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삼킨 골프계
MZ세대가 삼킨 골프계
  • 나도혜
  • 승인 2022.04.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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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골프에 빠진 이유

 

최근 몇 년간 소위 MZ세대라고 불리는 2030세대에게 골프가 급부상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를 꼽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환기에 취약한 실내 시설 이용을 이용할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더욱 쉽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기 시작하면서 캠핑이나 차박, 등산 같이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활동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했고, 더불어 장기간 시행되고 있는 각종 방역수칙 강화에 대한 피로감이 사회 전반에 누적되어 왔다.
또한, 감염에 대한 우려와 격리 조치 등 기존에는 자유롭게 행할 수 있었던 해외여행에 현실적인 제한이 생기면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자연스럽게 2030층에게도 골프라는 스포츠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여기에 평소에는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건강에 대한 염려 역시 MZ세대가 골프를 찾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나이를 막론하고 꾸준한 운동을 통해 체력을 관리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과거 웰빙 열풍과의 차이점

 

사실 우리 사회가 이처럼 건강에 관해 관심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몇 년 전 우리 사회를 강하게 휩쓸었던 웰빙(well-being) 열풍은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거나, 요가 등 정신 수양이 가능한 운동에 대한 전국민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자연스럽게 전국 각지에 대형 요가 센터가 설립되고, 요가 의류나 용품 등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며 직장인들이 퇴근하면 앞다투어 요가 센터에 찾아가 운동을 하고, 채식 위주의 식사를 통해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려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번 골프 열풍은 웰빙 사태와는 결을 달리한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감염병이 전 세계를 휩쓸고 수많은 사상자를 발생시키기 시작하면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각종 방역수칙 강화로 인한 ‘비대면 문화’가 결합되어 운동 역시 집에서 하는 홈트레이닝족이 등장하게 되었다. 불특정 다수와의 접촉으로 인한 감염에 대한 걱정 없이 안전하고 편하게 체력을 키우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인한 결과물인 것이다.
또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하는 운동임과 동시에 여행이나 모임 등에 대한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스포츠로 골프가 각광받게 된 것이다.
골프의 경우 실내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염 우려가 적다고 알려진 야외에서 경기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부담 없이 가족과 지인 등의 사적 모임까지 가능해 모임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면서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는 측면에서 그동안 골프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던 젊은 세대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더불어 전국 각지의 필드를 방문하며 멋진 자연경관을 즐기고, 골프와 여행을 함께 할 수 있는 것 또한 해외여행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는 MZ세대들에게 상당 부분 어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업계의 변화

 

그간 골프업계에서는 비주류로 인식되어 왔던 젊은 층들이 앞다투어 필드에 몰려들고 이에 대한 지출로 이어지면서 프로 골퍼가 등장하던 골프웨어 광고 모델들도 2030세대에 호감도와 인지도가 높은 유명 연예인들로 교체되고 있는 것 또한 눈에 띄는 변화이다.
방송 업계 및 다양한 유튜브 채널에서도 ‘골프’와 ‘어린이’라는 단어를 더한 신조어인 ‘골린이’라는 것을 주요 아이템으로 다양한 골프 예능을 선보이고 있다. ‘골린이’라 불리는 신흥 골프족인 MZ세대들이 좀 더 친숙하고 편안한 방식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새로운 시도를 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는 프로 경기 중계나 프로 선수들의 강의 등이 주된 아이템이었던 골프 관련 방송에 비해 타겟층이 매우 다양해졌음을 의미하며, 실제로 시청률 등 화제성 역시 기존의 예능 프로그램에 못지않게 상당한 이슈가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유원골프재단 측에서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7년에는 70만명에 불과했던 30대 이하 골프 인구가 2020년에는 100만명을 돌파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당분간 이러한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흥 골프 산업의 성장

 

2030층을 중심으로 골프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신흥 골프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기존에 골프를 즐기던 중장년층의 경우 골프채와 같은 장비에 금액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면, MZ세대의 경우 SNS를 중심으로 한 인증샷 문화 등의 영향으로 필드에서도 나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패셔너블한 골프웨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주요 백화점의 골프 상품군 매출 현황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에 이미 20~30대의 골프웨어 매출이 기존 골프 상품의 주요 고객이었던 40대를 넘어서면서 골프 장비에서 골프웨어 중심으로 골프 산업이 격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MZ 세대의 경우 오픈마켓 등 온라인에서의 소비가 더욱 익숙한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매장의 지표가 되는 백화점 판매 매출이 이미 40대 고객층을 따라잡은 지 오래됐다는 것은 그만큼 골프와 골프웨어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결과이기도 하다.
골프웨어를 통해 필드에서도 나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는 캐주얼한 골프웨어들이 다양한 브랜드를 통해 출시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일각에서는 단순히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한 피로도가 골프 산업에 반짝 열풍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 역시 존재하고 있다.
과연 골프 산업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는 2030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이번 신흥 골프 열풍이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GJ 나도혜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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