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 골프장’ 사라진 곳에서 ‘파크골프’를 만나다
‘난지 골프장’ 사라진 곳에서 ‘파크골프’를 만나다
  • 정노천
  • 승인 2017.11.18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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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지도 노을공원에 18홀 규모 조성, 골프 명목 잇고 있다

[골프저널=정노천 기자] 쓰레기 산 난지도에 조성됐던 난지골프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간 지 어언 10년이 됐다. 서울 도심에 만들어져  일반 골퍼들의 기대를 한껏 모았던 이곳은 피지도 못하고 져버린 대중 골프장이다. 골프 강국답게 대중들을 위해 146억원을 들여 만든 순수 스포츠 시설(9홀 규모)이 정치적인 입김에 휩쓸려 사라진 케이스로 우리 곁에 아릿한 추억으로만 남아있다. 3년 여 동안 난지골프장이라는 이름으로 골프를 즐기던 곳(현 노을공원)이 결국 코스를 폐쇄함에 따라 2008년 11월 1일부터 공원이란 이름으로 전환됐다. 이곳이 지금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 불현듯 상암동 노을공원을 찾았다. 분위기를 보니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캠핑장과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 공간으로 탈바꿈한 듯하다. 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비교적 나이 든 사람들이 클럽을 휘두르고 놀고 있어 가까이 가보니 파크 골프장이다. 과거 9홀중 하나의 홀에 18개의 홀을 넣어서 만든 파크골프장이다.

 

가을 분위기가 물씬 넘치는 지난 9월 17일 노을공원으로 발길을 옮겨보았다. 과거 말썽이 많았던 난지골프장이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궁금증도 있어 가족들을 데리고 상암동 노을공원으로 출발했다. 입구에서 공원으로 수직 상승하는 나무 계단을 두고 수평으로 뻗어있는 흙길이 나를 끌어당겼다. 메타세콰이어가 즐비하게 서 있는 그 흙길을 따라서 걸었다. 백만 불짜리 길이었다. 꺾어지면서 메타세콰이어 흙길이 이어지는데 아직 수목이 덜 우거져 달리는 차량들의 소음은 들렸지만 쭉 뻗어 시원한 길을 따라 걸었다. 군데군데 벤치가 놓여있고 수돗물을 끌어당긴 음수대도 있었다. 과일이나 김밥 등을 준비해와 나눠 먹는 사람들이 군데군데 목격됐다. 흙길이 쭉 뻗어있는 멋진 길은 서울에서도 찾아보기 귀한 길이었다. 홍초 꽃이 즐비하고 옥잠화와 참싸리 꽃, 억새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수생종인 수양버들의 줄기가 하늘거리는 자태는 정서적인 면에서도 부드러운 감정을 안겨주는 최고의 힐링 공간이었다. 곧장 노을공원으로 올라갔다. 그곳엔 무엇이 있을까?  

9홀 난지골프장이 있었던 자리과거 이곳이 9홀 규모의 골프코스가 있던 곳이었다. 어느덧 사라진지 10년이 지난 지금 그 흔적이나 찾아볼까 하는 마음으로 성급히 노을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애초에 시민들에게 개방됐던 노을공원 주변 길로 들어서는데도 일부분에는 펜스가 설치됐고 무성한 수풀 사이로 드러난 흙길을 걷는 느낌은 자연 속에 안긴 듯 안온한 느낌을 듬뿍 안겨주었다. 수풀에는 고라니, 삵, 너구리, 뱀 등 야생 동물이 살고 있다는 팻말이 가끔 붙어있다. 이곳은 서울의 대표적인 생태 보고이기도 하다. 쓰레기 산이 변해 희귀 생물들이 서식하는 원시 생태계의 보고로 우거지는 동안 뱀이나 야생 동물, 희귀 생물들의 서식지가 됐다. 군데군데 정자가 서 있고 아마 그늘집으로 사용했던 것들이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듯 아쉬운 감정을 끌어낸다. 잔디를 넓게 펼치고 그대로 홀의 윤곽을 지니고 있는 코스의 흔적들! 홀들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세 개의 티와 그리고 벙커와 러프 지역들이 그대로 눈에 잡혔다. 다만 그린 지역이 확실히 드러나지 않고 관리의 편의상 일반 잔디로만 채워져 있는 듯 하다. 몇몇 티에서는 홀 안내 돌 표식이 서 있지만 그 위에 철판을 덮어 현재 이용하는 내용을 안내하고 있었다. 그런데 몇 군데를 들러도 과거 여기가 골프코스라는 유래를 안내하는 곳은 찾지 못했고 다만 코스 형태로만 남아 내 감정을 찔러 올 뿐이었다. 골프계에 있는 나로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귀결! 중앙 세 개의 홀을 선택해서 시민들의 캠핑장소로 활용하고 있었다. 내려다보이는 한강변 둔치에 거대한 난지 캠핑장 시설이 보이고 과거의 쓰레기 산이 변신한 노을공원에는 노을캠핑장이 마련돼 가족 단위의 캠핑이 이루어진다.  여기서 고기도 구워 먹을 수 있는지 많이들 연기를 품어내고 있었다. ‘골프코스에서 고기 굽는 것을 허하라’ 50년 전 신문 제목처럼 한번 표현해 보다가 이내 ‘개장도 못해 보고 사라진 난지골프장을 곡하노라’라는 구태의연한 표현법으로 응수해 본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마음이 좀 달래질런지…. 

 

사라진 골프장 흔적 찾기노을공원에서 한강이 보이는 곳으로 옮겨 가보니 ‘바람의 광장’이란 곳이 눈에 들어온다. 과연 바람이 불어서 인지 그늘에 들어서면 바람이 시원하다. 마침 세 가족이 군데군데서 휴일을 즐기고 있었다. 한 가족은 허공에 연을 매어 놓고 가족 3대가 먹을거리를 꺼내 놓고 소담을 즐기고 있다. 한 가족은 잔디밭에서 애랑 뛰놀고 또 한 가족은 수양버들 아래서 야구공을 던지거나 축구 볼을 차면서 놀고 있다. 골프볼 대신 이곳을 차지한 공의 위력(?)이다. 노을공원 재탄생 기념식과 더불어 시민 연날리기 대회와 시민 걷기 대회 등의 행사가 열렸다는 곳인데 골프장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넓은 초원에는 남녀노소 많은 시민들이 동심으로 돌아간 듯, 가오리연, 태극기연, 통일대장군과 지하여장군연 등 각양각색의 연들을 하늘 높이 날렸다고 전한다.  노을을 구경할 수 있는 노을 전망대엔 맹꽁이 전기 자동차가 수시로 순행하고 있다. 억새와 코스모스 등이 산책길에서 반겨주고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멀리 가양대교와 성산대교, 방화대교 등의 다리와 행주산성을 볼 수 있는 전망이 일품이다. 이어지는 산책길에서는 담소를 나누기에 적격이다. 노을빛을 가미하면 더 절경이리라.  다시 방향을 틀어 북쪽으로 가 보았다. 아직 코스의 흔적을 그대로 갖고 있는 페어웨이를 가로지르는데 조각 작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난지골프장은 2008년 11월 서울시로 이관되어 공원으로 개장됐고 2009년 5월까지 골프장 내에 국내 조각가 10인의 작품이 설치되어 일반에게 선보였었다. 골프코스를 연상시키는 워터해저드, 벙커, 티 표지석, 그늘집, 벤치들이 있긴 하나 모두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벙커지역 모래 위를 풀들이 거의 덮어버려 형태만 남아있다. 최근 인기가 좋은 노을공원 캠핑장과 캠핑장 옆 홀에 위치한 어린이 자연물 놀이터에도 가족 단위의 놀이객들이 많이 모였다. 목재로 만든 여러 가지 놀이 도구와 미로 등이 있고 잔디밭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다. 식물을 심어놓고 생태학습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북쪽 끝에 있다. 하지만 이곳 노을공원의 특징인 잔디밭을 보는 시민들은 아마 아직도 이곳 잔디밭에서 공을 치고 싶은 미련을 가진 사람이 많을 것이다.  

 

월드컵공원 파크골프장북쪽 수색역 부근이 보이는 9홀 코스엔 2010년 5월 파크골프장이 마련됐다. 월드컵공원 파크골프장은 노을공원 9홀 잔디광장 2만 2000㎡에 파3~파5 코스 전반 9홀, 후반 9홀 등 18홀로 구성됐다. 9홀 기준으로 파3 4개홀, 파4 4개홀, 파5 1개홀로 구성돼 있다.파크골프란 Park(공원)와 Golf(골프)의 합성어로 공원과 같은 소규모 녹지공간에서 어린 아이부터 노인, 3세대 가족, 장애인 등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골프의 게임 요소를 더한 신개념 스포츠다. 게이트볼과 차별화되는 미니 골프게임으로 경기 규칙과 용어는 골프와 동일하다.  서울시는 아름다운 노을공원의 자연을 배경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파크골프장을 만들었고, A·B 코스 9홀씩 18홀 규모가 마련돼 추억의 골퍼들을 부르고 있다. 오전 4천원, 오후 5천원씩 이용료를 받으며 클럽과 공은 1100원에 빌려준다. 누구나 공을 칠 수 있는데 처음엔 무료 레슨을 받고 코스에 투입된다고 한다. 보통 두어 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데 1인 플레이만 피하면 된다. 코스에서 만난 70대 할머니는 “잔디밭에서 공을 치는 파크골프가 참 좋아요. 원래 한쪽 무릎이 아팠는데 서너 달 파크골프를 하다 보니 깨끗이 나았어요”라고 운을 뗀 후 “이런 천혜의 자연 공간에서 잔디가 깔린 홀을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 줄 몰라요. 나이가 들어서도 누구나 쉽게 공을 칠 수 있고 가격도 싸잖아요. 플레이를 즐기는 사람들 중에는 골프장에 안가고 파크골프를 즐기는 기존 골퍼들이 꽤 많아요. 골프장 한번 가는 돈으로 이곳에서 10번 이상 즐길 수 있잖아요. 친구들과 음식을 싸와 하루 종일 즐길 수 있어요. 이 보다 더한 즐거운 놀이가 어디 있어요? 운동은 물론이고 사람들을 만나는 재미가 좋아 햇빛 속에서도 아랑곳 않고 공을 치며 즐기고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나에게도 파크골프를 권했다. 먼저 클럽하우스에 가서 신청을 하고 레슨을 받은 뒤 플레이를 하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교류하면서 전국 순회 대회도 있다고 한다. 울산, 청주, 제주, 그리고 최근 밀양 등지에서도 파크골프 붐이 일고 있단다. 강변이나 공원 인근에 자투리땅만 있으면 얼마든지 파크골프장을 만들 수 있어 골프를 능가하는 파크골프 붐을 일으킬 것으로 본다. 우리 가족들도 구미가 당기는 듯 해 다음 주말에 가족 단합 친선 게임을 열기로 협의했다. 애들은 골프를 해본 적은 없었지만 어릴 적 여름휴가 차 속초 모 콘도에 갔다가 파3 골프장에서 한낮 땡볕 속에서 처음 플레이를 한 후 재미있다며 쉬지 않고 장장 3라운드를 돌았었다. 그래서 적어도 한 달에 한 번꼴은 신도림 부근의 파3 홀로 라운드를 가기로 약속했지만 그곳마저 얼마 못가 폐쇄되는 바람에 가족 라운드는 끝이 나고 말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이젠 시민들을 위해 파크골프로 전환해야 할 상황인가 보다. 서울 도심만 해도 여러 군데 생겼다고 하는데 잠실종합운동장이나 여의도 한강변에도 활성화 되고 노을공원에도 파크골프 붐이 일고 있으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난지골프장이 이렇게 파크골프로나마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비운의 골프코스 ‘난지골프장’- 완공은 했지만 정식 개장도 못하고 사라진 코스 - 2005년 10월 4일 무료 개장 후 2008년 11월 폐장

인터넷 예약으로 당시 하루 평균 200-250명이 플레이 하던 난지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한 경험이 있는 모 골퍼는 “가기 전에 페어웨이가 좁고 짧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어느 대중골프장 못지않을 정도로 길고 넓었다. 특히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서울 시내 전경을 내려다보면서 플레이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난지골프장을 없애는 대신 관광 자원화 해 볼거리, 즐길거리가 부족한 서울의 관광명소화 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했다. 난지골프장을 정치적인 관점에서 보지 말고 경제적인 관점에서 조명하는 노력이 아쉬웠다”고 피력했던 것이 지금도 귀에 생생하다.

2002년 7월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난지도 쓰레기 제1매립지 5만 9,000평 부지에 9홀 퍼블릭 골프장을 착공한 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골프장 조성비용 146억원을 들여 2004년 6월 공사를 완료했다. 그러나 부지를 제공한 서울시와 투자자로 선정된 국민체육진흥공단 간의 운영권 소송 등의 우여곡절 끝에 타협을 하지 못하고 2005년 10월 4일 무료로 개장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골프장을 공원화하기로 방침을 바꿔 골프장 영업을 할 수 없도록 조례를 제정하면서 두 기관 사이에 갈등이 빚어졌다. 공단 측은 정식으로 골프장을 개장할 수 없게 되자 3년여 동안 무료로 골프장을 시민에게 개방했다. 하지만 2008년 6월 서울시와 공단 측이 골프장의 시민 공원화에 합의하면서 결국 난지골프장은 사라진  비운의 코스가 되고 말았다. 소송에서도 이긴 공단이 골프장 시설을 접기로 느닷없이 태도를 바꾼 것은 무슨 이유였을까? 난지도 골프장은 특수층만이 즐기는 골프장이 아니라 시민 누구나 원하면 싸게, 손쉽게, 함께, 즐길 수 있는 퍼블릭코스였는데도 말이다.  정권 교체에 따른 부담감이 작용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공단 측에서는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아 달라”고 했지만 말이다.  결국 2008년 11월 서울시로 이관되어 공원으로 개장되면서 난지골프장은 역사 속으로 아련히 사라졌다. “난지도 골프장 폐쇄는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의 희생물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골프라는 순수한 레저 스포츠를 왜 정치 도구로 이용하는가” 이곳은 스포츠의 메카 상암구장을 메인으로 해서 주변으로 스포츠 시설이 필요했다. 한강엔 수상스포츠가 가동되고 상암동엔 상암구장을 비롯해 골프코스가 들어가야 대중들의 다양한 스포츠가 발현될 수 있었다. 난지도 골프장은 특수층만이 즐기는 골프장이 아니라 시민 누구나 원하면 싸게, 손쉽게, 함께, 즐길 수 있는 퍼블릭코스라는 점이다. 그에 걸맞게 골프장은 운영돼야 한다.“테니스나 배드민턴장은 되고 골프장은 안 되고… 왜 다양성은 생각하지 않는지…” 다양성을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탄력성이 부족한 사회였던가 하는 성토들이 지금도 귓전을 울리는 듯하다. “난지골프장을 정치적 관점에서 보지 말고 경제적 관점에서 조명하는 노력이 아쉽다"며 "서울 시내 전경을 내려다보면서 플레이 할 수 있는 난지도 골프장을 없애기 보다는 오히려 관광자원화해 볼거리 즐길거리가 부족한 서울시의 새 관광 명소로 만드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한 관계자는 목소리를 높였지만 골프계로선 역부족이었다.결국 골프는 몇몇 특수층의 놀이라는 원점으로 돌려놓고만 느낌이다. 삶은 공원문화에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 놀이와 게임을 원한다. 요즘 여가시설의 경우 골프장을 꼭 조성하면서 리조트화 되고 있는 추세다. 큰 규모의 공원에 골프코스가 없었다면 필히 조성해서 다양성을 추구해야 하는데도 현실은 그 반대로 갔다는 점이 안타깝다. 민주사회에서 다양성이 인정되지 않는 것도 적폐의 일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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