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S LIFE] 피셔맨 최호성 스토리

2019-03-04     이동훈

Born to Fisherman

 

[골프저널] 바다에서 태어나 손가락이 잘리고, KPGA와 JGTO를 거쳐 PGA 투어에 당도한 46세 최호성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서의 최호성의 인터뷰 사진에는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2018년 그의 인기가 트위터로 퍼져 나갈지에 대해 예측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PGA 투어 무대에 선다는 것조차 예상한 사람이 없었다.
그의 출생과 과거의 시련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그래서 그의 격정적인 2018년에 대해서만 이야기해 보려 한다.

 

진정한 프로

 

아시안 투어 미디어 담당자 캘빈(Calvin Koh)은 지난 해 6월 우정힐스CC에서 열린 ‘코오롱 한국오픈’ 당시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연습 중인 최호성에게 호감을 느끼고, 나에게 “최호성에게 잘린 손가락을 보여줄 수 있는지 물어봐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최호성의 캐디(최호성의 장인)에게 다가가 아시안 투어의 스태프들이 잘린 손가락을 보고 사진을 찍고 싶어한다고 이야기하자, 연습을 중단하고 아주 환한 표정으로 우리에게 손가락을 보여주던 최호성의 얼굴이 생생하다.
이후 경상남도 양산에서 열린 ‘KPGA 선수권대회’에서 레스토랑 앞 테이블에서 식사하던 그와 마주했을 때는 강한 집중력으로 무장한 모습을 보았다. 눈이 마주친 나는 가벼운 인사를 하며 예를 표했다.
당시 그의 모습에서는 비장함 마저 감돌았지만, 대회중 KPGA(한국프로골프협회)에서 주관한 ‘최호성을 찾아라’ 이벤트를 진행할 때는 태풍의 습격으로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일일히 경상남도의 갤러리들과 호흡하며, 즐거움을 줬다. 나는 그런 그의 모습에서 또 다른 감동을 느꼈다.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에서 열린 ‘신한동해오픈’에서는 좋지 못한 성적을 내고 지인들과 함께 클럽하우스로 걸어가던 그에게 다가가서 “프로님 오늘 경기 어떠셨어요?”라고 물으니, 툭 치면서 “기자님! 아, 오늘 잘 안 되네”라고 답했다.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나에게 환한 미소를 건네던 그의 모습에서, 비록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나조차 기분 좋아지는 프로의 모습을 보았다.

 

묻혀있는 진주

 

지난 2018년에는 해외 투어 취재를 가는 일이 많아서 국내외 투어 여행기인 ‘Tour Way’에 최호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일본 피닉스골프클럽에서 열린 JGTO(일본골프투어)의 메이저 대회 ‘던롭 피닉스토너먼트’에서 세계랭킹 1위 브룩스 켑카(미국)와 함께 대회에 출전하는 최호성을 만날 수 있었다. 한국 기자 중 유일하게 현장 취재를 하러 간 나는 인사를 할 때마다 일본인인 줄 알고(한국 기자가 없다고 생각해서), 일본어로 인사를 해주는 그의 모습에서 엄청난 집중력을 보유했다고 생각했다.

일본 갤러리 대부분이 그를 좋아하고 존중해주는 모습에서 JGTO에서도 그의 진가가 나타나는구나 싶었다. 실제로 JGTO의 SNS 담당자인 미주키 상과 최호성에 대해 이야기를 했을 때, “호상(최호성의 애칭: 일본에서는 호랑이로 불린다)의 영상을 올리면 SNS에서 인기가 정말 좋다. 그리고 일본어를 잘 못 하는 것도 귀여운 포인트”라고 해 그의 인기를 실감했다.
JGTO 페이스북에 올라와 있는 그의 영상을 보면 일본에서 김밥을 준비해서 먹는 모습, 우승 이후 단상에 올라가서 자신의 진가를 확인시키고 익살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등 자신의 태생과 상관없이, 자신의 사명과 상관없이, 자신의 잃은 한 마디의 손가락과 상관없이 그는 KPGA, JGTO, 아시안 투어, 그리고 PGA 투어를 즐기고 있다.
어쩌면 평생 한 번도 PGA 투어 무대를 밟아보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을 것이다. 아니 그 수는 절대적으로 많다. 실제로 KPGA 선수 중 PGA 투어로 진출하거나 초청된 선수는 아주 미세하다.
그 미세함 속에 해녀의 아들로 태어나 바다와 우정을 쌓고, 일하다가 손가락을 잃은 ‘피셔맨’ 최호성이 우뚝 섰다.
과거 우리는 그가 세계적인 스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그냥 그가 재야에 묻혀 빛을 보지 못하는 진주의 삶을 살 것이라 생각했을까? 지금도 많은 인재들이 묻혀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개척자

 

칼럼을 쓰면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다. 최호성은 46살에 스스로 PGA 투어 무대를 밟았고, 골프를 좋아하는 많은 세계 팬들은 Ho-Sung, Choi의 이름을 연호하고 즐거워하고 그의 스윙을 따라 하고, 유튜브 영상으로 접하고 있다.

과연 지금 우리는 잘하고 있는 걸까? 더 많은 선수를 개발하고 그들의 능력을 키워주고 홍보해주고 우리 나라 투어(자국 투어)의 위대함을 더 널리 알려야 하는 것은 아닐까?
최호성은 컷오프 9오버파 224타의 기록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PGA 투어 데뷔를 마쳤다. 그리고 아무도 관심 없던 그 선수를 모든 방송사 스포츠 뉴스에서, 언론사에서, 해외에서, PGA 투어 메인 페이지에서 조명하고 관심을 주고 있다. 그들은 모두 이렇게 이야기한다. “위대한 도전이다.”
맞다. 위대한 도전이다. 하지만 난 그것 보다 “개척자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자신만의 개성으로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라운드 하기도 힘든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의 명문 코스 페블비치골프링크스의 주인이 됐다.
우승자는 필 미켈슨(미국)으로 그 대회를 수도 없이 우승한 선수였지만, 나의 눈에는 ‘피셔맨’, ‘호상’, ‘개척자’ 최호성만 보였다. 개척자 최호성에게 존경심을 보내며 이 칼럼을 마친다. Thank you. Born to Fisherman

 

 

Credit

이동훈 사진 PGA Tour

magazine@golf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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