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 골프 벌써 1년, 골프계 왕따 된 사연
LIV 골프 벌써 1년, 골프계 왕따 된 사연
  • 나도혜
  • 승인 2023.02.1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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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회원들의 LIV 골프 진출을 강력하게 규제해온 미국프로골프(PGA)투어가 최근 대학생이나 아마추어 등 비회원까지도 LIV에 진출할 수 없도록 규정을 대폭 강화했다. 지난 1일 미국의 여러 골프 채널들을 통해 발표된 소식에 의하면 2022~2023 시즌부터 시행되는 새 규정에 따라 ‘승인받지 않은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는 향후 1년간 PGA 투어의 모든 공인 대회에 출전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LIV 골프 출범 이후 PGA는 꾸준하게 부정적인 기조를 유지해왔지만 이번 발표는 차원이 다르다. 프로 선수가 아닌 학생이나 아마추어로 그 범위를 대폭 확대했으며, PGA 투어뿐만 아니라 콘페리투어 대회나 해당 대회의 월요예선 및 자격시험까지 제한하며 말 그대로 LIV를 세계적인 ‘왕따’로 만들어버리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LIV 골프 출범 1년을 맞이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골프 시장에 뛰어든 이유와 이에 대한 전 세계인들의 날선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팩트를 기반으로 알아보자.

 

LIV의 나라, 사우디아라비아

 

 

 

LIV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가 후원에 나서며 출범 이전부터 큰 화제를 불러 모은 신생 투어로 총 48명의 선수가 컷오프 없이 3라운드(54홀) 경기를 하는 대회이다. LIV(리브)는 로마자로 숫자 54를 뜻하는데, 총 54홀 경기가 이루어지는 데에서 그 명칭이 유래되었다.

일반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떠올리면 ‘석유 재벌’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일 것이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로 1인당 GDP가 약 4만달러(한화 약 5천만원) 수준에 달한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부자인 나라에 속하지만 정작 사우디 국민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며, 특히 여성 인권은 바닥이나 마찬가지다. 이슬람 율법상 여성은 직접 운전조차 할 수 없으며 외출 시 히잡과 아바야 등 전통의상을 입어 전신을 가리도록 되어 있다. 또한 남성 보호자 없이는 여행하거나 공공장소에 출입할 수 없다는 점 또한 황당하지만 현실이다. 이처럼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탓에 사우디아라비아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나 해외 투자유치에서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LIV 골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업계의 공통된 의견

 

LIV 골프 출범 이후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이를 향한 싸늘한 시각은 여전하다. 아니, 전 세계 골프계에서 LIV 골프를 대하는 시선은 최근 PGA투어의 규정 강화만 보더라도 더욱 심해졌다고 할 수 있다. LIV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은 PGA 뿐만 아니라 업계 관계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 예로 미국 내 최고의 명문 회원제 골프장으로 손꼽히는 세미놀 골프클럽이 LIV 골프에 합류한 선수는 세미놀 골프클럽이 개최하는 프로암 대회 출전을 금지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언뜻 봐서는 아무리 유명한 골프장이라고 하더라도 일개 골프장이 한 국가의 골프 투어를 보이콧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세미놀 골프클럽에서 개최되는 세미놀 프로-멤버스 대회의 경우 해당 클럽의 회원은 물론 각계의 유명 인사들이 최정상급 프로 선수들과 골프를 치며 친목을 도모하는 장으로 정평이 나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해 세미놀에서 개최된 프로암의 경우 출전 선수 명단이 워낙 화려해서 PGA 투어 중 하나인 혼다 클래식보다도 탑클래스 선수들이 더 많이 출전했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였다.

이처럼 골프계에서 중요한 입지를 담당하고 있는 관계자들도 공개적으로 LIV 보이콧에 나서며 사우디 투어는 출범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사우디 골프가 인정받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골프 투어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 골프인들의 인정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많은 자본이 투입된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골프계의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우디가 가장 크게 비난받는 이유인 ‘여성 인권’은 여전히 바닥이고,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현지에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LIV 강행에 나서는 모습은 세계인들의 반감을 더욱 가중시킬 뿐이었다.

여기에 LIV 골프의 커미셔너인 노먼과 미컬슨의 거만한 엘리트주의 역시 PGA를 필두로 한 반LIV 세력들이 한데 모이는 계기가 됐다. 특히 미컬슨은 젊은 시절부터 “PGA 투어는 30명의 최정예 선수들만 출전할 수 있도록 변해야 한다”라고 주장해왔는데, 이렇게 된다면 30위권 밖의 선수들은 모두 실직자가 되는 셈이다. 선수의 수명이 길고 아무리 정상급 선수라고 하더라도 순위권 변동 폭이 큰 스포츠인 골프에 대해 이 같은 엘리트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설계한 LIV에 대한 반감이 1년만에 역대 최고 수준을 향해가고 있다.

사우디 골프가 골프인들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앞선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할 것이다. 아무리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라지만, 현실은 돈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법이다.

 

 

GJ 나도혜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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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환철 2023-02-18 07:36:11
인권 문제는 많은 나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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