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골프용품 흥망사
국산 골프용품 흥망사
  • 강태성
  • 승인 2023.01.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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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호황 속에서 우리나라 골프용품의 수출도 늘어났지만, 골프 시뮬레이터와 같은 한정된 품목에 한하기 때문에 다른 골프용품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세계 3위 골프용품 시장인 우리나라에서 국산 골프용품은 왜 큰 발전을 이루지 못했을까?

 

골프 시장의 호황

 

한국골프장경영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6홀 이상 운영하고 있는 전국 505개 골프장의 이용객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무려 5천 56만명이 다녀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발생 이전이던 2019년 전국 494개 골프장 이용객이 한해 4천 170만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천만명이 증가한 셈이다.

골프웨어의 시장 규모는 5조 7천억원에 이를 정도로 증가했으며, 작년에 수입한 골프용품은 이전 해에 비해 약 33% 증가한 7억 2천만 달러(한화 약 9천 3백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갱신했다. 최대 수입품목은 골프클럽으로 64.7%에 달하고, 일본의 비중이 강하다. 골프채를 만드는 부품은 중국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으며, 골프공 재료는 태국, 골프장갑 재료는 인도네시아에서 대부분을 수입한다.

물론 우리나라 골프용품의 수출도 늘어났지만, 골프 시뮬레이터와 같은 한정된 품목에 한하기 때문에 다른 골프용품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수입 골프클럽 선호 현상

 

코로나 특수로 인해 최근 몇 년간 골프가 여러 방면에서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음에도 국산 골프 브랜드의 얼굴에서는 미소를 찾아볼 수가 없다.

대부분의 스포츠에서 어떤 브랜드의 용품을 갖추었는지는 과시용이 될 수 있지만 유독 골프에서만큼은 그 강도가 더욱 세다. 기술력이 좋고 사후 관리가 철저하다고 해도 국산이라는 이유로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품질이 우수해도 골퍼들에게는 선택되지 않기 때문에 투자와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쓸쓸히 퇴장하게 된다. 삼성, LG 등 대기업도 골프클럽 시장에 도전했다가 철수했을 만큼 골퍼들의 수입 골프채 선호 현상은 유독 강한 편이다.

그나마 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유명 브랜드에 샤프트나 헤드를 납품하고 완제품이 되어 역수입하는 경우도 있다. 저스틴 로즈, 리키 파울러, 이안 폴터, 넬리 코다, 리디아 고, 박인비, 전인지, 이미향, 김시우 등이 사용하는 클럽의 샤프트는 국산이다.

 

 

국산 골프클럽의 몰락

 

랭스필드의 경우 한때 해외시장에서도 호평을 받으며 골프채 100만 세트를 수출하기도 했으나 무리한 투자, 확장과 더불어 5년간 유예했던 특별소비세를 일시에 납부하라는 세무당국의 조치로 인해 2002년 흑자 부도를 맞았다. 랭스필드 측에 따르면 당시 세금을 모두 납부했으나 영수증을 찾지 못했으며 외상 매출로 인해 특별소비세를 납부할 자금이 없었다고 한다. 특별소비세는 매출이 발생하면서 납부해야 하지만 실제 수금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오히려 많았던 매출이 악재로 작용한 것이었다.

1996년 수입 골프채의 절반 가격으로 맞춤 클럽이라는 파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던 국산 골프클럽 업체 맥켄리도 골프클럽 출시 이후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성장했지만 2006년 초 골프클럽에 대한 특별소비세 부과로 인해 세무조사와 함께 59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하면서 부도로 마감하게 되었다. 억울했던 맥켄리 대표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려 4년간 혼자 소송을 진행하며 행정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을 거쳐 대법원에서도 맥켄리에 부과했던 세금을 취소하라는 확정판결을 받았다.

1992년 반도스포츠에서 독립한 국산 골프클럽 브랜드 반도골프는 일본 마루망 골프클럽 개발에 참여하고 다이와골프의 기술을 국내에 도입해 에어로다트, 체이서, 다트프로, 비렉스 등의 클럽을 개발하며 국산 골프클럽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그러나 랭스필드, 맥켄리 등 국산 클럽 브랜드들의 부도로 신뢰도가 동반 하락하면서 로드숍에서조차 국산 제품을 꺼려 했기 때문에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부활을 꿈꾸는 국산 골프클럽 브랜드

 

큰 부침을 겪었던 랭스필드와 반도골프는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부도후 3년 뒤인 2005년에 재기에 성공한 랭스필드는 과거에 비해 골프용품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적지만 꾸준히 국산 골프클럽을 만들어왔으며 드라이버, 아이언, 퍼터 등 단품부터 풀세트까지 다양한 골프클럽을 선보이고 있다.

반도골프는 피팅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클럽 피팅이라는 개념이 생소했던 2010년부터 개인별 맞춤 골프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피팅 전문업체로 탈바꿈하여 현재는 반도골프피팅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더구나 골프채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하여 퍼터 전용 무진동 비너스 라이징 샤프트를 개발하고 수입 퍼터의 총판권까지 확보했다. 반도골프는 국내 골프클럽 피팅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고, 자체 브랜드 샤프트 출시, 드라이버 헤드 개발 등을 통해 과거 반도골프의 명성을 재현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골프볼 브랜드 볼빅의 성장과 아픔

 

여러 국산 골프용품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업체도 있다.

1980년 설립해 42주년을 맞은 볼빅은 특허와 기술 개발 끝에 국산 골프공 국내 판매 1위, 국내 제작 골프공 수출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문경안 회장 취임 후 컬러 골프공을 출시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한때 시장점유율 30%를 넘기기도 했다. 2016년에는 세계 최초로 무광 컬러볼을 출시하는가 하면 컬러 셔틀콕으로 배드민턴 시장까지 진출했다.

또한, 토털 골프용품 브랜드로 나아가기 위해 고반발 드라이버, 우드, 유틸리티, 퍼터를 개발하고, 골프용품 브랜드로는 최초로 GS리테일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편의점 진출까지 선언했다.

글로벌 브랜드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던 볼빅도 아픔을 겪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출 부진, 공격적인 마케팅과 사업영역의 확장으로 인해 재무구조가 나빠져 결국 경영권은 TS인베스트먼트에 넘어갔으며 정기 주주총회에서 문 회장이 퇴임하고 신임 대표를 선임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고문으로 물러났지만, 볼빅 골프공을 국내 최고의 브랜드로 키운 문경안 회장의 성과는 기억하고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며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재정비 중인 볼빅

 

한때 해외 수출로 천만불 금자탑까지 받았던 볼빅의 과도한 마케팅 비용이 눈덩이가 되지 않았다면, 코로나19가 수출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면, 볼빅이 사업영역을 무리하게 확장하지 않았다면 볼빅은 승승장구할 수 있었을까?

골프공 시장점유율은 현재 절반을 타이틀리스트가 차지하고 있으며 30%는 볼빅, 나머지는 스릭슨, 테일러메이드, 브리지스톤 등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새롭게 볼빅을 이끌게 된 홍승석 대표는 “볼빅은 컬러볼 선두 주자로서 최고의 품질 및 컬러 라인업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 부분을 더욱 강화하겠다. 생산 공장 및 R&D 센터도 국내에 확보하고 있어 지속적인 제품 개발 및 고품질의 상품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볼빅이 지나치게 제품군을 다양화하면서 오히려 경쟁력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우선적으로 볼빅이 잘할 수 있는 컬러볼 마케팅과 판매에 집중하고 브랜드 가치를 활용한 용품 시장 전략을 재정비하겠다는 것이다. 신임 볼빅 대표는 프리미엄 제품군을 강화해 타이틀리스트를 잡아 골프공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1위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 3위 골프용품 시장의 아이러니

 

골프용품 시장에서 국산 골프용품들이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언론에 보도되는 기사를 보면 착잡한 마음이 든다. 드라이버와 우드, 아이언, 퍼터까지 골프용품의 거의 모든 제품군에서 외국 브랜드들의 독주로 보도되고 있다. 어디에도 국산 골프용품을 소개하거나 선전을 기대하고 있지 않다.

물론 골퍼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에 대해 소개하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계 3위의 골프용품 시장인 우리나라에서 자신 있게 내로라하는 우리 브랜드가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1995년 창립해 26년간 골프클럽을 만들어온 미사일,  장타 골프공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다이아윙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공식 거리 측정기로 신뢰도가 높아진 보이스캐디, 아담 스콧과 미셸 위가 선택한 오토플렉스 샤프트,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는 KDX골프의 클럽도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는 브랜드다.

기술력과 품질이 인정된다면 국산 골프용품이 뒤처진다는 편견은 이제 버려야 하지 않을까? 골퍼의 실력이 클럽의 브랜드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GJ 강태성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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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프르 2023-05-21 10:19:43
골퍼의 실력이 클럽의 브랜드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뼈때리는 팩트입니다... 한국의 골프산업과 함께 국내 골프용품 브랜드도 세계적으로 발돋움 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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