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골프장 화재 원인과 대책
스크린골프장 화재 원인과 대책
  • 강태성
  • 승인 2023.05.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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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골프장과 실내 골프연습장 상당수가 스프링클러, 자동확산소화기 등 방화 시설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고 영업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스크린골프장 화재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이천 스크린골프장 화재 사건 그 후

 

작년 8월 경기도 이천의 한 4층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5명이 사망하는 등 무려 4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경찰은 3층 스크린골프장을 발화지점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었다. 해당 건물 4층은 신장투석 병원이었으며 불이 나자 의료진들은 환자의 팔목에 연결된 투석기 호스를 가위로 자른 후 밖으로 대피시켰지만, 유독가스에 질식해 간호사를 포함 5명이나 사망했다. 

이 화재 사고를 계기로 스크린골프장이 방재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제기된 이유는 간이 스프링클러조차 없었다는 수사 결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고 이후, 서울과 수도권, 지방자치단체 소방에서는 스크린골프장과 실내 골프연습장을 점검했으며 이들 상당수가 스프링클러, 자동확산소화기 등 방화 시설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고 영업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스크린골프장은 각 룸마다 밀폐되어 있으며 불이 번지기 쉬운 인조 잔디, 소파, 석고보드 가벽, 스크린 등 가연성 물질이 많고 특히 지하층에 위치한 곳은 환기를 위한 창문이 없어 화재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는 우려도 확인되었다.

 

소방 기준에 턱없이 모자란 곳이 대부분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는 스크린골프장과 같은 영업시설의 경우, 소방 설비를 내부에 구획된 방마다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즉, 소화기나 자동확산소화기, 자동화재탐지설비, 비상조명등, 유도등, 비상벨 등이 호실마다 설치되어 있어야 하지만 가벽을 세우는 대신 커튼으로 방을 분리한 다음 인허가를 받을 때는 2~3개를 하나의 공간으로 인정받아 운영하는 곳이 많다. 방마다 이런 소방 설비를 설치하려면 그만큼 비용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편법이며 비상구, 피난 계단 등에는 음료수, 생수 등을 쌓아 놓아 화재 발생 시 탈출하지 못해 질식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현행 소방시설법에는 스크린골프장과 같은 다중이용 업소의 실내 장식물과 방염대상 물품은 반드시 방염처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는 불연재료 또는 준불연재료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두 법 사이에 오류도 존재한다. 

 

기준이 다른 법 조항으로 인해 혼선을 야기하기도

 

경기도소방재난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도내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 중 다중이용 업소에서 일어난 화재는 483건으로 1.1%에 불과했다. 그러나 전체 사상자는 2698명 중 다중이용 업소에서 발생한 사상자는 87명으로 화재 발생 건수에 비해 높은 3.2%였다. 스크린골프장 등에서 이런 소방 시설을 규정에 맞지 않게 설치해 더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PC방, 고시원, 유흥주점 등 다중이용시설도 화재에 취약하고 발화가 일어났을 경우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화재안전조사를 실시하고 업주와 해당 시설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소방안전교육을 실무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 소방서에서는 이천 스크린골프장 화재 사고를 계기로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일제 점검을 벌였으며, 다중이용시설의 실내 장식물 불연성능 안전제도의 법제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추진해야

 

화재는 초기 진화 여부에 따라 그 피해 규모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은 차량에도 소화기를 비치하는 운전자들이 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스크린골프장 화재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구획의 구분과 관계없이 일정 거리마다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소한 방마다 간이 스프링클러를 달면 초기에 화재를 진압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뿐만 아니라 미승인 방염 제품을 사용하거나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 인증을 받은 제품을 설치했는지 단속하는 것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런 인증 제품이라도 3년 정도가 지나면 방염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주기적인 점검과 계도 내지는 지원도 필요하다. 대형 프랜차이즈 스크린골프장은 본사의 관리 규정에 따라 시설을 완료해야 가맹 승인이 이뤄지지만, 소규모 매장은 관련 법에 맞게 소방 시설을 설치하려면 방마다 1,000만원 이상 비용이 들기 때문에 위와 같은 편법을 써서 규정을 피하고 있다.

 

소방 설비 설치 비용 지원 확대와 주기적 점검

 

자동차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고 해서 차량 생산을 막거나 운전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스크린골프장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예상되는 피해가 있다면 사전에 점검해서 개선하도록 해야 한다. 법 규정이 미비하다면 강화해야 하고 이를 지키지 않은 시설과 업주에 대해서는 처벌 수위도 높여야 한다.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비용 지원 사업도 현재 시행하고 있지만, 그 대상과 규모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영세 사업장에서는 이런 혜택을 받기 어려우며 현실적으로 관련 규정을 지키면서 매장을 운영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물론 이런 설치 비용 지원 외에 자체적으로 점검해 화재가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피난, 즉 비상구와 계단을 갖추고 폐쇄되지 않도록 점검하는 것을 게을리했다면 그에 따른 처벌을 강화하면 된다. 

참고로 경기도에서는 거짓 점검 또는 피난 시설을 확보하지 않은 경우, 다중이용 업소 특별법에 따라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한다.

 

 

GJ 강태성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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