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그늘에 가려진 퍼팅 천재 : 빌리 캐스퍼
그 시절 그늘에 가려진 퍼팅 천재 : 빌리 캐스퍼
  • 김태연
  • 승인 2021.12.2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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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역사에서 저평가된 퍼팅 천재가 있었으니 바로 빌리 캐스퍼(미국·1931~2015)다.

 

저평가된 역대 최고의 퍼팅 천재, 빌리 캐스퍼

 

퍼팅을 잘하는 선수를 꼽으라면 타이거 우즈를 떠올리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롱퍼팅을 성공시키고서 주먹을 움켜쥐고 포효하는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박인비 역시 침묵의 암살자로 불릴 만큼 표정 변화 없이 먼 거리의 퍼팅을 성공시키는 선수로 유명하다.

그러나 과거에 타이거 우즈나 박인비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뛰어난 퍼팅 천재가 있었으니 바로 빌리 캐스퍼다. 빌리 캐스퍼는 20년 동안 선수로 활동하면서 메이저 대회 3승을 포함, 통산 51승을 거둔 골프 선수다. 역대 PGA 우승 랭킹에서도 7위에 올라있을 정도로 대단한 선수였던 그는 잭 니클라우스, 아놀드 파머, 게리 플레이어와 경쟁을 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

어찌보면 저평가라기보다 스포츠 마케팅에서 적잖이 배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종교와 가정을 더 소중하게 생각했던 그의 신념 때문이기도 하다. 몰몬교를 종교로 가지고 있었으며 언론과의 접촉도 즐기지 않았던 그는 IMG(International Management Group)라는 스포츠 마케팅 회사와 결별하면서부터 철저히 배척당하면서 많은 우승을 했음에도 그늘에 가려지게 되었다.

 

스포츠 마케팅과 미디어의 배척

 

빌리 캐스퍼도 초기에는 잭 니클라우스, 아놀드 파머, 게리 플레이어와 함께 IMG를 설립한 스포츠 에이전트인 마크 맥코맥의 관리를 받았다. 그러나 정당하지 못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에 대해 반발하며 계약을 종료하고 다른 에이전트로 옮겼는데, 당시 막강한 파워를 지닌 IMG와 등을 진 것이 골프 시장에서 철저히 배척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그가 이룬 대기록은 하나하나 큰 의미가 있으며 어느 골프 선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성적이다. PGA 투어 통산 51승은 여전히 역대 7위의 기록이며, PGA 투어에 556회 참가해 380회 이상 TOP25 이내에 랭크됐었다. 

PGA 올해의 선수상도 1966년, 1970년 두 차례나 수상했으며 PGA 시즌 상금왕도 1966년, 1968년 두 차례 차지했다. 미국프로골프협회가 매년 최저 평균 타수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바든 트로피'는 1960년, 1963년, 1965년, 1966년, 1968년 총 5번이나 수상했으며 두 차례의 US 오픈 우승과 1970년 마스터스 우승으로 메이저 대회도 3승을 기록했다. 

특히 빌리 캐스퍼가 바든 트로피를 5번이나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퍼팅 능력이 천재적인 수준이었다는 것을 나타낸다. 미디어에 의해 평가 절하되었지만, 전설적인 골퍼 잭 니클라우스는 라운드 내내 리더보드에서 빌리 캐스퍼가 어디 있는지 확인했을 정도로 선수들에게는 경계의 대상이었다.  

 

안정적인 코스 매니지먼트의 달인

 

우승 기록으로 살펴봐도 빌리 캐스퍼는 1964년부터 1970년 사이에 27승을 달성한다. 이 성적은 잭 니클라우스보다도 2승이나 많은 기록이며 아놀드 파머와 게리 플레이어의 우승을 합친 것보다 많다. 물론 그가 IMG의 마크 맥코맥과 결별하지 않았다면 또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숏게임과 퍼팅의 달인으로 알려져 있는 빌리 캐스퍼는 공격적인 샷보다는 안정적인 코스 매니지먼트를 선호했다. 일례로 1966년 US 오픈 마지막 날 전반 라운드를 마치고 7타 차이로 아놀드 파머에게 뒤지고 있던 그는 마지막 홀에서 동타를 이루고 연장전에 돌입해 4타 차 우승을 차지했다. 10m가 넘는 퍼팅을 성공시키며 안정적으로 압박해오는 빌리 캐스퍼의 실력을 알고 있었기에 아놀드 파머가 느끼는 부담은 더욱 컸을 것이다.

그러나 아놀드 파머의 역전패에 관해서만 기사가 쏟아지면서 빌리 캐스퍼가 역전 우승을 일궈낸 것은 미디어에 의해 철저히 차단되었다. 종교와 가정에 충실했던 그는 스타 대접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크게 불만을 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벤 호건도 퍼팅 레슨을 요청하다

 

빌리 캐스퍼는 ‘간절함(Desire), 집중(Devotion), 절제(Discipline)’를 챔피언이 되기 위한 세 가지 요소로 꼽았다. 이는 챔피언이 아니라 아마추어에게도 필요한 덕목이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는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우승을 차지하려는 간절함이 있어야 한다. 

가정과 종교에 헌신하던 그는 경기에서는 경쟁에 집중했으며 철저한 자기제어를 통해 안정된 매니지먼트를 할 수 있었다. 절대 흥분하는 일이 없던 그는 퍼팅에서 거의 실수하지 않았으며 벤 호건 조차도 퍼터가 말을 듣지 않아 커리어 후반기에는 빌리 캐스퍼에게 퍼팅 레슨을 받았다고 할 정도다. 

핵심은 ‘헤드의 무게를 느끼고 왜글을 하면서 롱퍼팅을 할 때는 스퀘어 상태를 조금 더 길게 유지하라’는 정도이지만 그의 퍼팅은 천재 소리를 들을 정도로 뛰어났다.

물론 프로 통산 74승을 거둔 바비 로크도 퍼팅의 천재로 알려져 있다. ‘드라이버는 쇼, 퍼트는 돈’이라는 명언으로도 유명한 바비 로크는 PGA 대회에는 59경기만 참가했는데도 11승을 거뒀다.

요즘 PGA를 대표하는 선수들은 많지만 빌리 캐스퍼를 능가하는 퍼팅 천재는 찾아보기 어렵다. 자기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자기 인생의 목표라고 말한 빌리 캐스퍼를 다시 한번 조명해봐야 하지 않을까.

 

 

GJ 김태연 사진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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