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물먹는 하마’ 논란 벗으려면
골프장 ‘물먹는 하마’ 논란 벗으려면
  • 김상현
  • 승인 2021.12.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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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농약 남용 문제가 크게 줄어들며 수자원 오염 논란도 함께 줄어들었지만, 수자원 고갈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골프장 수자원 고갈 논란

 

‘골프장은 물 먹는 하마다’ 환경단체 등에서 골프장 건립을 반대할 때 자주 나오는 레퍼토리다. 골프장과 특정 상품 사이에 커넥션이 있다는 뜻이 아니다. 골프장이 지하수, 강, 호수 등 각종 수자원의 수질을 악화시키거나, 혹은 물을 지나치게 많이 써서 수자원을 고갈시킨다는 뜻이다. 

골프 업계로서는 안타깝게도 이 비난은 ‘팩트’에 근간을 두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골프장이 과도한 농약 사용으로 수자원을 오염시킨다고 비난받았고, 지금은 수자원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한다고 비난받는다. 

어느 쪽이든 근거는 있다. 과거 골프장에서 농약 등을 남용해 물을 오염시킨 예가 여럿 존재했고, 지금도 골프장에서 물을 많이 쓰는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린을 키우고 유지하는 것부터 해저드 관리 등 골프장이 물이 많을 쓴다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골프장 농약 남용 문제가 크게 줄어들며 수자원 오염 논란도 함께 줄어들었지만, 수자원 고갈 논란은 현재 진행형인 이유다.

 

수자원 논란이 가장 심한 제주도

 

현재 대한민국에서 골프장 수자원 논란이 가장 심한 곳은 제주도다. 제주도에서 가장 중요한 수자원은 지하수이며, 골프장은 지하수 고갈 논란의 단골손님이다. ‘먹는 샘물’로 인해 제주도 수자원이 고갈된다는 논란 못지않게 언론, 지자체, 시민단체 등이 비판하는 곳이 골프장이다. 골프장과 호텔이 지하수 고갈의 ‘주범’이라며 때리는 뉴스 기사를 찾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 때문에 제주도 골프장은 ‘빗물 이용시설’로 지정되어 있다. 수자원을 아끼기 위해 빗물을 받아 재활용하는 게 의무 사항이다. 덕분에 2021년 기준 제주도 골프장의 물 사용량 중 빗물 사용량의 비중은 평균 50% 이상이다. 골프장이 물 먹는 하마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지만, 많이 쓰는 와중에 수자원을 절약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외국의 수자원 고갈 논란

 

골프장이 수자원을 고갈시킨다는 논란은 대한민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골프가 ‘귀족 스포츠’의 이미지가 강한 개발도상국은 경제 성장과 개발 열풍에 골프장이 많이 건립되면서도, 동시에 수자원 고갈 논란 등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중국은 2004년 토지 및 수자원의 합리적 이용을 명분 삼아 ‘신규 골프장 건설 잠정 중단에 관한 통지’를 마련해 각 지방에 골프장 건설 승인을 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수자원 보호를 이유로 아예 골프장 건설을 중지시켜 버린 셈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편법 골프장 건설이 이어졌다. 대놓고 골프장으로 허가받는 대신 체육공원, 생태원 등의 명목으로 허가받아 골프장을 짓는 경우가 많았고, 지방정부도 지역 개발이나 세수 확보를 명분 삼아 이를 눈감아 주었다. 결국, 중앙 정부가 나서 수십 곳의 골프장을 강제 폐쇄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동원한 사례도 있다. 이러한 중국의 정책은 순수한 수자원 보호 목적이 아닌, 공직기강 확립 등 정치적인 명분이 강하다고 평가받았다. 하지만 수자원 보호를 명분 삼아 이런 극약 처방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골프장의 수자원 고갈 문제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베트남도 골프장 수자원 고갈 논란에 시달리는 나라 중 하나다. 18홀 골프장 한 곳이 베트남 2만 가구가 쓸 수 있는 물의 양을 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데 강력한 논리로 쓰이고, 결국 수십 곳의 골프장 건립이 취소된 바 있다.

 

수자원 고갈 논란은 현재 진행형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 예로 2012년 호주는 자국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인 울루루(에어즈 록) 인근에 골프장 건설 계획으로 한바탕 울루루를 담당하는 에어즈 록 리조트에서 관광객 감소 등을 명분으로 18홀 규모의 골프장 건립 계획을 발표하자 반발 여론이 거세게 인 것이다. 당시 환경단체는 골프장 건설 반대의 명분으로 수자원 고갈을 내세웠다. 

연 강수량이 307.7mm에 불과할 만큼 건조한 기후 탓에 물이 부족한 울루루 주변에 골프장이 들어서면 심각한 수자원 고갈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에어즈 록 리조트 측은 이미 환경 전문기관의 컨설팅을 거쳤고 또 재활용한 물을 쓸 것이므로 인근 수자원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반론했다. 하지만 이 논란으로 울루루 골프장 건설은 몇 년간 보류되기에 이르렀다.

소개한 사례들처럼 골프장의 수자원 고갈 논란은 전 세계적으로 현재 진행형이다. 또한, 기상이변으로 물 부족 현상에 대한 우려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골프장에서 수자원 고갈 논란을 무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이 문제를 해결할 때가 된 것이다.

 

골프장 수자원 논란의 해법

 

이미 성공적인 사례들이 여럿 존재한다. 앞서 말했듯 제주도의 골프장에서 쓰이는 물의 절반 이상이 빗물로 충당된다. 개중에는 물 사용량의 90% 이상을 빗물로 충당하는 골프장도 있다. 물론 아직 미비한 점도 있다. 제주도의 모든 골프장은 빗물 이용시설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지만, 골프장별 시설 설치 및 활용기준이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으며, 그 때문에 관리도 미비하다는 논란이 적지 않다. 바꿔 말하면 시설 설치, 활용기준 완비, 시설 관리 등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골프장의 수자원 논란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음을 제주도 골프장이 이미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의식 개선도 필요하다. 골프장 측은 물론, 이용자도 골프장의 수자원 논란을 이해하고, 물을 아끼는 데 협조하거나 동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골프장에서 물을 아끼려면 이용자로서는 다소 불편하거나, 조경이 미흡하다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이용자가 너그럽게 이해해 주어야 골프장도 안심하고 수자원 절약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GJ 김상현 사진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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