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프대회 주인공은 과연 누구인가?
프로골프대회 주인공은 과연 누구인가?
  • 오상옥
  • 승인 2018.06.0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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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측, 출전 선수, 아니면 갤러리…’

 

[골프저널=오상옥 발행인, 사진=KPGA, KLPGA] 국내 남녀 프로골프투어가 본격적인 시즌을 맞아 매주 골프팬들을 필드로 불러 모으고 있다. 아직도 많은 골프팬들이 투어 대회를 현장에서 경험하면서 ‘과연 투어 대회의 주인공은  누구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는다. 따라서 본지는 수십 년간 이어온 이러한 의문에 대해 나름대로의 기준을 통해 모두가 ‘윈-윈’하는 골프 문화 정립에 일조하고자 한다.

우는 아이와 아놀드 파머, 그리고….‘대회 주최 측, 갤러리, 참가선수 중 과연 누가 가장 소중한 존재인가?’에 대한 물음에는 선뜻 답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한번만 더 깊이 생각해보면 간단해진다. 프로대회의 주인공은 바로 ‘골프팬’ 즉, 갤러리들이다.흔히 대회 때마다 갤러리가 지켜야 할 에티켓만 부각되다 보니 주인공인 갤러리들은 주눅이 들곤 한다. 자신들의 권리를 아예 행사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마치 주최 측이 주인공처럼 비춰지고 있다. 이제 인식을 바꾸어야 할 때다. 갤러리들은 대회 스폰서, 프로선수들 보다 더 가치 있는 명실상부한 대회의 주인공들임을 받아들여야 한다.2016년 세상을 떠난 아놀드 파머가 남긴 일화와 한국 투어의 현실을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언젠가 파머가 자신이 출전한 대회에서 퍼팅을 하려고 할 때 마침 한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파머는 퍼팅을 멈추고 웃는 얼굴로 그 아이를 달래보았으나 멈추지 않자 그냥 퍼팅을 끝내고 다시 아이를 안아주고 아이 엄마에게 목례를 한 후 다음 홀로 이동했다. 이를 본 주변 갤러리들이 과연 아놀드 파머에게 어떤 이미지를 가졌을지는 설명이 필요 없다.과연 한국의 경우는 같은 상황에서 어떠했을까? 선수는 우는 아이를 원망 섞인 눈으로 바라봤을 것이고, 아이 엄마는 어쩔 줄 몰라 그 자리를 피하고 주변 갤러리들은 그 아이 엄마를 쏘아봤을 것이다. 

[하이파이브하는 김태훈]

팬들이 주인공이다! 이건 대회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정립이 안 된 상황이니까 있을 수 있는 얘기다. 우는 아이든 그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든 모두 그 대회 최고의 주인이다.앞으로 우리는 갤러리로서의 의무도 중요하지만 권리도 적당히 행사하는 것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선수들의 경기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의 플레이만을 위해 갤러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강제하는 주최 측의 편협된 자세는 앞으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모든 프로대회는 팬들이 있어야 선수가 존재하고, 스폰서도 팬들의 규모에 따라 대회 규모를 신축적으로 조정한다. 

[1번홀 갤러리 어린이와 기념 사진 찍는 조성민, 문경준, 최이삭]

재즈 콘서트 개최, 전세 열차로 골프장까지우리나라 골프대회에서도 최근 들어 갤러리들을 주인공으로 대접하려는 모습이 보여 반갑게 느껴진다. 지난 5월 27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막을 내린 KPGA 코리안 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마련한 ‘재즈 온 그린(JAZZ ON GREEN)’은 국내 골프대회 사상 최초로 열린 재즈콘서트 및 미식의 향연이었다. 재즈 콘서트는 프리미엄 음향 시스템 렉시콘과의 협업을 통해 마련된 이벤트로, 대회장을 찾은 갤러리와 인근 주민들까지 함께 초청된 무료 공연이었다. 이 대회는 갤러리들을 명실상부한 주인공으로 만들어준 의미 있는 대회였다.앞서 지난해 8월 31일부터 9월 3일까지 나흘 간 열린 KLPGA 투어 한화 클래식도 갤러리들을 주인공으로 대접해 돋보인 대회였다. 이 대회는 강원도 춘천시의 제이드 팰리스 골프장에서 펼쳐졌는데 주최 측인 한화그룹은 대회 장소가 주말 교통 체증이 심한 지역임을 고려해 국내 최초로 전세열차 운영이라는 획기적인 발상을 해 화제를 모았다. 주최 측은 가족 단위로 방문하는 갤러리들을 위해 골프 경기는 물론 천연 자연 수목원인 제이드 가든 수목원까지 개방했다. 덕분에 이 대회는 가족 단위 골프 갤러리 문화 형성에 크게 일조했다.이제 거의 모든 프로대회는 갤러리들을 위해 대회 장소까지 셔틀버스를 배치하는 경우가 일반화 됐다. 물론 대회의 주인공인 만큼 갤러리들의 관전 문화도 좋아져야 한다. 대접을 받으려면 그만큼의 책임도 따른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건전한 갤러리 문화를 창조한다는 마음으로 골프장을 찾아야 한다. 선수들을 아끼고, 주최 측 노고에 감사하고, 그리고 멋진 경기가 열리는 곳에 내가 있음을 감사해야 한다. 그런 마음속에 한국 골프는 발전하고, 그 역사는 아름답게 써내려져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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