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 골프엔 여전히 높은 세계랭킹 포인트의 벽
LIV 골프엔 여전히 높은 세계랭킹 포인트의 벽
  • 김상현
  • 승인 2023.12.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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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는 출범 전부터 각종 논란과 문제를 겪었고,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문제도 여럿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세계랭킹 포인트다.

 

LIV 골프와 세계랭킹 포인트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출범한 LIV 골프. 현재 LIV 골프는 ‘우려’ 보다는 ‘기대’ 한쪽의 예측대로 흘러가는 것 같다. 여러 논란 속에서도 대회는 순항하고 있고, 올해 6월에는 PGA 투어와 전격 합병을 발표하며 사우디 오일 머니 덕분에 ‘돈’에서 앞서는 LIV가 ‘정통성’에서 앞서는 PGA 투어에 사실상 판정승을 거두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하지만 LIV의 행보가 마냥 ‘탄탄대로’인 건 아니다. LIV는 출범 이후, 아니 출범 전부터 각종 논란과 문제를 겪었고,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문제도 여럿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세계랭킹 포인트다.

남자골프 세계랭킹은 OWGR(Official World Golf Ranking, 세계골프랭킹위원회)이 주관한다. 

LIV 골프는 작년부터 OWGR에 자신들의 대회에 세계랭킹 포인트를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OWGR은 LIV 골프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OWGR이 LIV 골프대회에 세계랭킹 포인트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경기방식이다. 컷오프 없이 3라운드 54홀로 치르는 경기에 세계랭킹 포인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컷오프 있는 경기 방식’이어야 하며, 또 ‘72홀’ 경기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2022년 말 멕시코투어가 ‘컷오프 있는 54홀’을 치름에도 세계랭킹 포인트를 부여받으면서 이제 72홀 경기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세계랭킹 포인트를 주지 않기는 어려워졌다. PGA도 내년부터 컷오프 없는 대회를 8개 열 예정이므로, 컷오프가 없으므로 세계랭킹 포인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명분도 다소 퇴색된 듯 보인다.

또 하나의 이유는 문호개방이다. 즉, 퀄리파잉 스쿨 등을 대회 출전을 원하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아니라 사실상 단체 입맛대로 선수를 뽑는 LIV의 현 시스템을 문제 삼는 것이다. 이는 확실히 LIV에게는 큰 약점이고, OWGR에게는 좋은 명분이다. 투어의 공정성과 객관성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LIV의 세계랭킹 포인트 도전, 또 한 번 실패

 

최근 LIV의 세계랭킹 포인트 도전은 또 한 번 실패했다. 10월 11일(한국시간), 골프위크 등 미국 골프 전문 매체들은 OWGR이 LIV 골프의 세계랭킹 포인트 신청을 만장일치로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OWGR은 랭킹 시스템상 LIV 골프를 적격한 골프투어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정했으며, 이는 LIV에 적대감을 가지고 내린 판정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기술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 전 세계 24개 투어에서 활동하는 모든 선수가 동등하게 경쟁하고 순위를 매겨야 함에도, LIV 골프는 그런 형식을 갖추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OWGR에서 말하는 ‘랭킹 시스템상 적격한 골프투어’나 ‘기술적인 문제’는 결국 LIV 골프의 참가 자격을 언급한 사항일 가능성이 크다. 54홀 운영이나 컷오프 없는 대회 방식을 근거로 한 반대 명분은 약해졌지만, 단체 입맛대로 선수를 뽑는 시스템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LIV 선수들의 불만

 

다시 한번 OWGR이 LIV 골프에 세계랭킹 포인트를 부여하지 않을 것임을 명백히 밝히면서, LIV 골프 소속 선수들의 세계랭킹 하락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LIV 골프 선수들의 세계랭킹은 예외 없이 하락하고 있다. 오랫동안 세계랭킹 1위를 차지했고, 올해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기세를 올린 브룩스 켑카(미국)의 현재((2023년 10월, 41주차 기준) 세계랭킹은 17위다. 또 2022년 디오픈에서 챔피언 자리에 오르며 기세를 올린 캐머런 스미스(호주)는 18위다. 이 두 명을 제외하면, LIV 골프 소속 선수 중 상위권 랭커는 없다. 

LIV 이적 후에도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 인정받는 더스틴 존슨(미국)은 127위,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137위에 불과하다. LIV 대회에서 우승해도 랭킹 포인트는 1점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LIV 소속 선수들이 세계랭킹 포인트 획득을 위해 유럽이나 아시안투어에 출전하기도 하지만, PGA 선수와 비교하면 크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LIV 선수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캐머런 스미스는 “이제 세계랭킹은 쓸모없어졌다”, “LIV 골프에서 활약하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있지만 그들의 순위가 100위, 200위 밖이라면 이상한 것 아니냐”라며 현 세계랭킹 시스템을 비판했다. 더스틴 존슨도 “이제 세계랭킹으로 선수들의 기량을 파악하기 어렵다”. “(LIV에서 뛰는) 48명의 좋은 선수들을 제외한 순위를 어떤 기준으로 삼는 것은 잘못된 일”, 패트릭 리드(미국)도 “세계랭킹이 전 세계 선수들의 정확한 순위를 반영하기 전에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LIV 선수들의 불만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지금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더스틴 존슨이나 브라이슨 디샘보가 LIV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세계랭킹 100위에도 못 드는 상황을 얼른 납득할 팬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LIV 골프의 시스템상 공정성과 객관성에 의구심이 드는 건 사실이기 때문에, 이를 명분 삼아 LIV 골프대회의 랭킹 포인트를 인정하지 않는 OWGR의 입장도 잘못되었다 할 수는 없다.

PGA와 LIV 골프의 합병이 이 문제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PGA와 LIV가 본격적으로 한 식구가 되면, LIV 골프의 랭킹 포인트 문제도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6월 두 단체의 합병 발표 이후 별다른 후속 조치도 발표되지 않은 가운데, 가까운 시일 내 랭킹 포인트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과연 LIV 골프대회가 세계랭킹 포인트을 인정받는 날은 언제일까.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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