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어려운 개정 골프룰

2021-05-27     김태연

 

스포츠에서 득점만큼 중요한 것이 규칙이다. 그러나 공명정대하고 오차가 없을 것만 같던 규칙에서도 규칙의 해석과 적용이 어려워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골프에서도 2019년 개정된 골프룰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득점만큼 중요한 규칙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득점도 중요하지만, 득점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규칙이다.
규칙은 스포츠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멋지고 극적인 득점이었다고 하더라도 규칙을 어겼다면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서 경기가 진행되고 득점을 겨루기 때문이다. 경기장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 어떤 인종이든, 어떤 국적이든지에 무관하게 모두 동일한 규칙을 적용받는다는 점은 스포츠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문화이자 놀이라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모든 사람은 경기장 안에서 동일하다. 그 어떤 스포츠에서도 규칙에 대한 예외는 없다.
그러나 공명정대하고 오차가 없을 것만 같던 규칙에서도 문제는 종종 생기곤 한다. 규칙이 다소 애매해서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어려운 경우거나, 규칙 위반으로 볼 수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등 규칙의 해석과 적용이 어려운 경우는 상당히 많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2019년 골프의 룰이 개정되면서 그 이후로 프로 대회에서도 규칙에 관련된 문제가 간혹 발생하고 있다.

 

달라진 골프룰 점검

 

개정된 내용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네 부분에서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먼저 퍼팅 그린과 관련된 룰 개정이다. 그린 위에서 핀을 꽂은 채로 퍼팅이 가능해졌다. 예전에는 볼 자국과 홀컵 이동으로 생긴 자국에 대해서는 수리를 할 수 있었지만, 스파이크의 자국도 수리가 가능해졌고, 퍼팅 라인 개선의 의도가 없다고 퍼팅 면에도 접촉할 수 있다. 리플레이스 한 볼이 움직여도 무벌로 플레이가 가능하다.
벙커와 벌타 지역에 관련해서도 로컬룰 지정 없이 벙커 안의 루스 임페디먼트(나뭇가지나 나뭇잎 등 고정되어 있지 않은 자연물)를 제거할 수 있게 됐다. 벌타 지역 안에서 루스 임페디먼트를 움직이거나 건드려도 무벌타고 지역 안의 땅이나 물을 건드려도 무벌이 된다. 벙커 안에서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면 2벌타를 받고 벙커 밖으로 나올 수도 있게 됐다.
다음은 플레이 속도다. 분실구를 찾는 시간은 5분에서 3분으로 줄어들었고, 스트로크 시간 역시 40초로 제한됐다. 거리에 상관없이 먼저 준비된 사람부터 플레이가 가능해져서 좀 더 신속하고 수월한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구제절차도 이전보다 더 간소화됐다. 드롭을 할 때 기존에는 어깨높이에서 해야 했지만, 지면에서 1인치 이상 떨어지기만 하면 드롭을 할 수 있게 됐다. 또 원래는 홀아웃할 때까지 플레이해야 했지만, 최대타수를 설정한 후 그 안에서 홀아웃이 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홀아웃 되면서 다음 홀로 이동해야 한다. 
이외에도 손상된 클럽으로 플레이를 할 수 있거나 캐디가 뒤에서 라이를 봐주는 행위 등이 금지되었다.

 

프로 대회 규칙 관련 이슈 1

 

문제는 규칙이 대거 개정되면서 지금까지도 규칙과 관련된 잡음이 많이 들려오고 있다는 점이다. 개정된 룰이 적용될 수 있는 상황인지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1월 말에 PGA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3라운드 10번홀에서 미국 패트릭 리드의 두 번째 공이 러프에 박히는 일이 발생했다. 바운스 없이 러프에 박히면 벌타 없이 구제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리드는 경기 위원의 판정을 거쳐서 벌타 없이 경기를 진행했고 결국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경기 위원이 도착하기도 전에 리드가 임의로 공을 들어 올렸기 때문에 속임수 논란이 발생한 것이다. 모든 정황을 고려해서 경기 위원이 구제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원칙적으로는 반드시 경기 위원이 확인한 후에 구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프로 대회 규칙 관련 이슈 2

 

또한, 미국 LPGA 개막전에 참가한 재미교포 대니얼 강 역시 룰 위반 논란이 있었다. 대회 마지막 날에 코치인 부치 하먼에게 전화해서 조언을 구했는데, 이 행위가 경기 도중에 캐디를 제외하고 누구에게도 조언을 받을 수 없다는 룰 위반이라는 것이다. 
미국골프협회는 대니얼 강의 경우 스트로크 플레이 경기에서 연장전은 새로운 라운드기 때문에 규칙 위반이 아니라고 판정을 내렸다.

 

개정된 골프룰 적용

 

룰 개정으로 인해 혜택을 본 경우도 있다. 작년 7월 최호성이 부산경남 오픈에서 경기할 때 있었던 일이다. 헛스윙을 해서 공이 티에서 1cm 정도 굴러갔고, 경기위원이 공을 다시 티 위에 올려놓고 칠 것을 권고했다. 
예전대로라면 티 위에 공을 올려놓는 것도 불가하고 만약 올려놓으면 1벌타를 받아서 세 번째 샷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티 위에 공을 올려놓고 칠 수 있게 됐다.
대한골프협회(KGA)와 프로골프협회(KPGA)는 아마추어 골퍼들로부터 룰에 관한 현장 문의 전화를 자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보통 내기가 걸린 골프일 때 룰에 관한 문의가 잦다. 이처럼 개정된 골프룰의 적용에 관해서는 아직까지 여러 논란이 있다. 프로 대회에서는 물론이고 아마추어들끼리의 골프에서도 개정된 규칙은 논란이 되고 있다.
어떤 스포츠에서든 규칙을 대거 개정하고 나면 그 규칙이 완벽하게 적용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 개정된 룰에 익숙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어떤 상황에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마추어나 프로 분야를 막론하고 여전히 개정된 룰의 적용에 대해서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은 개정된 룰에 적응해가는 과정일 것이다. 프로 경기든 아마추어 경기든 룰에 대한 논란 없이 깔끔하고 수월하게 경기가 치러질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GJ 글 김태연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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