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업계 고질적인 대일 적자 해소하려면

2021-03-11     김태연

 

골프업계의 대일 무역적자는 한국 골프업계를 대표하는 ‘불편한 진실’이다. 이 현상을 달가워할 한국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엄연한 진실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골프업계의 대일 무역적자는 어떤 상황이며, 타파할 방법은 없을까.

 

먼저 근 10년의 골프 대일 무역을 살펴보면 대일 무역적자 폭이 나날이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서 발표한 ‘대일 골프 무역수지 적자 추이’에 따르면 2011년 한국 골프업계는 1억 9736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2013년에 1억 6911만 달러까지 적자 폭이 줄어들기도 했지만, 이후에는 적자 폭이 꾸준히 상승했다. 결국, 2020년에는 대일 적자 2억 3960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 골퍼의 일본 제품을 향한 짝사랑

 

적자액이 아닌 무역 구조를 보면 더욱더 우려스럽다. 2020년 일본에서의 골프용품 수입액은 2억4,835만 달러를 기록하며 2019년보다 14.6% 상승했지만, 골프용품 수출액은 875만 달러로 4.6%가 감소했다. 무역 규모가 커지고 수입액과 수출액 모두 상승하는 와중에 적자액이 커진다면 시장이 커지면서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수입은 늘고 수출이 감소한다는 건 한국 골퍼의 일본 제품을 향한 ‘짝사랑’이 계속된다는 뜻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서는 대일 무역적자액이 확대된 이유 중 하나로 코로나 사태를 들었다. 코로나 사태에서 비교적 안전한 골프장을 찾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골프용품에 대한 수요 역시 폭증했고, 국내 골퍼에게 인기가 좋은 일제에 대한 수요도 따라 폭증했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시각이다. 한국 골프 시장에서 일제의 비중이 크니 골프 인구의 급증이 일제 골프용품 판매량 증가로 이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골프업계가 ‘노재팬’ 등 반일감정의 영향을 적게 받는 업계임을 고려하면 더욱더 그렇다. 
실제로 2019년부터 시작된 노재팬 열풍으로 자동차나 맥주 등 몇몇 일본 업계가 ‘직격탄’을 맞는 가운데서도 골프용품 업계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2019년에 대일 골프 무역수지 적자가 2018년에 비해 소폭 감소했지만, 2020년에는 수입 급증으로 역대 최고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금전의 차이가 아닌 비율의 차이로 따지면 더 심각하다. 2020년 일제 골프용품 수입액은 대일 수출액의 28.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일본에 1원어치를 수출할 때 일본에서는 거의 30원어치를 수입해 오는 셈이다.

 

대일 골프 무역수지 적자의 근본적 원인

 

이처럼 대일 무역적자가 좀처럼 해결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랫동안 이 문제를 다뤄 온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의 발언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서 소장은 2019년 골프업계의 대일 무역적자에 대한 인터뷰에서 “국산 골프용품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 브랜드 이미지 등을 하루빨리 획기적으로 끌어올려야 고질적인 무역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애국심에 호소하는 마케팅은 한계가 있다. 꾸준한 품질 개선과 지속적인 프로 선수 지원 등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국산 브랜드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2년 뒤인 2021년 대일 무역적자 인터뷰에서는 “대일 골프용품 무역적자액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잠잠해지면서 국내 골퍼들이 눈치 보지 않고 일본 골프용품을 구매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애국 마케팅을 지양하고 국산 골프용품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한국 골프업계 대일 적자 문제의 근본을 꿰뚫는 지적이라 할 수 있다. 일본 제품보다 한국 골프용품의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며, 품질 개선과 마케팅 등 다양한 전략을 동원해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고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실 오래전부터 나온 이야기다. TV나 스마트폰 등 여러 분야에서 일본 못지않거나 그 이상의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내 국내외 시장을 호령하고 있지만, 한국 골프업계는 아직 세계적인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낸 경우가 드물고, 그것이 대일 적자 문제를 타파하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인 셈이다.
수입 및 수출 품목을 살펴봐도 이 점이 잘 드러난다. 작년 일본에서의 골프채 수입액이 2억2000만 달러를 기록해 전체 일본 수입의 89.1%를 차지했으며, 샤프트 등 골프채 부품 수입액이 1742만 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골프채와 샤프트 등 어떤 용품보다도 브랜드 가치가 중요하게 평가되는 제품들이 수입액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브랜드 가치 상승이 답

 

다행히 한국 골프용품 업계도 이 문제를 잘 알고 있으며, 기술력을 향상시키고 프로를 지원하며 여러모로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등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몇몇 업체는 이러한 노력 끝에 큰 성공을 거둬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 컬러볼 시장에서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골프볼 브랜드가 된 ‘볼빅’, 국내외적으로 성능을 인정받고 화제를 불러모은 끝에 최경주, 애덤 스콧도 사용하기 시작해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는 평가를 받는 샤프트 브랜드 ‘두미나’ 가 대표적이다.
한국 골프업계의 대일 적자 문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난공불락일지언정, 평생 넘지 못할 벽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국내 업체들의 브랜드 가치 상승이다. 한국 골프업계에서 국산 골프용품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볼 때 비로소 대일 적자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GJ

 

 

By 김태연 사진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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