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과 골프 그 복잡미묘한 관계
재벌과 골프 그 복잡미묘한 관계
  • 나도혜
  • 승인 2023.08.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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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성장에 있어 기업의 비중이 큰 가운데 골프 역시 재벌들의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세계 골프계에서 한국 프로골퍼들의 지속적인 활약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키우면서 재벌기업들의 광고효과가 극대화되고 있기도 하다.

 

프로스포츠와 기업

 

거대한 산업으로 발전한 스포츠의 성장에 있어 기업의 비중은 매우 크다. 기업들은 스포츠를 이용한 마케팅을 스스로 전개하기도 하고 스폰서나 광고주로 나서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이 스포츠에 유입되고 스포츠의 산업화를 앞당겼다. 프로스포츠에서 기업들의 자금은 중요한 수익원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프로스포츠에서 대기업의 비중은 더 크다. 1980년대 초반 정권의 필요에 의해 프로화가 급격히 진행된 우리나라의 프로스포츠는 그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기 전에 리그가 만들어져 자생력을 갖출 수 없었다. 특히, 구단과 리그 운영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야구와 축구에서 재벌들의 자금은 리그를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재벌의 마케팅 수단

 

재벌들은 프로구단을 소유하고 운영하면서 이익의 사회 환원을 했고 기업 이미지 제고와 함께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지금도 프로야구와 축구팀과 관련한 보도를 통해 재벌기업들은 이름이 수시로 대중들에게 노출된다. 물론, 이미 대중적으로 큰 인지도를 가진 재벌들의 프로스포츠 구단을 통해 광고효과가 이전보다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대중들에 대한 지속적인 이미지 노출효과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이에 재벌들은 프로스포츠 마케팅을 우리나라를 넘어 해외로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 해외 유명 프로구단들의 스폰서로 나서기도 하고 올림픽과 월드컵의 광고주로 나서고 있기도 하다. 

골프 역시 재벌들의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국내외 골프투어 경기에서 재벌기업들의 광고를 시청자들은 쉽게 볼 수 있다. 우리 골프가 여성 선수들의 지속적인 활약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그 인지도를 키우면서 재벌기업들의 광고효과가 극대화되고 있기도 하다. 전 세계 시장을 상대로 마케팅을 해야 하는 기업들에게 골프는 아주 효과적인 광고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삼성가의 골프 사랑

 

반면에 골프 자체를 즐기는 재벌도 있다. 삼성그룹의 창업자 고 이병철 회장은 골프 애호가로 유명했다. 그는 국내 골프 인프라가 부족했던 시절, 일본에서 골프를 배웠고 유명인사들이 주류를 이루는 일본 골프장의 정회원이기도 했다. 

그는 틈만 나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라운드를 즐겼다. 이는 삼성그룹이 다수의 골프장을 운영하는 계기가 됐다. 이병철 회장의 골프 사랑은 그의 후계자인 고 이건희 회장과 그 이후 그룹의 후계체제를 이끄는 이재용 회장으로 이어졌다. 

이건희 회장 역시 골프장 라운드를 즐겼다. 그는 골프를 기업경영의 연장선상으로 여겼다. 이건희 회장은 골프에 있어 매너를 중요시했다. 그에게 골프는 함께 라운드하는 이들의 사람됨을 파악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 별세 후 삼성그룹을 이끄는 이재용 회장 역시 골프 라운드를 즐기고 있다.  

이런 삼성그룹 오너들의 골프 사랑은 박세리와의 인연과 연결됐다. 박세리의 미국 진출 초창기에 삼성그룹은 그 성공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었던 박세리의 메인 스폰서로 나서며 그를 지원했다. 당시는 IMF 경제 위기 발생 후 기업들의 투자가 크게 위축됐던 때라 이 시점에 광고나 마케팅 비용 감축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삼성은 과감히 박세리의 스폰서로 나섰고 박세리의 성공에 큰 힘이 됐다. 결과적으로 박세리의 성공은 삼성의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더 공고히 했다. 결과를 떠나 삼성의 이러한 결정은 삼성 오너가의 골프 사랑이 그 밑바탕에 있었다. 

재계 서열 1위 삼성의 골프에 대한 애정은 다른 재벌기업에도 영향을 줬다. 많은 재벌 오너들이 골프를 취미로 삼았다. 다만, 그 성격은 비즈니스적이었다. 골프가 가지는 은밀성과 시선 회피의 장점은 골프를 통한 현안 논의와 고객에 대한 특별한 접대를 가능하게 했다. 또한, 골프가 가지는 고급 스포츠로의 이미지는 국내외 저명인사들과 영향력 있는 인사들과의 교류에도 장점이 있었다. 골프는 기업경영에 있어 필수적 요소이기도 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만든 신세계그룹

 

그 한편에서 골프를 새로운 비즈니즈 모델로 만들어가는 기업도 있다. 평소 SNS를 통한 대중 소통에 적극적이고 인플루언서이기도 한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그와 관련한 대표적 인물이다. 

정 부회장은 평소 야구광으로 알려져 있고 이는 프로야구단 인수로 이어졌다. 그는 틈만 나면 자신이 구단주로 있는 SSG 랜더스 경기를 경기장에서 직접 관전하고 응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SSG 랜더스 구단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으로 구단 인프라를 리그 최고 수준으로 만들기도 했으며, 더 나아가 쇼핑몰과 결합한 야구 전용구장 건립도 진행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 부회장은 골프 애호가의 면모도 보이고 있다. 그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해외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는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를 일부 언론들이 보도하면서 부정적 여론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이는 신세계그룹의 뿌리가 삼성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범삼성가의 골프 사랑의 한 단면이기도 했다. 

최근 정용진 부회장의 신세계그룹은 프리미엄 골프연습장 사업을 시작했다. 골프연습장과 스크린 골프장을 혼합한 모습이며, 회원제 골프연습장를 표방하며 차별화되고 고급스러운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그동안 상당수 재벌기업들이 골프장을 소유하고 운영하면서도 이를 언론과 대중에 노출되는 걸 꺼리는 것과 달리 신세계그룹은 골프를 그들의 비즈니스로 편입시키고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 긍정적으로 변한 골프에 대한 분위기와 커진 대중성, 미래 산업으로의 가치를 본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골프를 통해 건강 찾은 재벌

 

골프에 대해 애초부터 긍정적 자세를 견지했던 재벌들과 달리 상황 변화에 따라 태세를 전환한 예도 있다. 대표적 인물이 얼마 전 타개한 대우그룹 고 김우중 회장이다. 

김우중 회장은 다른 재벌들과 달리 골프에 큰 취미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기업을 경영하던 당시 상시로 해외 출장을 다니는 등 활발한 대외 활동을 해서 골프를 즐길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우그룹 사태로 그룹이 연쇄 부도와 함께 공중 분해되는 비운 속에 장기간 해외 유랑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는 세계 경영의 선구자로 칭송받았지만, 대우 사태 이후 방만한 경영을 하여 막대한 세금을 체납한 부도덕한 기업인으로 낙인찍혔다. 

졸지에 그가 이룬 모든 것을 잃은 그가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건 골프였다. 그는 해외 체류 기간 골프에 입문해 골프는 중요한 취미로 자리했으며, 골프를 통해 건강을 되찾기도 했다. 

 

재벌과 골프의 상관관계

 

이렇게 우리 기업의 역사, 특히 재벌기업과 골프는 분명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골프는 대외 노출에 민감한 재벌기업 오너들이 보다 편안하게 운동을 즐길 수 있고 다양한 만남을 가능하게 했다. 

그 과정에서 부적절한 로비의 창구로 골프가 활용되는 부작용도 있었고 골프가 귀족 스포츠라는 이미지를 가지게 하는 부작용도 있었지만, 골프의 순기능은 재벌기업 오너들이 골프를 끊지 못하게 했다.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이고 매너와 애티켓을 중시한다. 이는 심신을 단련하고 사람의 인성을 함양하는 데 도움이 된다. 목표 지향적인 스포츠라는 점에서 승부욕을 자극하는 요소도 된다. 이런 골프의 속성은 보다 건전한 기업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제 골프는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성을 가지는 스포츠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재벌과 골프의 관계는 골프의 역사를 말할 때 흥미로운 이야기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GJ 나도혜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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