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도핑 논란은 골프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기술 도핑 논란은 골프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김태연
  • 승인 2022.03.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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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도핑은 현 스포츠계의 가장 큰 논란 중 하나이며 골프도 예외가 아니다. 골프용품의 기술력은 어느 선까지 허용되어야 할까?

 

스포츠와 기술 도핑

 

기술 도핑은 현 스포츠계의 가장 큰 논란 중 하나다. 불법 약물을 통한 도핑은 스포츠의 공정성을 해치고, 나아가 도핑을 한 선수의 건강까지 해치기 때문에 엄격히 금지해야 한다는 데 거의 모든 스포츠계가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 도핑은 다르다. 어디까지 허용하거나 금지해야 할지 수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작년 일본 도쿄 올림픽에서 큰 논란이 된 일명 ‘마법 신발’이 좋은 예다. 나이키사가 만든 이 제품은 운동화의 밑창과 깔창 사이의 중창을 열가소성 폴리우레탄(TPU) 재질의 고탄성 폼으로 제작했다. 기존 운동화 중창 소재가 지면을 밟을 때 필요한 에너지의 60% 정도를 되돌려주는데 이 제품은 85%까지 되돌려줄 수 있었고, 덕분에 단거리와 장거리 가리지 않고 기록 향상에 큰 도움이 되었다. 

많은 선수가 이 ‘마법 신발’로 좋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기술 도핑 논란도 불거졌다. 선수 본인의 실력보다 사용하는 장비의 기술력이 성적을 좌우한다는 논란이다. 사실 이 ‘마법 신발’ 논란은 수많은 사례 중 하나일 뿐, 종목과 장비를 가리지 않고 기술 도핑 논란은 스포츠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과거 골프계 기술 도핑 논란

 

골프도 예외가 아니다. 사실 골프계의 기술 도핑 논란은 다른 종목보다도 역사가 깊다. 지금은 모두가 쓰는 장비도 과거에는 기술 도핑 논란거리였다. 지금은 시대에 뒤처지는 것으로 여겨지는 스틸 샤프트만 해도, 처음 등장해 인기를 끌 땐 지나치게 성능이 뛰어나 골프의 묘미를 줄일 수 있다는 이유로 금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프로와 아마추어 가리지 않고 누구나 쓸 수 있으며, 나아가 그라파이트 샤프트에 점점 뒤처지는 게 아니냐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현대 골프공의 모태가 된 제품 중 하나인 ‘하스켈 볼’ 도 비슷한 취급을 받았다. 처음 하스켈 볼이 등장했을 때 그 압도적인 성능으로 기술 도핑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이후 하스켈 볼은 한 시대를 지배하며 모두가 쓰는 공이 되었고, 이후 더 뛰어난 성능의 ‘솔리드 코어 볼’이 등장한 뒤에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과거 골프계의 기술 도핑 논란을 살펴보면 어떤 장비가 높은 성능으로 큰 인기를 끌고, 이에 반발하는 여론이 나오고 금지조치가 내려지지만, 결국 성능이 뛰어난 장비가 한 시대를 지배하는 형태로 전개되고는 했다. 하지만 이러한 과거가 미래에도 반복되리라는 법은 없다. 스포츠과학의 발전과 함께 사용 장비의 기술력 차이가 선수 본연의 실력 차이를 뛰어넘었다는 논란이 불거지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논란의 중심이 된 비거리

 

최근 골프계의 기술 도핑 논란에서 가장 큰 화두는 비거리다. 잭 니클라우스는 예전에도 현대 골프의 지나친 비거리 위주 성향에 비판을 가한 바 있고, 최근에도 다시 한번 비거리에 대한 비판을 가했다. 잭 니클라우스가 주로 문제 삼는 건 바로 공의 성능이다. 그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의 성능을 예전으로 되돌려 놓는 건 골프의 본질을 지키는 데 중요하다”며 현 골프계의 지나친 비거리 중시, 그리고 그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공의 성능을 줄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물론 잭 니클라우스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퍼 중 한 명이지만, 과거의 인물이다. 골프계 ‘큰 어르신’의 말씀을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다. 하지만 현재 골프계의 기술 도핑 논란은 그저 흘러간 옛사람의 불만 수준이 아니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올해부터 적용되는 골프 규칙 개정안에서 ‘클럽 길이 제한’을 결정했다. 프로 경기에서 비거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클럽 길이에 제한을 두는 건 현대 골프의 규칙을 관장하는 쌍두마차인 영국왕립골프협회와 미국골프협회 모두 지나치게 높아진 클럽의 ‘기술 도핑’에 ‘길이 제한’으로 맞서겠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조치에 대한 찬반여론이 거세다. 골프의 기본과 재미를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고평가하는 전문가도 있으며, 반대하는 전문가도 있다.

 

기술 도핑 논란은 현재 진행형

 

이외에도 골프계의 기술 도핑 논란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클럽 페이스의 반발력 논란도 잊을 만하면 등장하고 있다. 현재 클럽 페이스의 지나친 반발력이 과도한 비거리의 주범 중 하나이니 이를 제한해야 한다는 논란이다. 또 작년부터 메이저 대회에서 허용되기 시작한 거리측정기 역시 골퍼에게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허용하면 불공정한 게임이 될 것이라는 논란 끝에 골프측정기의 일부 기능만 허용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기도 했다.

골프계의 기술 도핑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섣불리 짐작하기 어렵다. 과거에 그랬듯 ‘기술 발전의 승리’로 끝날 수도 있지만, 골프라는 종목이 가지는 근간을 뒤흔드는 수준의 기술 발전이 일어난다면 그 기술의 ‘영구 퇴출’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 수많은 수영선수가 애용했고 기록 단축의 1등 공신으로 꼽혔지만, 선수의 실력보다 기술력이 우위에 서게 되었다는 논란에 휩싸여 대회에서 완전히 퇴출당한 ‘전신 수영복’이 좋은 예다. 골프계에서도 기술력이 선수의 실력을 압도할 만큼의 ‘기술 도핑’ 장비가 나온다면, 그것이 공이든 클럽이든, 또 다른 장비든 전면 금지는 물론 영구 퇴출 처분까지 받을 수도 있다. 과학 기술이 선수에게 도움을 주는 정도를 넘어, 실력이 상관없는 수준에 이르는 ‘주객전도’는 용납할 수 없다는 건 골프계를 넘어 모든 스포츠계가 공감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스포츠 과학의 발전과 함께 각종 골프 장비의 기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그렇기에 골프계의 기술 도핑 논란 역시 지금은 물론 미래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과연 골프용품의 기술은 어느 선까지 허용될지, 그리고 미래에는 현재 골프계의 기술 도핑 논란을 어떻게 바라볼지 자못 궁금해진다.

 

 

GJ 나도혜 사진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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