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그녀가 꿈꾸는 미래
박인비, 그녀가 꿈꾸는 미래
  • 남길우
  • 승인 2016.10.0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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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s Life.

박인비, 그녀가 꿈꾸는 미래

골프 역사상 최초의 골든 커리어 그랜드 슬래머

116년 만에 부활된 리우 올림픽 여자골프, 그 역사적인 순간의 주인공은 대한민국의 박인비였다. 지난해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하며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은 물론 최연소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그녀는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남녀 통틀어 세계 골프사상 최초로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또한 차후에 손가락 부상을 숨기고 올림픽에 출전한 것이 알려져 그녀의 인내심과 강한 정신력은 더 큰 화제가 됐다.

골프 역사상 최초로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래머가 된 박인비가 털어놓는 그녀의 속내와 앞으로의 계획.

정리 김혜경 사진 와이드앵글, IGF, 이상효

 

골든 메달리스트 박인비

손가락 통증에도 불구하고 금메달을 땄다. 지금 손가락 상태와 에비앙 챔피언십 출전 여부가 궁금하다.

손가락은 올림픽 기간에 많이 호전됐다고 느꼈다. 완치까진 바라지 않았지만, 의사선생님께 통증없이 경기하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3주 정도는 깁스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 에비앙대회는 참가가 힘들 것 같다. 올해 가장 나가고 싶은 대회였고, 마지막 대회라 무리해서라도 나가야 한다는 생각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 몸을 더 신경 써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팀과 상의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손가락은 3주 후 상태를 본 후 재활을 3주 정도 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통증이 심했을 것 같은데, 손가락 통증은 어떻게 이겨냈나?

경기 중엔 통증이 잘 안 느껴졌다. 진통제, 소염제 복용을 할 순 있었지만 약을 먹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먹지 않았다. 몸이 조금이라도 처지게 하면 그것에 대해선 아무것도 안 하는 스타일이다. 약도 테이핑도 안 하고 경기했다.

남녀 골프 선수 최초로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한 소감은?

골프가 116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돼서 영광이었다. 처음으로 골든 메달리스트에 제 이름 올릴 수 있게 됐고, 죽고 나서도 역사에 남는 것이기 때문에 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같이 경기하는 선수들, 또 주니어 선수들에게 어떤 메이저 우승보다 영감을 주는 데는 금메달이 의미가 다른 것 같다. 제 금메달을 떠나서 국민 모두의 금메달이라고 생각한다.

협회에서 3억원, 대한체육회에서 2,000만원 정도 포상금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포상금을 어떤 용도로 쓸 계획인가?

압도적인 응원에 힘입어 내가 좋은 자리에 설 수 있었던 만큼, 고민하고 있다. 어디에 사용하는 게 좋을 지는 아직까지도 고민 중이다.

우상이었던 박세리 감독과 함께 금메달을 딴 감회가 클 것 같다.

올림픽 전에는 힘든 일이 많았기 때문에 고충을 토로했다. 감독님이 격려의 말씀을 많이 해주셨고, 대회 끝난 후 누구보다 좋아해주셨다. 그동안 우러러봤던 감독님과 같이 금메달을 일궈냈다는 부분은 특별한 운명이었다고 생각한다. 감독님과의 궁합, 운도 잘 맞았던 것 같다.

올림픽을 통해 인지도가 더욱 늘어난 것 같은데, 피부로 느낀 적이 있는지?

얼마 전 가족들과 강원도 여행을 갔는데, 사투리를 구수하게 쓰시는 할머님 두 분이 금메달 딴 것을 보셨다면서 축하해주셨다. 또한 사복으로 가족들과 밥 먹으러 갔는데 알아보셔서 놀란 적이 있다. 예전에는 나를 못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어린 아이들도 많이 알아봐서 놀랐고, 올림픽의 힘이라고 느꼈다.

과거 박세리 덕분에 ‘세리키즈’ 신드롬이 생겼다. 리우 올림픽을 통해 ‘인비키즈’ 신드롬도 생길 것 같고, 골프 저변 확대에도 도움이 될 듯 하다.

골프가 올림픽 정식종목이 돼 골프에 큰 힘이 됐다. 예전에는 골프 마니아층이 형성됐는데, 요새는 젊은 층도 나를 봤다는 얘기를 많이 해줬다. 팬 층이 다양해졌고, 골프가 많은 분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스포츠가 된 계기라 생각한다. 내가 박세리 감독님께 영감을 받았듯, 나로 인해 그런 현상이 생긴다면 영광일 것 같다.

“올림픽 출전을 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 사실 나도 포기하고 싶은 부분이 굉장히 많았다. 스스로 100% 컨디션이라 생각하지 않았고, 언제 또 아플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결정 내리는 게 힘들었는데, 116년 만에 열린 여자골프고 나라를 대표하는 대회였다. 개인적인 몸 상태만으로 포기한다면, 올림픽정신에 맞지 않는 결정이라 생각했다. 개인적인 부상, 두려움으로 포기한다면 올림픽이 아닌 골프인생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

골프라는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정신력이 50% 정도 되는 것 같다. 테크닉은 30%, 창의력은 15%라 생각한다. 일단 정신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올바른 스윙도 나온다. 테크닉이 안 되면 정신력도 떨어진다. 둘 다 굉장히 중요하다. 창의력은 필요하지 않은 코스도 있다. 올림픽의 경우는 창의력이 필요한 코스가 많았다. 까다로운 코스도 있었고, 그래서 그동안 많이 사용하지 않았던 어프로치를 시도하기도 했다.

박인비하면 멘탈 얘기가 많이 나온다. 본인의 멘탈이 골프선수로서 얼마나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

골프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한 가지에 집중하면 주변이 안 보이는 스타일이라는 점이다. 가족들도 집중하면 그 외의 부분은 너무 무관심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골프에선 장점이 되는 것 같다.

물론 나도 항상 집중력을 발휘하는 건 아니고, 메이저대회 또는 다른 대회보다 긴장해야 하는 대회라고 생각하면 힘이 더 나오는 것 같다.

앞으로 LPGA 판도를 어떻게 예상하는가?

올해는 완치하는데 힘을 많이 쓸 예정이다. 올 시즌은 아리야 주타누간, 리디아 고, 브룩 헨더슨 등 젊은 층들이 많은 발전을 했던 시즌으로 기억이 된다. 내년, 내후년에도 젊은 층들이 이번 시즌을 계기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은 된다. 그렇지만 제 나이 또래나 저보다 나이 많은 친구들 또 아직 베테랑 선수의 층이 단단하고 언제나 우승할 수 있는 기량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골프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나이의 영향을 덜 받는 스포츠기 때문에 앞으로도 기회는 있다고 본다.

향후 목표는?

다음 목표는 아무래도 메이저대회에서 승수를 많이 쌓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욕심나는 부분이다. 일단 메이저대회 출전에 초점을 둘 계획이다. 한번 올림픽을 경험하니 2020년에 올림픽 메달을 지키는 것도 좋은 목표가 될 테지만 4년 뒤이기 때문에 거기까진 장담을 못 하겠다. 또한 실력이나 메이저 트로피도 중요하지만 많은 선수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모범적인 선수가 되는 것도 큰 목표 중 하나다.

메이저 최다승도 염두에 두고 있나?

매 대회에 좋은 경기력이 유지되면 좋겠지만, 메이저대회에 보다 집중하면 좋을 것 같긴 하다. 매 경기에 전력을 다하는 것보단 메이저대회에 비중을 두는 게 낫다는 생각도 했다. 메이저대회에 많이 출전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 않겠나? 도전할 게 남아있으면 앞으로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더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에비앙 대회에 못 나가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메어저 승격 뒤엔 우승을 못 했기 때문에 에비앙 챔피언십도 꼭 우승하고 싶은 대회중 하나이다.

 

아내로서의 박인비

가정을 꾸리고 있는데, 2세 계획이 궁금하다.

선수생활 하는 동안 남편의 외조를 잘 받았고, 고마운 부분이 많다. 나중에 은퇴한 이후에는 남편 이상으로 내조를 해주고 싶다. 나도 남편에게 전폭적인 응원과 지지를 보내고 싶다. 어떤 일을 하던지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을 해줄 마음의 준비도 돼 있다. 지금까지 해준 것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다.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확고하다. 하지만 아직 나이가 어리고 여전히 골프가 즐겁기 때문에 지금은 골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아이를 가질 생각은 없다. 온전히 아이에게만 집중하고 싶을 때, 100% 시간을 함께할 수 있을 때 아이를 갖고 싶다. 남편과 나중에 자식이 골프를 하고 싶다고 하면 꼭 시키자고 얘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이기 때문에 아직 섣불리 결정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소렌스탐처럼 아이를 위해 은퇴한 경우도 있고, 아이를 가진 후 선수생활을 하는 선수도 있다. 본인은 어느 케이스가 될 것 같은가?

나는 소렌스탐 쪽이 될 것 같다. 아기가 커가는 모습을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언제 아기를 갖게 될 지는 아직 상상이 안 된다. 소렌스탐이 쓴 책을 보니 어느 순간 ‘내가 왜 여기에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 은퇴를 결심했다고 하더라. 내가 준비가 됐을 때 아이를 갖고 은퇴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아직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선수 생활을 은퇴한 이후의 삶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지금은 제가 선수 생활을 하는 것이 골프업계나 스포츠업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으로선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나중에 스포츠, 골프 관련 일을 한다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시즌엔 올림픽을 제외하고 목표 의식도 강하지 않았고 제 자신을 업그레이드 시켜줄 계기 자체가 없었다.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엔 안주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한 해이다. 인간으로서도 어떻게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하는 것이 제가 앞으로 있어서 꼭 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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