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의 확장 : 생활 속으로 들어온 골프

골프는 적절한 장비와 시설이 있어야 즐길 수 있는 운동이다. 하지만 스크린골프와 실내골프연습장의 등장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공간적 제약이 줄어든 가운데, 부동산에도 골프의 인기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골프는 장소가 중요한 운동이다. 적절한 장비와 거기에 맞는 시설이 있어야 골프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개의 홀과 구간 사이의 거리가 요구되기 때문에 골프장에 가야만 즐길 수 있는 종목 중 하나였다. 

그런데 골프장의 이런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는 것이 바로 스크린골프와 실내 골프연습장이다. 골프에는 항상 잔디가 깔린 넓은 부지가 필요하다는 편견을 깨고 골프장을 찾아 멀리 가지 않아도 도심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부동산에도 골프 인기 반영 중

골프의 인기는 골프 관련 업계의 매출 상승이나 골프 관련 미디어와 콘텐츠의 활성화에 그치지 않는다. 부동산에도 골프의 인기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파트 단지 내부에 들어서는 실내 골프장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지난 5월 국세청이 100대 생활업종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스크린골프장과 실내 골프연습장은 1년 동안 13% 증가했다. 스크린골프장 역시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스크린골프 업체인 골프존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작년 대비 각각 46.5% 증가한 1058억원, 113% 증가한 300억원이었다.

이처럼 골프의 인기가 많아지면서 집 근처에 지어지는 골프장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골프가 이제는 아파트 단지 내부로까지 진출한 것이다. 

2020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 가구 중 아파트에 거주하는 가구는 전년 대비 38만 가구 증가한 1,078만 가구로 전체의 51.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 가구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니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오고 아파트가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 나아가 대한민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다. 또 신축 아파트가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도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골프장이 아파트의 셀링 포인트로 두드러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골프장 아파트에 대한 단상

골프장 아파트라면 으레 골프장 근처의 아파트를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 몇몇 아파트는 골프장 코앞에 위치하며 눈길을 끈다. 심지어 최근에는 골프클럽 안에 초고가 프리미엄 빌라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보도되기도 했다. 

이러한 골프장 아파트는 단점도 있다. 아파트 근처에 골프장이 있다면 골퍼로서는 더 바랄 게 없는 입지일 것이다. 하지만 아파트 주민과 골프장 측이 충돌하는 예도 잦다. 골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빛 공해가 문제가 되기도 하고, 골프장에서 날아온 공이 아파트 창문을 깨는 아찔한 사고가 터지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아파트 단지 내에 실내 골프연습장과 스크린골프장을 갖춘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파트의 커뮤니티 시설이 아파트 단지 전체의 품격을 좌우하는 셀링 포인트 중 하나로 여겨지는 가운데, 실내 골프연습장이나 스크린골프장이 입주민들의 눈길을 끌 커뮤니티 시설로 여겨지는 것이다. 실제로 스크린골프장이나 실내 골프연습장은 설비만 잘 갖추면 커뮤니티 시설로서 충분히 기능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건 물론, 말 그대로 ‘커뮤니티’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방음 시설을 잘 갖추면 소음이나 빛 공해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타인과 신체 접촉이 적은 편이라 방역에도 유리하다.

부동산 시장 분석업체인 부동산인포가 9월 29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올해 청약경쟁률 상위 10곳 중 다섯 곳에 실내골프장이 위치해있다.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동탄역 디에트르나, 강남권의 래미안 원베일리 등이 골프연습장을 포함하고 있다. 골프연습장을 갖춘 아파트는 아직 많지 않지만, 이런 분위기를 타고 앞으로 점점 증가할 전망이다.

부동산인포 리서치 측에서는 수영장이나 체육관 등은 큰 규모의 단지가 있어야 하고 입주 이후 잘 이용하지 않으면서 골칫거리가 되기도 하지만, 골프연습장은 세대수가 적어도 들어갈 수 있고 관리 비용이 저렴한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름 있는 아파트는 커뮤니티 시설에 골프연습장을 필수로 포함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골프연습장이 있는 신규 주택의 공급도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대전의 도안신도시에 짓는 더샵 도안트위넌스에 실내 골프연습장이 들어선다. 경기 하남에서 분양하고 있는 더샵 하남에디피스 역시 실내 골프장을 도입한다. SK에코플랜트가 인천에 건설하는 학익 SK뷰는 실내 골프연습장과 스크린골프장이 모두 있다. 경북 안동의 안동역 영무예다음 포레스트 역시 실내 골프연습장을 포함하고 있고, 경주의 신경주 더 퍼스트 데시앙도 골프연습장이 지어진다.

아파트 단지안 스크린골프

최근 지어지는 아파트들은 점점 더 많은 시설을 아파트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상가나 각종 편의시설이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면서, 아파트의 주민들은 단지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많은 것을 단지 안에서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는 시설들을 주민들의 수요를 반영한다. 사람들에게 필요하고, 사람들이 원하는 시설이 단지 안으로 들어가면서 점점 가까워지는 것이다.

골프연습장이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사람들이 골프 시설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식당이나 마트 등 생활을 위해서 꼭 필요한 시설이 아닌 골프가 아파트 단지 시설에 포함되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이 골프를 즐긴다는 것이다. 멀리 가지 않아도 골프를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골프장까지 방문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골프연습장은 점점 더 사람들의 주거공간 가까이에 들어가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다인원 모임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소수의 인원과 비교적 안전하게 골프를 치고 싶어 하는 심리 역시 반영되었을 것이다. 골프는 점점 더 사람들의 삶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아파트 내 골프 시설은 나날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골프를 향한 관심도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가 이어지는 한 여가를 향한 수요를 골프장이나 스크린골프장이 흡수하는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MZ세대로 대표되는 젊은 팬층이 두껍게 형성되어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업계를 든든히 지탱할 것이라는 예측도 많다.

나날이 높아지는 골프의 인기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0년 생활체육 관련 강좌/강습 경험이 있는 종목 중 골프가 12.3%로 모든 종목을 통틀어 네 번째로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체육 동호회 가입 종목 중에선 축구·풋살(20.8%)에 이어 골프가 14.4%로 2위를 차지했다. 

2020년 지난해 골프 동호회 가입률은 전년보다 6.7% 증가하며 동호회 종목 중 가장 크게 성장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골프장과 스크린골프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크게 성장했고, 다소 부진한 실내 골프연습장도 코로나 사태가 가라앉으면 골프를 향한 수요를 흡수해 다시 성장세로 돌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골프의 인기가 드높고, 또 오랫동안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골프 시설을 갖춘 아파트도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로 골프 시설을 갖춘 아파트 분양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수도권 등 특정 지역이나 특정 아파트 브랜드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대전, 하남, 성남, 안동, 경주 등 여러 지역에서 골프연습장을 도입하거나 할 예정이다. 

특정 지역이나 특정 브랜드에 국한된 게 아니라 전국적으로 여러 브랜드에서 아파트 내 골프시설을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 아파트들이 앞다퉈 골프 시설을 도입하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만큼 골프라는 종목이 대세로 확고히 자리 잡았고, 그 대세 속에 아파트 시장도 적극적으로 반응하여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아파트 업계의 골프를 향한 러브콜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업계의 연구와 분발이 요구된다.

GJ 글 나도혜 이미지 Getty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