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 남북관계에 기여할 수 있을까?
골프가 남북관계에 기여할 수 있을까?
  • 김상현
  • 승인 2021.07.14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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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가 국가 사이의 긴장을 누그러뜨리고 친밀하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건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골프도 남북한의 긴장 관계를 완화하고, 나아가 남북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을까.

 

현재 대한민국과 적대적인 관계인 나라는 많지 않다. 일제 강점기라는 아픈 역사를 남긴 일본도, 잊을 만하면 군사적, 외교적으로 긴장 관계가 형성되는 중국도 대한민국의 ‘적대국’이라고는 할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대한민국의 최대 적대국은 ‘한 민족’이자 ‘언젠가 통일해야 할 대상’으로까지 여겨지는 북한이다. 언젠가는 북한과 통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든, 통일을 반대하는 사람이든 지금 대한민국과 북한이 적대 관계라는 점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6.25 전쟁과 수많은 대남 도발, 그리고 휴전선에서 근무하는 수많은 장병이 이를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의 변화

 

그렇지만 ‘북진 통일’을 외치던 시대는 지났다. 현재 대한민국 주류 사회에서 공개적으로 ‘북진 통일’을 외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현실적으로 북진 통일은 북한에서 먼저 대대적인 남침을 했을 때 이를 반격하는 과정에서만 가능한 시나리오라 평가받는다. 

나아가 북한의 전면적인 남침 가능성부터가 회의적이라는 평가도 많다. 국민 여론을 살펴봐도 ‘북진 통일’을 주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남북평화를 원하는 사람이 절대다수다.

남북평화. 말은 쉽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6.25라는 동족상잔과 이후 오랜 분단과 긴장 관계 속에서 통일은 고사하고 진정한 평화조차 이룩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재 남북한의 현실이다.

 

스포츠의 힘

 

이런 남북한의 현실 속에서 스포츠는 긴장 관계를 누그러뜨리고 양국의 친밀도를 높이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실제로 스포츠가 국가 사이의 긴장을 누그러뜨리고 친밀하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건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스포츠 외교(Sport Diplomacy)’라는 표현이 국내외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이유다. 

실제로 휴전 이후 언제나 긴장의 연속이던 남북관계에서 스포츠는 긴장 관계를 녹이는 훈풍이 되었으며, 1991년 첫 등장한 ‘남북단일팀’은 이후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며 통일 여론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1987년 KAL기 폭파 사건으로 경색된 남북한의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서 1990년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체육 교류를 통해 긴장을 해소하자고 합의한 결과였다. 이후 2012년에 이 실화를 담은 영화 ‘코리아’가 개봉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도 남북 공동 응원단, 한반도 깃발,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유니폼과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참여한 성화봉송까지. 평화의 물꼬가 된 평창 올림픽은 남북 간 대화와 평화에 크게 기여했을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호평을 받았다.

 

골프와 남북관계

 

그렇다면 골프도 남북한의 긴장 관계를 완화하고, 나아가 남북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을까? 

상황에 따라서는 충분히 가능하며, 최근에도 이를 잘 보여준 사례가 있다. 2021년 6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세계 골프선수권대회를 북한 금강산에 유치하고, 또 지원할 계획을 밝힌 것이다. 남북한의 골프 교류가 남북평화에 단단히 이바지하리라는 기대다.

2021년 통일부 장관의 발언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남북한의 골프 교류. 역사를 살펴보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렇다면 남북관계에서 골프는 어떤 의미가 있으며, 또 어떻게 활동했을까?

과거 대한민국이 ‘북진통일’을 외치고 북한이 ‘적화통일’을 외치던 시절에는 ‘남북의 골프 교류’나 ‘골프를 통한 평화 분위기 조성’ 같은 이야기는 감히 꺼낼 수조차 없었다. 1972년 대한민국과 북한이 7.4 남북공동성명을 통해 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이라는 평화 통일 3대 대원칙을 설정했지만, 이 공동성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음은 모두 잘 알고 있다. 이런 시기에는 골프 역시 남북관계 개선에는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했다. 

 

북한 골프의 시작

 

또한, 북한은 골프의 도입도 늦었다. 북한 최초의 골프장은 1987년에 비로소 건설되었고, 그나마 극소수의 특권층을 위한 시설이었다. 탈북자 출신인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는 북한 영화에 골프장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북한에 없는 골프장을 어떻게 찍었는지 의아해하다 탈북 후에야 북한에도 골프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서술한 적 있다. 

그만큼 북한에서 골프는 대한민국보다도 훨씬 대중성과 접근성이 떨어지는 ‘귀족 스포츠’였다. 이 때문에 80년대까지 대한민국과 북한 사이에 골프 교류는 없다시피 했다. 

 

북한 골프장 개발

 

대한민국과 북한의 골프 교류는 남북이 함께 금강산 개발 사업 진행 과정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본래 금강산 개발 사업은 북한이 독자적으로 등반, 스키장, 유람선, 바다낚시, 해수욕 등과 함께 골프장도 갖춘 종합 관광지로 개발할 예정이었는데, 이는 1990년대 북한과의 교류와 사업에 중요한 역할을 한 현대의 대부 정주영 명예회장의 의사와도 맞아떨어졌다. 정주영 명예회장도 80년대부터 금강산에 골프장, 스키장, 비행장, 백화점, 호텔 등을 세우고 국제적인 관광단지로 개발할 것이며, 나아가 주변 일대를 관광특구로 지정하여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을 청사진을 그린 바 있다.

이후 1990년대부터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함께 금강산을 개발하며 골프장 역시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1998년 10월 31일 연합뉴스 보도를 참조하면, 당시 정몽헌 현대 회장이 “북한은 금강산 일대 8개 지구, 지역에 대한 개발. 이용권을 현대에 부여했으며 호텔, 해수욕장, 온천, 골프장, 스키장 등에 대한 사업권을 현대 측이 갖기로 합의했다”고 언급했다. 동시에 대한민국에서 프로 선수와 연예인들이 대거 참석한 북한 돕기 자선 골프대회가 열리는 등 남북관계의 급격한 진전 속에 골프 역시 남북관계 개선에 단단히 한몫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

아쉽게도 기대한 만큼 현실이 잘 풀리지는 못했다. 현대그룹이 단기간에 북한에 수억 달러를 투자할 만큼 의욕적으로 시작한 사업에 여러 문제가 터지며 지체되었다. 

 

금강산 골프장 사업

 

하지만 금강산 골프장 사업이 좌초되지는 않았다. 예정보다 늦은 2004년에 건설되기 시작해 2007년에 완공되었다. 당시 세계 최장(파7, 1천14야드) 홀과 '깔때기 그린', 6성급 리조트 시설과 에머슨퍼시픽그룹의 투자 등으로 시선을 모으며 2,000명이 넘는 정회원을 모으고 시범 라운딩을 하는 등 많은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2008년 벌어진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며 금강산 골프장도 치명타를 맞았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이후 금강산에는 단 한 명의 대한민국 관광객도 출입하지 못했고, 금강산 골프장 역시 정식 개장조차 못 했으며, 이후 북한의 민간 부동산 동결 조치 등으로 금강산 골프장은 갈 길을 잃었다. 이후 북한의 핵 개발, 연평도 포격, 천안함 피격 사건 등 남북관계가 꾸준히 악화하며 민간 차원에서의 대북교류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남북 골프 교류 역시 물밑에 가라앉은 건 물론이다.

 

골프 관련 북한의 움직임

 

최근 북한에서는 골프를 부흥시켜 관광산업을 발전시키려는 움직임이 엿보이고 있다. 북한의 몇 안 되는 골프장 중 하나인 남포시의 ‘평양골프장’을 북한 당국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한 게 대표적이다. 

다만 북한의 이런 시도가 유의미한 결과를 낳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아직 코로나 사태가 끝나지 않았거니와, 끝난다고 해도 굳이 북한까지 가서 골프를 칠 외국인이 많다고 보긴 어렵다. 

관광업은 UN 대북제재 대상이 아니라 북한 합법적으로 외화를 벌어들일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며, 이것이 북한에서 관광사업을 발전시키고 골프에도 눈길을 돌리는 이유로 꼽히지만, 북한까지 가서 골프를 칠 외국 관광객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대한골프협회 이중명 회장의 큰 그림

 

이런 상황에서 2021년 과거에 실패한 남북한의 ‘골프 교류’가 다시 화두에 올랐다. 2007년 금강산 골프장을 건설한 이중명 회장이 2021년 1월 대한골프협회장에 취임한 것이다. 이중명 회장은 협회장 취임과 함께 “금강산 아난티골프장에서 골프대회가 열리면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에 큰 동력을 얻게 될 것", "현재 정부 관계 부처와 협의를 진행하는 동시에 협회에 TF팀을 꾸리고 있다"라며 남북한 골프 교류에 대한 청사진을 밝혔다. 

이중명 회장이 언급한 골프대회는 아마추어 최고의 권위를 가진 것으로 꼽히는 ‘국제골프연맹(IGF) 주관 세계 아마추어팀선수권’이다. 이중명 회장의 계획대로 금강산 골프장에서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대회를 여는 데 성공한다면 이는 일대 사건이며, 남북한의 골프 교류에도 한 획을 그을 게 분명하다

 

회의적인 시각 vs 발전적인 시각

 

처음 이 공약이 발표되었을 때만 해도 회의적인 여론이 적지 않았다. 금강산 골프장이 건설 당시 세계 최장 홀로 꼽혔고 2007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에머슨퍼시픽 그룹 오픈을 치를 만큼 입지가 좋은 골프장이지만 남북관계가 얼어붙으며 방치된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제대로 관리되었을 리 만무한 금강산 골프장에서 국제 대회를 유치하려면 하루빨리 북한과의 교류를 재개하며 금강산 골프장을 수리하고 복구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이중명 회장의 공약이 현실성이 낮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2021년 6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이중명 회장을 만나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금강산 관광 재개를 주제로 현정은 회장과 만난 이인영 장관은 “여건이 마련된다면 금강산 관광사업의 발전적인 정상화를 추진할 생각이다. 우리 기업들의 의견을 경청·존중하고.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겠다. 앞으로도 적극적인 역할과 치밀한 준비를 해달라”고 언급했고, 이중명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는 "2025년 세계골프선수권대회가 최초로 금강산에서 열린다면 다시 한번 전 세계인을 향해 한반도 평화 메시지를 발신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는 물론, 금강산 골프장 재개장과 세계골프선수권 유치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에 이바지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드러낸 것이다.

 

상황의 반전

 

업계에서도 의구심을 표했던 이중명 회장의 ‘2025년 금강산 골프장 세계골프선수권대회 유치’ 공약은 통일부의 지원이라는 든든한 뒷배를 얻으면서 물살을 탔다. 나아가 이 공약이 성공하면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풀리는 데 톡톡히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 공약이 성공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무엇보다 북한 측의 의지가 큰 변수다. 이중명 회장도 이인영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에서) 코로나19 때문에 거절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우선은 대화를 좀 텄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중명 회장과 대한골프협회, 나아가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금강산 골프장을 다시 활용하려는 의사가 충분하지만, 북한에서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북한이 호응하지 않으면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기에 북한에서 이 계획에 동참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남북 골프 교류의 역사

 

돌이켜 보면 다사다난한 남북관계의 역사에서 골프가 미친 영향은 아직은 크지 않다. 북한의 골프 역사부터가 짧고, 1990년대 후반 남북관계가 급격히 개선되기 이전에는 골프 교류는 사실상 ‘논외’였다. 이후 남북관계의 급격한 개선과 함께 남북한 합작 골프 사업도 결실을 보나 했지만, 급격한 남북관계의 동결과 함께 실패했다. 그러다 최근 다시 한번 눈에 띄는 움직임과 함께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된 모양새다.

물론 세계골프선수권대회 공동개최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남북한 평화 분위기 조성’이라는 단어만을 보고 무작정 추진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한 일이 아니다. 현실적인 장벽과 우려, 기대효과 등 모든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남북한이 협력해서 세계골프선수권대회가 개최된다면, 이 대회는 분명 두 나라 사이에 불어오는 한 자락 훈풍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남북통일’이 꼭 필요하다는 말에는 이견의 여지가 있겠지만 ‘남북평화’가 꼭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평화를 만들고 또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과 북한의 지속적인 교류가 필요하다. 최근 화두에 오른 금강산 골프장 관련 사안들이 결실을 거둘 수 있을지, 나아가 남북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세계골프선수권 금강산 유치 위한 선결과제

 

아난티 금강산
아난티 금강산

 

세계골프선수권대회의 금강산 유치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유엔의 대북제재로 인한 대회 유치의 어려움이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2006년에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제1718호에 의하면 유엔 회원국의 영토·국민·국적선·항공기를 거쳐서 사치품을 북한에 제공하거나 판매 혹은 이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레크레이션 스포츠 장비도 사치품 예시에 포함되어 있다.

미국 역시 선뜻 찬성하거나 지지하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는 않다. 자유아시아방송의 보도에 의하면 미국 국무부는 이인영 장관의 발언에 대한 논평을 요청하자 미국은 남북의 협력을 지원한다고 밝히면서도 “동맹국 한국과의 긴밀한 협조가 미 정부 대북전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긴밀한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유엔의 대북제재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짚으면서, 유엔과 북한 주변국들과의 외교를 통해서 제재를 계속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의 대북제재가 약화되거나 폐지되는 일은 없을 것임을 확실히 한 것이다.

미국 신안보센터 제이슨 바틀렛 연구원은 이번 세계골프선수권대회 유치가 대북제재 조치를 위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한국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으로부터의 면제 승인을 받지 않고 제재대상인 북한의 개인 혹은 기업과 합작투자를 하거나 경제협력 관계를 맺는 것은 유엔과 미국 정부의 대북제재 조치를 위반하는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 내부의 여론 역시 호의적일 것이라고 추측하기는 어렵다. 대회 진행을 위해서는 골프채 등의 용품이 북한으로 반입되어야 하는데, 알려진 바에 의하면 북한 내부에서 골프는 자본주의 운동 경기 종목이라며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GJ

 

 

By 김상현 사진 GettyImages, K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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