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골퍼 주의보
진상 골퍼 주의보
  • 나도혜
  • 승인 2022.01.28 14: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골프 인구가 늘어나면서 매너 없는 행동을 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는 진상 고객이 늘어나면서 골프장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골프의 인기가 올라가고 골프가 대중화된 것은 축하할만한 일이지만, 사람이 늘어나면서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부작용도 있다. 바로 ‘진상 고객’의 증가다. 골프를 아직 잘 모르는 사람이 저지르는 비매너는 차치하더라도, 골프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거나 골프에 대한 지식과는 상관없는 비매너를 저지르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는 진상 고객이 늘어나면서 골프장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인증샷 경쟁이 만든 민폐

 

가장 눈에 띄는 비매너 고객은 인증샷을 찍느라 경기 진행을 느리게 만드는 사람들이다. 특히나 비교적 젊은 세대인 2030에서 자주 눈에 띄는 고객 유형이다. SNS를 즐겨하는 20대 고객은 골프장에서 ‘인증샷’을 찍는 것이 중요하다. 골프웨어를 차려입고 현재 골프를 즐기러 왔다는 ‘인증샷’을 찍느라 경기 진행이 느려진다. 

골프에서는 보통 팀 사이에 7~8분 정도의 간격을 두고 촘촘한 일정으로 진행된다. 특히나 골프장에 사람이 몰린 요즘 같은 때는 더더욱 신속한 경기 진행이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골프에 빠진 MZ세대가 사진을 찍느라 경기 운영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슬로 플레이

 

‘느린 플레이’는 골프에서 매우 치명적인 문제다. 아마추어들이나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뿐 아니라 프로의 세계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작년 8월 미국프로골프 투어에 출전한 브라이슨 디샘보는 늑장 플레이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24m 거리의 퍼트를 하는데 2분 이상을 소모한 것이다. PGA는 그동안 항상 문제가 되던 슬로 플레이를 규제하기 위해서 기존 제재 규정에 속도와 무게를 더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사고는 어쨌든 고의적으로 발생하는 사고는 아니다. 물론 고의적으로 늑장 플레이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아직 골프에 관한 룰과 에티켓을 잘 몰라서 의도치 않게 발생하는 사고다.

 

골튀 골퍼의 등장

 

그러나 고의적으로 누가 봐도 진상인 행위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악의적으로 골프장 측에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갑질을 하는 사람들이다.

라운드를 하고 돈을 내지 않고 가는 ‘골튀 손님’도 존재한다. 라운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니 믿기 어려운 이야기겠지만 실제로 있는 손님 유형이다. 당일에 그린피 할인을 요구하는 식이다. 페어웨이나 그린 상태가 좋지 않다면서 할인을 요구하고, 혹은 공짜 라운드나 식사 쿠폰으로 보상을 받아야겠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블랙리스트 골퍼

 

조인 팀에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골프는 보통 4명이 함께 치기 때문에 사람 수를 맞추기 위해서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팀을 이루기도 한다. 그런데 한 명이 당일에 오지 않아서 금전적 손해를 입거나, 골프 매너가 좋지 않은 골퍼와 만나서 라운드를 망치기도 한다. 캐디에게 욕설을 하고 성적인 농담을 던지는 고객 때문에 해당 골퍼가 예약을 하면 팀을 배당받지 않으려고 캐디가 휴무를 내는 사례도 존재한다.

 

170번 부킹남의 민원

 

부산의 한 골프장에서는 한 해 동안 170차례나 골프장을 찾은 고객이 부킹이 어렵다면서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1년에 300일 운영하는 해당 골프장의 영업일을 기준으로 볼 때 이틀에 한 번 골프장을 방문한 것인데, 원하는 날에 골프를 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민원을 제기한 코로나19로 인한 골프 호황으로 수요가 몰린 것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신의 입장만을 골프장에 강요하는 행위다.

 

방송이 일으킨 오해

 

방송에서도 골프의 비매너 행위들이 전파를 타면서 논란이 일었다. TV조선의 ‘골프왕’에서는 스윙 ‘루틴’을 하는 출연자에게 상대편이 갑자기 말을 걸었다. MBN ‘그랜파:파일럿’에서도 똑같은 장면이 송출됐다. 샷을 치는 곳 근처에서 돌아다니거나 떠드는 등으로 방해했다. 

이런 비매너 행위에 대해서 다른 출연자들이 지적을 하기도 했다. 방송에서 게임의 규칙을 어느 정도 어기는 것은 재미를 위해 암묵적으로 허용되고 있지만, 지나친 비매너는 오히려 불쾌감을 유발한다. 또한, 골프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는 사람들이 미디어를 보고 잘못된 에티켓을 익힐 수도 있다.

 

매너가 골프를 만든다

 

어떤 상황이나 장소에서도 매너는 항상 중요하다. 특히나 스포츠에서는 더욱 그렇다. 물론 매너는 규칙이 아니다. 룰이 아니기 때문에 강요할 수는 없지만, 매너를 지키지 않고 경기하면 상대방이 불쾌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제대로 된 공정하고 즐거운 경기가 될 수 없다. 결국, 장기적으로 나의 손해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작년 11월 한국골프장경영협회는 골프장과 골퍼를 대상으로 하는 에티켓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새롭게 유입되는 초보자 팀들이 기본적인 룰과 에티켓을 아직 숙지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비매너와 늑장 플레이로 다툼과 안전사고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협회는 홈페이지와 협회보를 통해서 골프 에티켓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캠페인을 펼쳤다.

매너를 지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기본을 지키지 않는 스포츠는 즐겁기 어렵다. 많은 사람이 타인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매너를 갖추고 골프 플레이를 하기를 바란다. 모든 사람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매너를 지킬 때 골프 문화는 더욱 성숙해질 것이다.

 

 

GJ 나도혜 사진 GettyImages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