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도 반대하는 골프공 비거리 제한 정책
PGA도 반대하는 골프공 비거리 제한 정책
  • 김상현
  • 승인 2023.09.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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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GA와 R&A가 새로 발표한 골프공 비거리 규제 조치에 대해 반발이 거세다. 올해 3월, 이 조치가 발표된 직후부터 몇몇 선수들이 공개적으로 반발했고, PGA도 반대 의견을 표했다.

 

골퍼들의 장타에 대한 로망

 

골퍼에게 비거리는 다다익선, 즉 길면 길수록 좋은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아마추어 세계에서는 비거리가 곧 실력과 동의어로 여겨질 때가 많고,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비거리만큼 정확도도 중요하지만, 비거리만으로도 경기에서 얻는 이점이 크니 말이다. 또한, 골퍼치고 ‘장타의 로망’을 갖지 않은 사람은 없다. 비거리가 길면 길수록 경기에서 얻는 이점도 크고, 로망까지 충족할 수 있어 오늘도 수많은 골퍼가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프로 세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드라이버로 대표되는 비거리보다 퍼팅으로 대표되는 정확도가 중요하다는 ‘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돈’이라는 격언도 점점 옛말이 되고 있다. 물론 지금도 퍼팅, 나아가 정확도는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이젠 ‘드라이버가 쇼와 돈 모두를 책임진다’는 말이 나올 만큼 비거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프로골퍼의 평균 비거리는 점점 길어지고 있고, 프로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 전장도 그에 맞춰 길어지는 추세다.

 

비거리 제재에 나선 골프계

 

골프를 치고, 또 골프경기를 보는 이유 중 하나가 시원시원한 장타이니 이러한 현상을 꼭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문제는 비거리의 중요성이 두드러지는 만큼, 선수들의 플레이도 비거리 위주의 천편일률적인 양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몇몇 소수만의 의견이 아니다. 그리고 세계 골프 규칙을 주관하는 USGA(미국골프협회)와 R&A(영국왕립골프협회)가 우려하고, 나아가 문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과도하게 길어진 비거리 때문에 골프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골프코스가 무한정 길어질 수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USGA와 R&A는 비거리 제재에 적극 나서고 있다.

비거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선수의 실력과 피지컬, 두 번째는 클럽, 마지막으로 공이다. 선수 본인의 실력이나 피지컬을 제한할 수는 없다. 도핑을 했다면 모를까, 도핑 없이 열심히 연습해서 실력을 키우고 근력과 체력을 높였다고 제재를 가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결국, 제재 대상이 되는 건 공과 클럽이다.

‘고반발 드라이버’나, ‘비거리 전용 골프공’ 등은 예전부터 프로 세계에선 금지되었다. 과학 기술을 무기 삼아 지나치게 비거리가 길어지는 ‘기술 도핑’ 현상을 막기 위함이다. 기술 도핑은 골프뿐만이 아니라 모든 스포츠계의 공통적인 고민이기에, 특별히 반발력을 높인 드라이버나 골프공을 금지하는 조치는 큰 반대에 부딪히진 않았다.

 

골프용품에 대한 제재

 

하지만 2022년부터 드라이버 샤프트 길이를 48인치에서 46인치로 줄였을 땐 반대여론이 있었다. 특히 48인치 샤프트를 무기 삼아 50대의 나이에 메이저 챔피언에 등극하는 괴력을 보여 준 필 미켈슨은 이 조치에 ‘바보 같은 결정’이라며 공개적으로 저격하기도 했다. 또 몇몇 선수는 부랴부랴 샤프트 길이를 줄이고, 적응하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 하지만 이 규정도 지금은 프로 세계에서 완전히 자리 잡았다.

문제는 골프공이다. 이전부터 골프공 비거리 제재는 존재했지만, 더 엄격해질 예정이다. 현행 기준상 골프공은 헤드스피드 120마일, 발사각 10도로 공을 쳤을 때 최대 317야드를 넘겨서는 안 된다. 그런데 USGA와 R&A가 새로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6년 1월부터 헤드스피드 127마일, 발사각 11도로 조정한 후 공을 쳤을 때 317야드를 넘는 골프공을 써서는 안 된다. 즉 기존보다 공의 반발력을 더 줄여야 한다. 이 규정이 예정대로 시행되면 프로들의 평균 비거리가 최소 15야드는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온다.

 

골프공 비거리 규제에 대한 반발

 

이러한 골프공 비거리 규제에 대한 반발이 무척 거세다. 올해 3월, 이 조치가 발표된 직후부터 몇몇 선수들이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저스틴 토머스, 샘 번스, 브라이슨 디섐보 등 거물들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하고,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비판하기까지 했다. 또 선수만큼이나 이 문제의 당사자라 할 수 있는 골프공 제조업체들도 반발했다. 타이틀리스트는 이 조치가 ‘문제를 일으키는 해결책이며, 골프계에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평했고, 브리지스톤도 우려를 표했다. 

그 후 몇 달이 지났지만, 반발이 수그러들기는커녕,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PGA 투어의 제이 모너핸 커미셔너가 USGA와 R&A에 골프볼 비거리 제한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모너핸 커미셔너는 이사회와 PGA투어 회원들에게 보낸 서한 등에서 ‘비거리 증가를 억제할 필요는 있지만, USGA와 R&A가 제안한 골프볼 비거리 제한 정책은 정당화될 수 없고 경기에 최선의 이익이 되지도 않는다’, ‘골프공 비거리 제한을 선수위원회에서 논의했지만,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 ‘USGA와 R&A가 제안한 내용은 타당하지 않고 골프대회에 최선의 이익의 되지 않는다는 믿음이 폭넓게 존재한다’ 등으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PGA가 직접 반대를 표한 것이다. PGA의 반대에 USGA와 R&A는 ‘지금은 통지 및 의견 수렴 기간이며,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PGA의 피드백에 감사한다’고 점잖게 반응했지만, 앞으로 PGA, 그리고 USGA, R&A 간의 대립으로 불거질 가능성도 없진 않다.

 

더 세진 골프공 비거리 규제 가능할까

 

분명 비거리가 골프의 로망이며, 실용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또한, 비거리가 지나치게 길어지면 골프의 본질을 훼손시킬 수도 있다. 그동안 클럽이나 공의 지나친 비거리를 제한하는 조치들에 큰 반발이 없었던 이유도, 과도한 비거리에 대한 제재가 필요함을 골프계 대부분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전보다 강해진 골프공 비거리 규제 조치는, 이전보다 훨씬 큰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 개인적인 반대를 넘어 PGA라는 거대 단체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한 만큼, USGA와 R&A도 이를 무시하긴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과연 2026년 1월부터 골프공 비거리를 더욱 제한하겠다는 USGA와 R&A의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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