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를 먹고 사는 아마추어 챔프들
명예를 먹고 사는 아마추어 챔프들
  • 남길우
  • 승인 2017.02.24 23:2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예를 먹고 사는 아마추어 챔프들

골프가 주는 덕성을 보면 공만 잘 쳐서 홀에 잘 넣는 기량의 의미만 주는 것이 아니다. 스코어에만 초점을 맞추고

공을 치는 사람은 반쪽 골퍼다. 스코어 외의 부가적인 가치를 간과하면 굳이 골프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골프를 하다보면 또 다른 골프의 가치가 있음을 분명 느낄 것이다.

골프를 통한 실력 배양과 마음가짐, 명예 등 다양한 것들을 동시에 찾아야 진정한 골프가 보인다.

손상대(골프컬럼니스트)

클럽챔피언에 도전하는 아마추어 골퍼

 

1981년 최연소 클럽챔피언이 된 이종민

해마다 골프장에서 연례행사로 펼쳐지는 클럽챔피언대회는 소속회원은 물론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가을쯤이면 골프장들은 클럽챔피언대회로 피크를 이룬다.

특히, 명문 골프장의 클럽챔피언대회는 그 참가선수 명단부터 화려하다. 전국 규모대회 또는 오픈대회 전적은 물론 프로대회 뺨치는 명승부전을 연출했던 골퍼들이다.

평생동안 한 번만 해봐도 소원이 없다는 아마추어 골퍼의 최고 명예인 클럽챔피언은 젊은 프로들의 경기와는 달리 독특한 성격이 있다. 아마추어 골퍼들의 제전엔 골프 연륜이 묻어나고 인격적으로도 어느 정도 성숙한 분위기가 무르익은 골퍼들이 출전하는 대회다.

골프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로우핸디캐퍼들이 모여 기량을 바탕으로 한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을 걸고 벌이는 한판 승부는 프로골프대회 이상의 명승부전을 방불케 한다. 한마디로 기량과 부와 투지로 뭉쳐진 고수들의 결전장이 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골프장 소속회원간의 친목과 기량을 다진다는 취지로 클럽챔피언전이 시작됐지만 차차 ‘최고의 실력자를 가리는 시험대’로 각광받으면서 클럽챔피언 타이틀은 아마골퍼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 됐다. 그래서 어느정도 실력을 쌓은 골퍼들은 타인과 기량을 겨뤄보고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점검해 보기 위해 챔피언전에 나가고 싶어한다. 국내 정상급 아마선수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골퍼 치고 클럽챔피언대회에 한두 번 출전 안 해본 사람이 없을 만큼 클럽챔피언전과는 관련이 깊다. 따지고 보면 클럽챔피언전은 국내 최강의 아마추어 골퍼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명예의 대제전

 

1977년 오산CC에서 첫 클럽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한 김대순

흔히 클럽챔피언대회를 ‘명예의 대제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반 전국 규모 대회는 기록상에는 남지만 클럽챔피언전과는 다른 성격이 있다. 클럽챔피언에 한 번 등극하면 그 골프장의 현관벽에 새겨져 있는 것이다. 소위 이것이 명예의 전당 격이다. 일반 경기는 일부러 기록을 찾아봐야 하겠지만 클럽챔피언 기록은 그 골프장에만 가면 현관에서 찾을 수 있다. 먼 훗날 손자를 데리고 골프장에 갔을 때 손자에게 보여주고 싶어서도 한 번 정도는 챔피언을 하고 싶었다는 챔프도 있었다.

골퍼들이 이루고 싶은 소망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홀인원’ 기록이라지만 그 가치성은 클럽챔피언과는 결코 비교될 수 없다고 다들 입을 모은다. 챔피언이 더 높은 가치를 갖는 이유는 무얼까? 그 이유가 단지 ‘홀인원’의 경우 한해에 수천 개가 쏟아지는데 비해 클럽챔피언은 한해 고작 100여명이 그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희소성의 가치 때문만은 아니다. ‘홀인원 기록=실력있는 골퍼’라는 등식은 성립될 수 없지만 ‘클럽챔피언=한국 최정상 아마추어 골퍼’라는 공식이 성립된다는 이유도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면 챔피언이 되면 컨트리클럽에서 1년간 그린피를 면제해주는 특전 때문일까? 그 이유만도 아닐 것이다.

스스로 노력해서 3박자가 맞아서 클럽챔피언이 되는 것인 만큼 완성된 골프 인격체로서 명예스런 일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오직 명예를 먹고사는 아마추어 골퍼들의 순수한 열정이 뒷받침 됐기 때문일 것이다. 198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당대 내로라하는 골퍼들이라면 누구나 한국오픈이나 한국아마추어골프대회에 출전, 자신의 명예를 드높이곤 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1980년대 초부터 오픈대회는 주니어 선수들의 독무대가 되다시피 했고 1990년대부터는 전국 아마추어대회에도 어린 선수들이 대거 출전하면서 나이 든 아마추어 골퍼들이 출전을 기피하고 대신 클럽챔피언대회를 선호하기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클럽챔피언대회의 권위가 한층 높아지게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골프산업의 불황으로 클럽챔피언대회를 취소하는 골프장이 늘고 있다. 대신 회원친선대회로 전환하거나 챔피언전을 축소하고 유보하는 골프장도 있다. 그만큼 골프장의 회원에 대한 서비스가 축소되거나 컨트리클럽이라는 본래의 의미가 퇴색되고 골프의 낭만이 사라져 간다고 볼 수 있겠다.

클럽챔피언들은 “대중화되면서 회원들의 나이도 낮아지고 옛날 챔피언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회원들이라서 더욱 클럽 라이프는 각박해지고 있다. 또한 최근 골프장은 늘지만 회원들에 대한 서비스나 배려가 줄어들면서 챔피언전은 축약되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씁쓸한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골프가 주는 덕성을 보면 공만 잘 쳐서 홀에 잘 넣는 기량의 의미만 주는 것이 아니다. 스코어에만 초점을 맞추고 공을 치는 사람은 반쪽 골퍼다. 스코어 외의 부가적인 가치를 간과하면 굳이 골프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또 다른 골프의 가치를 동시에 찾아야 진정한 골프가 보인다.

모든 내용은 골프저널 단행본 '챔피언 그들은 누구인가?'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골프저널 단행본

챔피언 그들은 누구인가?

네이버 블로그 : blog.naver.com/8585golf

네이버밴드 : band.us/#!/band/56012145

카카오 스토리 : story.kakao.com/ch/golfjournal/

광고/기사문의 및 정기구독 : 8585golf@naver.com, 02-2025-8585

트로피 사업부 : 필드존 트로피 fieldzon.kr/shop/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