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골프장의 이상징후
제주 골프장의 이상징후
  • 김상현
  • 승인 2022.10.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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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내용은 사진과 무관함

 

몇 년간 제주도 골프장은 언론에서 ‘역대급 호황’, 나아가 ‘역대 최고 호황’이라 표현할 만큼 큰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작년까지 역대 최고 수준의 호황을 누리던 제주도 골프장에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말미암은 각종 제한 조치가 풀리며 제주도를 찾는 여행객 숫자는 늘었음에도, 제주도 골프장을 찾는 내장객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 골프장 내장객 감소 시작

 

올해 상반기 제주도 골프장의 내장객 수는 146만여 명으로 집계되었다. 역대 최고 내장객 기록을 세운 작년 1~6월 상반기 내장객 수인 140만 4,537명을 넘어선 수치다. 작년에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는데, 한 번 더 기록을 뛰어넘었으니 이것만 보면 대단히 좋은 실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반기 수치가 아닌, 월별 수치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3월까지는 제주도 골프장 내장객 숫자가 순조롭게 증가하는 듯하다가 4월부터 이상 징후가 감지되었다. 4월 도내 내장객이 전년 대비 3.9% 줄어든 것이다. 5월에는 도외·도내 내장객이 전년 대비 각각 12.1%, 3.2%가 떨어져 전체 수치로는 9.2%가 감소했다. 6월에는 제주 골프장 내장객은 총 26만 4,156명을 기록해 전년 대비 15.7%나 감소했다. 도외 내장객은 13.7%, 도내 내장객은 19% 줄어들었다. 

 

여행객은 증가, 내장객은 감소

 

여행객이 줄어 제주도 골프장 내장객까지 줄어든 건 아니다. 제주공항 항공수송 실적자료에 따르면 올해 제주공항 이용객은 7월까지 총 1,713만 8,998명을 기록해 1,417만 5,876명을 기록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9% 늘었다. 특히 5월에는 274만명이 제주공항을 이용해 240만명이던 5월에 비해 항공수송 인구가 13.8%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월 한 달간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를 찾는 인구가 13.8%가 증가할 동안 제주도를 찾는 도외 내장객은 12%가 감소한 셈이다. 게다가 도내 내장객까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6월 한 달에만 19%가 감소하는 등 산토끼도, 집토끼도 잡지 못하고 있다.

 

내장객 감소의 원인

 

왜 제주도 골프장은 산토끼와 집토끼 모두를 지키지 못하고 있을까? 산토끼, 즉 도외 내장객이 줄어든 이유로는 국제선 항공노선 운항 재개가 첫손으로 꼽힌다. 국제선 항공노선이 재개되며 국내 여행사들이 잇따라 동남아 등 해외 골프 상품을 런칭했고, 이에 제주 골프 관광객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집토끼, 즉 도내 내장객이 줄어드는 건 제주도 내에서 ‘미운털’이 박혔기 때문이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제주도 골프장이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큰 호황을 누렸지만, 그 와중에 그린피 등 가격을 지나치게 올렸을 뿐만이 아니라 지역 주민에 대한 혜택을 줄이고 사회 환원도 미미하다는 인식이 합쳐진 결과라는 것이다.

즉, ‘예고된 위기’가 현실로 찾아온 셈이다. 국내 골프장이 호황 속에서 그린피를 지나치게 그린피를 올리고 또 각종 논란을 일으키면서 이 때문에 상승세가 꺾일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고, 제주도 골프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니, 제주도 골프장은 그중에서도 논란이 큰 축에 속했다. 그린피를 과도하게 올린 건 제주도뿐만이 아니라 전국 골프장이 공유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지만, 이외에도 각종 논란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외 내장객이 제주도가 아닌 해외로 눈을 돌린 것도, 제주도 골프장 가격 상승과 각종 논란에서 비롯되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제주도 골프장을 둘러싼 각종 논란

 

제주도 골프장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심어준 사건으로 제주도 골프장의 세금 체납이 좋은 예다. 최근 3년간 제주도 골프장의 이월체납액은 2020년 247억원(6곳), 2021년 242억원(5곳), 2022년 193억원(4곳) 등 상당한 수준을 기록했다. 

경영난으로 세금을 내지 못한 곳도 있지만, 코로나 호황 속에서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곳도 있어 큰 비판을 받았다. 결국, 제주도가 팔을 걷어붙여 체납 골프장에 매출채권 압류, 현금거래 사업장 수색, 지하수 시설 압류 봉인, 골프장 부지 일부 매각 등 강력한 조치를 진행한 끝에 체납 세금 대부분을 징수할 수 있었다. 이 문제가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서 제주도 골프장 이미지가 나빠졌음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집토끼가 떠난 이유로 꼽히는 도민 홀대도 실체가 분명하다. 최근 제주연구원 최영근 박사가 제주 거주 도내 골프장 이용객 343명으로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후 ‘뉴노멀시대 지역사회와 골프장 업계와의 상생방안’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제주도민들은 ‘현재 제주지역 골프장 운영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이 뭐냐’는 질문에 ‘도민 할인 축소(31.5%)’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이어 골프 비용 인상(29.7%), 부킹 기피(25.4%), 코스관리 부실(4.4%) 순으로 답했다. 사실상 ‘도민 홀대’와 ‘비용 상승’이 주된 이유라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코로나19 전후 비용 변화’ 질문에 83.9%가 ‘증가했다’고 답하는 등, 골프장 비용 상승에 대해서도 응답자 대부분이 공감했다.

 

제주도 골프장을 향한 부메랑

 

결국, 제주도 골프장의 상승세가 꺾인 건 해외여행이 어느 정도 자유로워지는 등 외부적 요인도 있지만, 골프장 측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과할 만큼 비용을 올리고, 기업이 마땅히 짊어져야 할 사회적 책임도 다하지 못했으며, 거기에다 제주도민을 홀대하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산토끼와 집토끼 모두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고, 제주도 골프장을 향한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해답은 자명하다. 더 늦기 전에 제주도 골프장을 둘러싼 각종 논란과 문제들을 해결하고 재발을 방지해 산토끼와 집토끼를 지키고 불러들여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잠시 상승세가 꺾이는 것을 넘어, ‘호황의 끝’을 맞이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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