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발명 : 미래의 스크린골프
골프와 발명 : 미래의 스크린골프
  • 김수현
  • 승인 2022.01.3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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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년 스크린골프는 어떻게 발전할까? 상상력을 더해 78년 후 미래의 가상 골프 현장에 대해 한 골퍼의 일기 형식으로 구성해보았다.

 

동반자와 골프장 선택

 

2100년, 스크린골프를 즐기기 위해 방으로 들어가면 실제와 같은 골프장 풍광이 펼쳐진다. 한 면이 아닌 모든 방향이 모두 입체적으로 느껴지며 지면의 느낌도 잔디를 밟는 것과 차이가 없다. VR처럼 무언가 써야 보이는 것도 아니면서 풀냄새와 함께 싱그러운 바람도 불어온다. 

오늘의 포썸은 100년 전 위대한 골프 스타였던 타이거 우즈와 150년 전 전설의 골퍼 벤 호건 그리고 한국 골프 역사에 길이 남은 박세리를 선택했다. 아마추어인 나는 박세리와 같이 화이트티를 써야 하니까…^^

나이를 세팅해야 한다고 해서 타이거 우즈는 2000년의 나이로 소환했고 벤 호건은 1953년 디오픈을 우승할 때 가장 출중했던 실력으로 참가했다. 박세리는 1998년 US오픈에서 보여준 맨발의 샷이 생각나서 그때의 박세리가 나오는 것으로 세팅 완료!

골프장 선택은 페블비치CC로 하면서 날씨는 20도에 구름 많은 하늘로 정했다. 지난번 30도에 맑은 날로 했더니 인공 자외선 때문에 얼굴이 좀 그을렸기 때문에…

 

가상 인간과의 라운드

 

잠시 후 세 명의 선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에는 언어 전환 기능을 썼는데 외국인이 한국어를 하는 모습이 어색해서 오늘은 원어 그대로 쓰는 거로 했고 자동 번역기를 통해 동시통역이 되어 소통에 불편함은 없었다. 

첫 티샷을 한 벤 호건의 공은 똑바로 날아갔지만 거리가 많이 나진 않았다. 이어서 타이거 우즈의 티샷은 거의 300야드를 날아갔는데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영향인지 살짝 드로우가 났다. 이어서 화이트 티에서 박세리가 티샷을 했고 250야드 지점 페어웨이에 무난하게 안착했다. 난 마지막 티샷을 했는데 벙커에 빠지고 말았다. 

바닥이 자동적으로 경사가 조성되고 페어웨이와 러프의 상태에 따라 잔디의 높낮이도 조절이 되는데 재밌는 건 벙커에 빠지면 모래로 된 바닥으로 바뀌어 실재 골프 칠 때와 거의 차이가 없다. 

거리나 방향도 백년전 스크린골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한데 어떤 골프공을 쓰느냐에 따라 스피드와 스핀도 정확하게 반영된다. 

100년 전과 가장 달리진 건 퍼팅이다. 온그린이 되고 나면 지면은 높낮이가 있는 그린으로 변하고 바닥이 퍼팅 모드로 변하면서 실제 홀컵을 향해 라이를 잘 보고 넣어야 하는데 실전과 차이가 거의 없다.

 

달라진 세상

 

플레이 중간에 당시 페블비치에서 맛있기로 유명한 핫도그와 퀘사딜라가 배달되어 맛있게 먹을 수도 있다. 다른 선수들은 가상 인간들이라 먹는 시늉만 하고 내가 거의 다 먹었다. 50여년 전 개발된 부작용 없는 다이어트약 덕분에 아무리 먹어도 체지방이 늘지 않아 참 다행이다. 어떤 가상 골프장은 사이보그 선수들을 써서 같이 먹기도 한다는데 굳이 음식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몸에 해롭지 않고 영양이 풍부한 유전자 조작 식품들이 나와 인류는 더 이상 굶주리지 않게 되었지만 그래도 사람이 먹는 음식을 기계에게 주는 건 정서에 맞지 않는다. 다행히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식품들도 개발되어 실컷 먹고 나서도 걱정이 없다. 

이미 인간의 평균 수명은 백살이 훌쩍 넘었고 각종 성인병 등 인류의 질병 대부분이 사라졌거나 쉽게 치료가 될 수 있게 되어 사람들은 골프와 같은 스포츠에 더욱 심취되어 살아간다. 

노화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치료법이 나왔고 부작용 없이 근육을 쉽게 키우면서 고도의 피부 개선 기술로 인해 나이가 들어도 몇 살인지 알아보기 어려운 시대가 되어 거리에는 대부분이 젊은이거나 나이가 들어도 중년 이상으로 보이진 않는다. 

 

비공인 장비의 발전

 

전반 9홀을 마쳤는데 선두는 3언더로 역시 타이거 우즈! 그 뒤를 이어 박세리가 1언더로 벤 호건보다 한 타 앞섰고 나는 2오버를 기록했다. 벤 호건은 자신의 장비가 1950년대 버전이라 불리하다며 후반 9홀은 시니어 티를 쓰겠다고 우겨서 모두가 동의했다. 

나도 아마추어라서 정상적인 실력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에 후반 9홀은 특수 제작된 골프복을 입고 비공인 골프클럽을 쓰기로 합의를 봤다. 그들은 22세기의 비공인 장비가 어느 정도의 성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나 보다…^^

후반 첫 홀에서 나는 비공인 드라이버로 350야드를 때렸다. 일반 드라이버보다 100야드가 더 날아가는 이 신제품은 연습장에서도 골프공 파손이 심해 사용 금지 조치가 내려졌던 장비이다. 

이 드라이버를 쓸 때 주의점은 비공인 AI 골프공을 함께 써야 한다는 점인데 그렇지 않으면 조금만 잘못 맞아도 오비가 나기 때문이다. 자체 센서가 들어있는 인공지능 골프공은 잘못 쳐도 페어웨이로 회귀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다만 퍼팅 시에는 이 센서가 작동하진 않는다. 

비공인 퍼터는 어떻게 스트로크를 하든지 맞는 순간 공이 가는 방향과 직각을 이루게 설계되어 있는데 이것도 라이를 잘못 보면 공이 홀컵으로 들어가진 않고 거리 조절은 스스로 잘해야 한다. 얼마 전 나온 거리까지 조절되는 비공인 퍼터는 골프가 너무 재미없어진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했다. 

드라이버의 발전에 비해 아이언은 백년이 지나도 큰 발전이 없었다. 하지만 벙커에 빠졌을 때 치는 샌드웨지는 망사웨지가 대신하게 되어 공 뒤 10cm 정도 모래를 파면서 폭발적으로 쳐야 하는 과거 제품과는 달리 그대로 공을 쳐도 멀리 안 나가고 정타를 맞아도 거리가 나지 않아 그린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핀에 가까이 붙일 수 있게 됐다. 특수 금속으로 만든 망사형이라 뒤땅을 쳐도 모래를 쉽게 통과하면서 별로 거리 손실을 보지 않아 선수들도 많이 사용한다.

 

드론 카트 타고 사이보그와 골프를…

 

18홀이 끝났고 타이거가 7언더로 1등, 박세리와 벤 호건이 3언더로 동타를 기록했고 나는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2언더를 쳤다. 아무리 골프 장비가 발전하고 기술이 좋아져도 기본 실력은 어쩔 수 없이 승패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다. 

다음엔 실제 필드에 가서 사이보그 골퍼들과 라운드를 한번 해야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힘은 좋지만 정교함이 떨어졌는데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 선수들을 압도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사람과의 경쟁을 넘어서 사이보그만의 골프대회가 열리게 됐다. 

지난주 전 세계 사이버 골퍼 대회에서 3일 동안 홀인원 한 개와 이글 7개를 포함 39언더를 친 사이보그가 우승했다고 한다. 

요즘 드론 카트를 타고 날아다니면서 골프를 쳐서 참 편리하다. 한여름인데도 3,000m 상공의 찬 공기를 끌어내리는 기술 덕분에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칠 수 있고, 지난 겨울에는 지열을 끌어올려 포근한 날씨에 바람을 막는 방풍 투명벽 덕에 봄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내년엔 개발이 완료된 화성에 가서 라운드를 해야겠다. 얼마 전 성공한 쾌속 우주선 덕분에 1박 2일로 다녀올 수 있고 이미 지구화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1억명 이상 지구인들이 거주하고 있으니까 별 불편함은 없다고 한다. 2100년은 골퍼들의 천국이다.

 

 

GJ  김수현 사진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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