 통하는 마스터스까지 접수하며 시즌 4승을 기록했다.

마스터스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에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를 묶어 1타를 줄인 그는 로리 맥길로이(33·북아일랜드)의 맹추격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메이저 대회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또한, 그는 피닉스오픈(상금 147만달러)을 시작으로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상금 216만달러), 델 매치 플레이(상금 210만달러), 마스터스(상금 270만달러)까지 두 달 동안 우승 상금만 무려 843만달러의 거금을 챙겼고, 시즌 상금은 1,000만달러를 넘어섰다. PGA 투어에서 단일 시즌 상금 1,000만달러 이상을 획득한 건 타이거 우즈(47·미국), 비제이 싱(59·피지), 조던 스피스(29·미국)에 이어 셰플러가 네 번째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전격 복귀 무대로 삼아 전 세계 골프팬들의 이목이 집중됐던 올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마스터스 평생 출전권을 손에 넣은 셰플러는 “이곳에 죽을 때까지 올 수 있게 된 걸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곳이 마스터스”라고 감격에 찬 소감을 전했다. 또 어느 때보다 부담감이 컸던 대회였다고 솔직하며 밝히며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아서 스트레스가 심했다. 아침에 아내에게 안겨서 아이처럼 엉엉 울었는데, 아내가 나를 달래줬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골프를 잘 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기에 계속 열심히 연습해왔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덧붙이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새로운 왕좌에 도전하기

 

그 어떤 전문가도 예상하기 어려웠을 스코티 셰플러의 비상. 하지만 그의 비상은 결코 ‘기적’이 아니다. ‘포텐’이 터지기만을 기다렸던 준비된 유망주가 마침내 포텐을 터뜨리고 PGA를 폭격하기 시작한 ‘준비된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우승이 가장 어렵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후 불과 58일만에 네 번의 우승 행진을 이어온 스코티 셰플러. 하지만 아직 남은 대회가 많기에 그의 질주가 어디까지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과연 스코티 셰플러의 질주는 어디까지일까. 올 시즌이 끝난 후 골프계는 스코티 셰플러를 어떻게 기억할까.

 

 

GJ 글 김태연 사진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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