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나이 맹동섭
진짜 사나이 맹동섭
  • 김혜경
  • 승인 2017.09.2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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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저널=김혜경 기자, 사진=이건영]다부진 체격과 선이 굵은 얼굴, 투지가 느껴지는 표정…. 맹동섭을 본 순간 ‘사나이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꾸밈과 과장없는 그의 담백한 말투에서도 남자다움이 물씬 느껴졌다. 한번 물면 놓지 않는 근성 때문에 악어라 불리는 사나이 맹동섭을 만나자.

Profile맹동섭(30, 서산수골프앤리조트)출생 1987년 4월 12일신체 180cm, 77kg데뷔 2008년 KPGA 입

회주요 수상 2017 KPGA투어 제13회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우승       KPGA투어 카이도시리즈 동아회원권그룹 다이내믹부산 오픈 2위2009 SBS 코리안투어 조니워커블루라벨오픈 우승

골프 입문부터 프로 데뷔, 그리고 군복무를 마치고 스윙을 재정비해제2의 도전을 시작한 현재에 이르기까지 프로골퍼 맹동섭과 이야기를 나눴다.인터뷰 내내 가감 없는 솔직한 답변에서 그의 진정성이 느껴졌다.

군복무와 골프의 상관관계

올해 개막전 우승이후 핫(Hot)한 한해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군입대전에는 남자프로들의 숙제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군대 문제도 해결이 안 된 상태였고, 반복되는 투어생활로 인해 심적으로도 많이 지쳐있었다. 그런데 군대에 있으면서 앞으로의 미래와 프로골퍼로서의 나 자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 탓인지 한층 성숙해졌다. 올해 개막전은 마치 데뷔전 같은 느낌이 들었고, 새로운 각오로 임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즌 전에 열심히 준비했다.  2009년 프로 데뷔 첫 승 이후 76개월만의 우승이었다. 오랫동안 우승이 없어서 불안하진 않았나? 1부 투어를 계속 뛰려면 상금랭킹을 유지해야 한다. 우승은 아니어도 준우승, 3등, Top 10 등에 꾸준히 들며 성적을 유지했기 때문에 심각하게 불안한 마음이 들진 않았다. 기다리다보면 우승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군복무의 장단점이 있다면? 상무팀으로 군대에 다녀와서 군 생활 중에도 골프를 칠 수 있었고, 시합도 계속 출전해서 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다른 선수들이 부러워할만한 케이스다. 일반병으로 간게 아니라 꾸준히 훈련하며 몸을 만들었다. 마음을 가다듬는데도 도움이 됐다. 다른 운동도 그렇겠지만, 골프는 스트레스가 많은 운동이다. 프로생활을 10년 가까이 하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있었는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상무 시절에 대회에 임하며 투어선수 시절에 안 해봤던 새로운 스윙 연습, 새로운 코스공략법 등을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군입대전 일본투어 경험도 1년 정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직접 경험한 일본무대는 어땠나? 일본 큐스쿨 통과 당시 성적이 좋아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어린 나이에 가서인지 적응하기 힘들었다. 일본 진출 당시가 나의 골프 인생에서 가장 슬럼프였던 것 같다.  앞으로 일본 등 해외 무대에 재도전할 계획인지 궁금하다. 오는 10월에 일본 큐스쿨에 재도전할 예정이다. 시행착오를 겪었으니까 다시 도전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무려 19언더파, 대회 최소타 신기록을 세우며 개막전인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해 2017년 시즌 돌풍을 일으킬 스타로 떠오른 것에 비하면 그는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점에 대해 물으니 “애초 목표는 ‘올해 1년 동안은 투어에 적응하자’였는데 군제대후 첫 복귀전, 시즌 첫 경기에서 덜컥 우승을 차지하니 욕심이 생겨서 목표를 크게 잡았었다. 그런데 목표를 수정하고 나니 과도한 욕심이 생겨서인지 오히려 성적이 더 안 나왔다”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빨간 바지의 사나이

개막전 우승후 대상 포인트 1위가 목표라고 말했었는데, 현재 성적으로는 목표 도달이 순조롭지는 않은 상태다. 하반기에는 어떤 각오로 임할 것인가? 애초 목표는 ‘올해 1년 동안은 투어에 적응하자’였는데 군제대후 첫 복귀전, 시즌 첫 경기에서 덜컥 우승을 차지하니 욕심이 생겨서 목표를 크게 잡았었다. 그런데 목표를 수정하고 나니 과도한 욕심이 생겨서인지 오히려 성적이 더 안 나왔다. 냉정하게 말해 아직 적응기라고 생각한다. 연습을 통해 스윙도 가다듬고 전체적으로 재정비해서 하반기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더 꾸준한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빨간 바지 또는 빨간 티를 잘 입는다. 개인적으로 빨간색을 좋아하나? 어릴 때부터 중요한 날에는 빨간 바지를 즐겨 입었다. 사실 속옷도 빨간색으로 맞춰 입는다.(웃음) 대회에 참가할 때도 4일중 하루는 빨간색 티나 바지를 입는다.  빨간 옷을 즐겨 입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개인적으로 빨간색이 가진 강렬한 이미지를 좋아한다. 주니어시절 우상이었던 타이거 우즈의 영향도 있다. 타이거 우즈의 트레이드마크가 빨간 티 아닌가?  프로선수로서 자신에 대해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인가? 80점 정도. 골프선수로서의 삶을 되돌아볼 때 순탄한 길을 걸어온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90∼100점을 주기에는 아직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다. 승수를 추가하길 바라는 건가? 우승보다 꾸준한 성적을 거두는 것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계속 해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그만큼 자기 관리를 잘했다는 것이고, 그 점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언제까지 투어 생활을 할 계획인가? 현재 만 30세니까 몸 관리를 잘하면 40대 초반까지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오래 프로생활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건강이나 미래에 대해서 장담은 할 수 없는 것 같다. 사실 지금도 건강상에 문제가 좀 있다. 어깨 연골이 탈골 돼서 수술 및 재활을 해야 하는 상태다. 심하게 아프진 않아서 수술은 미뤄두고 재활운동만 하고 있다.  본인의 골프 스타일의 장단점은? 안전하게 플레이하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다. 위험 부담이 적지만, 모험을 걸고 공격적으로 공략해야 할 때도 성격상 그게 잘 안 된다. 군대 가서 상무팀 소속일 때는 잠시 다른 방식으로 해보긴 했는데, 나한테는 안전하게 공략하는 스타일이 맞는 것 같아 원래대로 안전하게 공략하고 있다.  본인에게 있어 골프는 어떤 의미인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인생의 반 이상을 이 운동을 해와서 골프를 빼놓고는 내 인생을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가끔 너무 골프 위주의 삶을 살아온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중에라도 기회가 되면 골프 말고 다른 것도 해보고 싶다.  프로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몇 년 전 매경오픈 당시 남서울 17번홀에서 홀인원을 한 것. 시합 중에 홀인원을 한데다 자동차가 경품으로 걸려 있어서 정말 짜릿했다. 이밖에 시합 중에 최경주, 양용은 선배님과 같은 조에서 경기한 것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말 그대로 노장의 노련미를 느낄 수 있었다. 동반 라운드를 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지난 시즌에 비해 비거리가 개선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비결이 있다면? 코치 교체 후 스윙의 변화를 많이 줬다. 구질을 페이드에서 드로우로 바꾸고 근력운동을 같이 하니 거리가 늘어났다. 비거리 늘리는 걸 1순위 목표로 하고 훈련했고 좋은 시도였던 것 같다. 경기력 측면에서 접근할 때 비거리 증가는 장단점이 있지만 말이다.  

골프 꿈나무들을 위한 제언

골프 꿈나무 시절이 궁금하다. 언제 왜 골프에 입문했고, 언제 프로가 될 것으로 결심했나? 내가 초등학교 6학년때가 박세리로 인해 골프 붐이 일어났던 시기였다. 운동을 좋아해서 아버지를 따라 골프연습장에 갔다 처음 골프를 접했고, 중1 여름방학 때 부모님께 골프선수가 되고 싶다고 선언했다.  그 후 부모님이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신건가? 아니다. 처음엔 반대가 심했다. 연습장에서 공을 쳐본 정도였고 필드 경험도 없을 때였다. 하지만 어린 마음에 무작정 골프가 재미있어서 계속 졸랐고 결국 부모님이 아들의 선택을 존중해주셨다.  골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나선 어떤 느낌이었는지 궁금하다. 성적도 괜찮은 편이었고 대체적으로 순조로운 주니어시절을 보냈다. 2007년까지 국가대표 생활을 했고, 2008년 22살에 프로로 전향했다. 당시만 해도 고등학교 때부터 프로로 턴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늦은 프로 행이었지만 앞으로 계속 프로생활을 할텐데 프로 전향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프로선수, 프로골퍼라는 진로에 대해 방황했던 적은 없었나?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턴하던 시기가 힘들었다. 먼저 2008년 세미프로 자격증을 따고 2부 투어에서 상금왕에 오른 후 KPGA 정회원 자격을 획득했다. 그 이후 시드전에 나가 3, 4위 정도 해서 코리안투어에 진출했으니 전체적으로 보면 꾸준히 잘 올라왔고 순탄한 길을 걸어온 셈이다. 그런데도 심리적 부담감이 컸고 압박감이 심해 힘들었다.  프로골퍼를 꿈꾸는 주니어골퍼들에게 조언을 한마디 부탁한다. 주니어선수들의 목표는 다 비슷하다. 나도 그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국가상비군,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1차 목표고, 그 다음은 프로 입문이다. 주니어 꿈나무들에게 성적이 잘 안 나와도 좌절하지 말고 꾸준히 열심히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렸을 때 잘치는 것보다 프로가 돼서 잘치는 게 중요하다. 성적에 너무 연연하면 압박감이 심해 오히려 골프를 망칠 수 있고 흥미를 잃을 수 있다. 주변에서 자신감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면 좋겠다.  프로골퍼라는 직업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프로골퍼뿐만 아니라 어떤 직업이나 아쉬움이 따를 것 같다. 프로골퍼도 힘든 직업중 하나다. 시즌 중에는 대회에 계속 출전해야 하고, 비시즌인 겨울엔 전지훈련을 떠나야 한다. 꾸준히 연습하지 않으면 뒤처지기 때문에 휴식시간이 많지 않다. 골프가 돈이 많이 드는 운동이라 국내 투어만 뛰어도 경비가 7∼8천 정도 든다. 1부 투어 아닌 선수들은 본전도 못 찾고 골프 인생이 끝나는 경우도 많다. 가끔 내가 골프를 안했으면 부모님께서 더 편하게 살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프로가 되지 않았다면 현재 어떤 모습일까? 공부를 특별히 잘한 건 아니었고 운동을 좋아했다. 형이 미술 전공인데, 나도 어렸을 때 미술을 잘했으니까 형의 뒤를 이어 디자인이나 미술을 했을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예체능쪽 진로였을 것 같다.

 

국내 프로골프계에 대한 고찰

우리나라의 경우 이례적으로 여자프로들에 비해 남자프로들이 인기가 덜한 편이다. 아쉬움을 느끼나? 당연히 아쉬움이 있지만 과거 KPGA나 프로들의 잘못도 있을 것이다. 개선책이나 보완책으론 어떤 것이 있을까? 여자프로들이 팬과 소통에 더 적극적이고 팬서비스가 더 좋은 것 같다. 최근에는 KPGA도 더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고 남자프로들도 팬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스스로 판단할 때 KPGA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이형준. 대회에서 여러 번 같이 쳐봤는데 플레이 스타일이 멋있었다. 기본기도 좋아 꾸준히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나이도 어리니까 해외에 진출해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여자친구가 있나? 있다. 결혼 계획은? 어릴 때는 막연하게 일찍 결혼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마음 먹은 대로 되는 건 아닌 것 같다.(웃음) 제대한지 1년도 채 안됐기 때문에 더 안정적일 때, 프로로서 더 높이 올라갔을 때 결혼하고 싶다.  팬과의 소통은 어떻게 하고 있나? 팬클럽은 없고 시합때 와서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있다. 지인 분들, 아는 형님, 어머님들 등. 1년에 1∼2번 정도 쉴 때 같이 라운드도 하고 식사도 한다. 프로선수라면 팬과 갤러리들에게도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껴 인사도 열심히 하고 팬서비스도 적극적으로 하려고 노력중이다.  현재 서산수CC 소속이다. 소속 선수로서 바라보는 서산수CC의 매력은? 서산수는 바닷가에 위치한 코스로 지리적으로도 매력이 있고, 골프코스 관리도 잘되어있다. 그린이 까다롭고 전체적으로 전략적인 공략이 필요한 매력적인 코스를 갖췄으며, 클럽하우스와 골프텔 시설도 좋다. 가장 큰 매력은 경치가 어마어마하게 좋다는 점.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노을진 코스를 바라보면 정말 환상적이다.  프로로서 가지고 있는 계획 및 목표가 궁금하다. 태극기를 들고 해외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 일본, 유럽 등 해외에서 활약하며 국위선양을 해보고 싶다.(웃음) 멋있어 보일 것 같다.  마지막으로 골프저널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KPGA와 남자프로골퍼들이 팬과의 소통을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으니까 골프저널 독자 여러분들, 팬분들이 남자프로들에게 더 큰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시면 좋겠다. 저희 프로들도 좋은 경기를 펼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8585golf@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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