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히오 가르시아와 틴 컵

2021-12-22     Vincent Kim

 

골프를 소재로 한 영화 ‘틴 컵’을 아시나요? 세계적인 프로골퍼들의 시합에서도 틴 컵의 주인공과 비슷한 사례들이 있는데요.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틴 컵이란 별명을 얻게 된 계기를 알아볼까요?

 

안전형이냐? 공격형이냐?

 

골프를 잘 모를 때 틴 컵(Tin Cup, 1996년)이란 영화를 재밌게 봤었는데요. 지금도 가끔 이 영화를 찾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하고 생각해봅니다. 

간단히 말해, 아주 중요한 경기에서 마지막 18번 파5홀이 남았습니다. 티샷을 잘해 놓고 이제 세컨샷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린 앞을 가로막고 있는 워터 해저드. 레이 업을 해서 3번째 샷을 그린에 붙여 버디를 노릴지, 아니면 세컨샷을 직접 공략해 이글이나 버디를 노릴지. 이 경우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물론 대회의 중요성, 남은 거리, 바람의 방향, 그날의 컨디션, 핀의 위치, 그린 주변 등 여러 가지 요소를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을 해야 할 텐데요. 전 제가 정말 자신이 없다면 아무래도 안정적으로 레이 업을 선택해서 어프로치샷을 좀 더 정교하게 할 계획을 세울 듯 합니다.

그런데 프로들의 경기를 보게 되면 오히려 레이 업을 해야 할 설득력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대부분 그린을 공략하는 경우를 더 많이 보는 듯합니다. 그리고 그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이러한 멘트를 날려주면 완전 멋진 골퍼가 되기도 합니다.

만약 내가 다시 해야만 한다면, 나는 여전히 그 샷을 했을 거야.(“If I had it to do all over again, I’d still hit that shot.”)

 

영화 ‘틴 컵’ 스토리

 

이러한 상황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그건 그 공을 플레이하는 골퍼의 선택이기에 분명 옳고 그름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틴 컵이란 영화에서는 이 상황에서 투온을 노리다가 공이 물에 빠졌고 주인공은 워터 해저드 근처로 가서 드롭을 해서 네번째 샷을 하는 것 대신에, 다시 제 자리에서 그린을 향해 스윙을 합니다. 그리고 이어 계속해서 실패를 합니다.

갤러리들은 “드롭하고 치세요(Take the drop)”라고 외치고, 주인공은 마음속으로 “난 물을 넘길 수 있어(I can make it across)”라고 끝까지 자신을 믿으며 자신의 스윙을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12번째 샷이 물을 건너 바로 홀컵으로 빠져들어 갑니다.

이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부터 5년이 지나면 누가 이기고 졌는지를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지만, 그들은 당신의 12를 기억할 거예요.(Five years from now nobody will remember who won or lost, but they're gonna remember your 12!)”

 

가르시아와 2013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세계적인 프로골퍼들의 시합에서도 틴 컵의 주인공과 비슷한 사례들이 있었는데요. 세르히오 가르시아(Sergio Garcia)는 2013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 17번, 18번홀 퀴드러플 보기와 더블 보기 이후 틴 컵이란 새로운 별명을 얻게 되었는데요.

이 대회 마지막 날 16번홀까지 공동 선두였던 가르시아! 17번 135야드 파3홀에서 피칭 웨지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2개를 연달아 물에 빠뜨리고 5구 만에 그린에 올려 2펏으로 4개 오버파를 기록합니다.

이때에도 가르시아는 첫 번째 공이 빠졌을 때 드롭존으로 이동하지 않았고 티잉 그라운드에서 3구, 5구를 같은 피칭 웨지로 쳐서 결국 그린에 공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이날 인터뷰에서 가르시아는 “나는 연속해서 좋은 샷을 많이 쳤었기에 난 17번홀에서 너무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I Probably got too confident on 17. I had hit many good shots in a row)”고 이야기했습니다.  

이 대회가 끝난 후 8년이 지난 지금, 이 대회에서 우승한 타이거 우즈의 이름은 더욱 커져 있고, 아쉽게도 이날 틴 컵이 되고자 했었던 가르시아는 절어서(choked) 제대로 스윙을 못 한 비운의 선수로 더욱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도 그의 파3홀 7이란 숫자를 영광의 순간으로 기억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르시아는 2018년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도 파5 15번홀에서 세컨샷한 공이 물에 빠져 드롭하고는 결국 13타로 옥튜플 보기(한 홀에서 8타를 잃는 것)를 기록하며 다시금 틴 컵 이야기가 나왔었는데요.

하지만 이날은 세컨샷이 물에 빠지고 그린 쪽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가 드롭을 한 후 스윙을 했기 때문에 진정으로 틴 컵 이야기가 나올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유사 틴 컵이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김시우와 안병훈에게 닥친 유사 틴 컵 상황

 

이러한 유사 틴 컵 상황은 최근 김시우 선수에게도 있었는데요. 지난 11월 9일(한국시각) 월드골프챔피언십 페덱스 세인트주드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한 그가 한 홀에서만 무려 10오버파를 쳤습니다. 아일랜드 그린을 공략하기 위해 첫 티샷한 공이 물에 빠진 후 그는 드롭존에서 계속해서 핀을 공략했고, 결국 11타 만에 그린에 올린 후 최종 13타 만에 홀 아웃했습니다.

유사하게 안병훈 선수도 올해 3월 열린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파3 17번홀에서 11타 만에 홀 아웃하는 악몽을 경험했습니다.

우리 주말골퍼에게 소위 ‘양파 제도’가 있는 건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쩌면 틴 컵 주인공의 선택은 소위 무모한 짓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의 선택, 다시 그때로 돌아가더라도 그 자리에서 그 샷을 성공시킬 수 있겠다는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그 샷은 평생을 두고 선명하게 기억에 남을 멋진 순간이 될 것입니다.

영화 틴 컵의 주인공처럼 자신이 원하는 샷을 하고 자신이 원하는 사랑도 쟁취하는 그런 우리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More Info

영화 ‘틴 컵’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골프 영화. 텍사스주 시골의 레슨프로인 주인공이 우여곡절 끝에 US오픈에 출전해 과감한 공략으로 눈앞의 우승을 놓치면서도 자신만의 플레이를 펼친다. 

US오픈 마지막 라운드 18홀에서 보여주는 주인공의 플레이는 ‘골프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어떤 태도가 진정 골프를 즐기는 것인가’ 질문을 던진다.

 

 

GJ 글 Vincent Kim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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