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골프장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골프의 인기가 높아지는 만큼 골프장 그린피가 지나치게 높다는 논란이 커지는 이때, 공공골프장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공골프장 바로 알기
공공골프장은 문자 그대로 영리적인 목적보다는 공익적인 목적을 가지고 영업을 하는 골프장이다. 따라서 그린피를 적게 받고, 수익도 영리적인 목적이 아닌 공공 목적으로 쓰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만큼 저렴하지만, 서비스는 대체로 간소하다. 나쁘게 말하면 서비스 품질이 낮지만, 좋게 말하면 가성비가 탁월하다.
실제로 미국이나 호주 등은 공공골프장이나 저가형 골프장이 상당히 대중화되어 있다. 미국은 골프장의 15% 이상이 공공골프장이며, 꼭 공공골프장으로 분류되지 않더라도 저렴한 저가형 골프장도 적지 않다. 미국의 공공골프장이나 저가형 골프장은 그린피가 2~40달러에 불과하며, 1년 요금으로 결제할 시 비용이 훨씬 내려가는 등 비용에서는 일반 골프장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저렴하다. 물론 저렴한 만큼 다소 서비스 품질이 낮은 것은 각오해야 한다. 카드 결제가 거부되는 곳도 있고, 샤워장이 없는 곳도 있다. 노캐디가 기본이고, 골프장의 전반적인 퀄리티 역시 아쉽다는 평가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필드에서 골프를 칠 수 있다는 장점 하나로 모든 단점을 커버한다는 평이다.
한국의 공공골프장
미국이나 호주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아직 공공골프장이 대세라 하기는 어렵다. 현재 한국의 공공골프장은 에콜리안CC 5곳과 의령 친환경 골프클럽 1곳. 총 6곳에 불과하다. 비율로 따지면 전체 골프장의 1.1% 정도밖에 안 된다. 물론 공공골프장이 적은 게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한국은 그린피도 다른 나라보다 높다는 게 문제다. 가뜩이나 물가 대비 그린피가 비싼 편인데 저렴하게 골프를 칠 수 있는 공공골프장의 숫자까지 적으니 ‘저렴한 골프’라는 선택지 자체가 봉쇄된 꼴이다.
이에 공공골프장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확충 요구도 늘고 있다. 특히 현재 운영되고 있는 공공골프장이 하나같이 호평받으면서 더더욱 관심이 높아지는 측면이 있다.
에콜리안골프장은 에콜리안 광산을 시작으로, 다섯 곳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골퍼들에게는 탁월한 가성비로 유명하다. 캐디가 없는 ‘노 캐디’가 기본이며, 주말 18홀 기준 평균 요금이 7만 7,000원이다. 카트피도 평균 4만 4,000원으로 일반 골프장보다 저렴하다. 또 골프장의 모든 수익은 체육진흥기금으로 환원되어 각종 체육 공익적인 용도로 쓰인다.
의령 친환경 골프장도 18홀 기준 평일 45,000원 주말 60,000원으로 요금이 저렴하며, 지역 주민이라면 더더욱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환경 보호를 위해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인력 투입으로 제초작업을 시행하는 등 친환경적으로 코스를 관리하고, 수익금으로 각종 공익사업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주며 호평을 받고 있다. 2021년에는 내장객과 수입 모두 역대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공공골프장에 대한 러브콜
이처럼 공공골프장이 호평을 받으며 확충 요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울산에서는 시체육회와 시골프협회 등이 ‘에콜리안 퍼블릭 골프장’ 울산 유치를 희망하는 시민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이윤철 울산상공회의소 회장과 김석기 울산시체육회장, 박원우 울산시골프협회장 등이 송철호 울산시장을 만나 “골프 저변 확대와 유소년 꿈나무 육성 차원에서 울산에도 에콜리안 퍼블릭 골프장이 필요하다”는 시민의 뜻을 전달했고, 송 시장도 “시민들의 뜻에 따라 시민 건강증진과 골프 저변확대, 유소년 꿈나무 육성을 위해 저렴한 비용의 골프장인 에콜리안 퍼블릭 골프장 유치를 적극 검토하고 유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공공골프장 확충을 원하는 여론이 행동에 나선 것이다.
사실 공공골프장의 확충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 골프장을 새로 짓는 건 여전히 까다로운 일이며, 공공골프장도 마찬가지다. 2016년 6월에 문을 연 거창 에콜리안 이후 아직 국내에 새로 문을 연 공공골프장은 없다. 공공골프장의 가성비를 고려하면, 문을 열기만 하면 일정 이상의 수요는 보장될 것임에도 6년 동안 개장 소식은커녕 구체적인 계획 소식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건 그만큼 공공골프장의 확충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현실화 가능할까?
그럼에도 공공골프장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작년 12월 7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연 ‘골프산업발전방안 공개토론회’에서 참석한 전문가들은 공공골프장의 확충이 당면한 그린피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로 평가했다. 특히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김상훈 실장은 “미국의 공공골프장 비중(16%)을 적용하면 우리나라도 94개 정도 공공골프장이 있어야 한다”라며 공공골프장의 확충을 요구했다. 이제 공공골프장 확충은 전문가 사이에서도 진지하게 논의되는 단계까지 온 것이다.
명실상부 대중스포츠의 길에 접어든 골프. 이에 발맞춰 일반 골프장뿐만이 아니라 보다 저렴한 공공골프장이 좀 더 확충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과연 이러한 공공골프장에 관한 관심과 확충 요구는 실현될 수 있을까. 혹은 일각의 요구나 주장에 그치고 여전히 공공골프장은 호평을 받을지언정 소수만이 존재하는 ‘찻잔 속 태풍’으로 남을까.
아직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그린피를 둘러싼 논란이 나날이 커지는 이때, 공공골프장 확충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면 한 번 고려해 볼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GJ 글 나도혜 사진 Getty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