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캐디 생활 : 캐디가 자주 하는 선의의 거짓말

2022-10-19     강태성

 

캐디는 어떤 직업인지, 캐디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골프는 어떤 운동인지, 캐디 생활을 하면서 애환은 무엇인지 등 현직 캐디에게 듣고 전하는 생생 후기를 통해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보자.

 

전 국민이 알고 있는 ‘3대 거짓말’이 있습니다.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는 말과 시집가기 싫다는 노처녀의 말, 그리고 빨리 죽어야겠다는 노인의 말’인데요. 

어느 장사꾼이 손해를 보면서 물건을 팔겠냐마는 요즘과 같은 코로나 시대에는 이익이 많지 않더라도 손님이 많이 와서 판매가 잘 되거나 회전율이라도 높아졌으면 할 것입니다. 결혼 적령기도 남녀 모두 30대가 넘어선 것으로 조사 결과가 나왔고, 주거, 취업, 출산 등의 걱정으로 인해 결혼을 포기하는 청년들도 많아졌기 때문에 이마저도 거짓말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의학이 발달하고 평균 수명이 증가하다 보니 빨리 죽어야 한다는 노인들의 말도 이제는 단순히 거짓말로만 생각할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골프 현장에서는 어떤 거짓말이 오갈까요? ‘망우리에 가면 핑계 없는 무덤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말처럼 골퍼들도 유독 오늘만 공이 잘 맞지 않는다거나 필드에 오랜만에 나왔다는 거짓말을 하며, 캐디들도 나이스하지 않은 샷을 나이스 샷이라고 외치며 거짓말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20미터 비거리가 증가하고 잘못 맞아도 똑바로 가는 클럽 제조사들의 광고도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을 것입니다. 

 

먼 길을 달려온 골퍼에게 매몰찬 한마디는 그만!

 

사실 캐디와 같이 서비스 업종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손님에게 하는 립 서비스는 너무 과하지 않다면 윤활유와 같은 것인데요.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골프장이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골퍼는 최소 한 시간 이상 운전을 해서 도착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새벽이나 아침 일찍 준비해서 티업 시간을 맞추게 되는데요. 아직 몸이 제대로 풀리지도 않았고 긴장한 탓에 첫 티샷이 훅이나 슬라이스가 날 수 있습니다. 

그때 매몰차게 들려오는 ‘나갔습니다!’라는 캐디의 말은 18홀 내내 머릿속을 맴돌 것입니다. 물론 누가 봐도 완전히 나간 볼이라면 다른 말을 하기 어렵지만, 애매한 경우라면 세컨샷 지점에 가서 확인해 보자고 이야기합니다.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캐디는 OB 또는 해저드 구역으로 떨어졌는지 알 수 있는데요. 이때 캐디의 말은 선의의 거짓말로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뒤 팀이 아직 준비 중이거나 앞 팀과 여유가 있다면 잠정구를 치거나 동반자들의 양해를 얻어 멀리건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멀리건을 남발하면 티샷을 잘못 쳤을 때마다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하면서 경기 속도를 보고 판단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거리측정기로 홀 위치까지의 거리를 직접 확인하는 골퍼들이 많기 때문에 거리에 대해서 숨기는 캐디들이 거의 없는데요. 간혹 장타를 친다고 말하는 골퍼들이 있으며 파5 홀에서 세컨샷을 할 때 사실 어떤 클럽을 사용해도 투온에 성공하지 못하겠지만 우드로 투온을 노리는 골퍼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는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캐디가 보는 라인을 믿어야 스코어를 줄일 수 있다

 

프로골퍼들도 짧은 거리에서 퍼팅할 때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캐디들도 아무리 오래 골프장에서 일했더라도 경사, 핀 위치, 시간, 날씨 등 여러 가지 고려할 요소가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볼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또한, 당기면서 퍼팅을 하는 골퍼도 있고 클럽 헤드가 열려서 퍼팅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완벽하게 라인을 볼 수 없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골프장에서 오래 일을 한 캐디의 말을 믿어야 합니다. 왼쪽으로 퍼팅을 해야 홀 컵에 들어갈 것 같은데 똑바로 치면 된다는 캐디의 말은 거짓말이 아닙니다. 이때만큼은 캐디의 말을 들어야 스코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친구들과 라운드를 하는 경우, 스코어에 민감하기 마련인데요. 분명 더블보기를 한 골퍼의 점수를 적으려고 할 때 보기를 했다고 우기면 순순히 실수라고 하며 보기로 스코어를 적는 경우도 있는데요. 굳이 더블보기를 밝혀 민망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은 캐디의 선의의 거짓말입니다. 1~2년 이상의 경력이 되면 캐디들은 스코어를 잘못 계산하지 않기 때문에 즐거운 라운드를 위해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경기 외에 사적인 부분에서도 나오는 거짓말

 

골프는 4~5시간 동안 플레이하며 골퍼와 캐디가 함께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대화를 하게 되며 이때도 거짓말은 필수가 되는데요.

캐디들은 경력이 얼마나 되었냐는 고객들의 질문에 2~4년 사이라고 둘러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입이라고 하면 너무 초보처럼 보일 것이고, 오래 일을 했다고 하면 이어지는 질문이 예상되기 때문인데요. 캐디 경력이 많다고 하면 돈 많이 모았겠다는 말이 십중팔구 나오게 됩니다. 

차라리 플레이어 중에서 누가 가장 어려 보이고, 누가 가장 나이가 들어 보이냐는 질문을 한다면 많게는 10년, 적어도 4~5년 정도는 젊게 보인다고 이야기할 수 있으며, 투온에 성공한 골퍼에게 “구력이 상당할 것 같다”거나 “필드에 자주 나오냐?” 등의 선의의 거짓말은 필요합니다. 

물론 골퍼들도 “초보 골퍼를 제외하고는 신경 쓸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라운드를 하다 보면 그 말을 했던 골퍼를 챙기기에 더 바쁜 경우가 있는데요. “꼭 오늘만 공이 안 맞는다”는 골퍼의 말이나 “OB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으니 가서 확인해 보자”는 캐디의 말은 그날의 플레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선의의 거짓말일 것입니다.

 

 

GJ 강태성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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