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년 역사상 첫 흑인 회장 선출한 미국골프협회
127년 역사상 첫 흑인 회장 선출한 미국골프협회
  • 김예지
  • 승인 2021.12.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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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4년 창립되어 무려 127년을 이어져온 역사 깊은 단체인 미국골프협회에 127년 만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창립된 이래 최초로 흑인 회장이 탄생한 것이다. USA 집행부 선출 위원회는 미국으로 이주한 흑인인 현 선수권대회 위원장 프레드 퍼폴을 2023년부터 회장직을 수행할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고 발표했다. 퍼폴은 2022년 현재 회장인 스튜어트 프랜시스의 임기가 종료되면 회장에 취임하게 된다. 퍼폴은 2019년부터 USGA 집행위원회 위원을 맡아왔으며, USGA 선수권대회 위원장과 아마추어 자격위원으로도 활동해왔다.

USGA의 회장직은 명예직이기는 하지만 협회의 얼굴이 되는 자리다. 인종차별의 잔재가 남아있는 미국에서 이런 자리에 역사상 최초로 흑인을 선출한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는 일이다. 골프는 오랫동안 백인 중심적인 스포츠였고, 특히 미국의 공식 골프 관련 협회들이 그동안 인종차별적인 행보를 보여왔기에 이번 결정은 더욱 상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백인만 멤버가 될 수 있었던 PGA

 

미국프로골프협회(PGA)는 1934년부터 1961년까지 백인만 멤버가 될 수 있었다. 또한, 메이저 골프대회 마스터스에서는 1975년까지 흑인 선수의 참가가 불가했다. 마스터스를 개최하는 미국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의 초대 회장 클리퍼드 로버츠는 “내가 살아있는 한 모든 골퍼는 백인이고, 모든 캐디는 흑인일 것이다”라고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공공연하게 하기도 했다. 골프클럽의 회장이 공개적으로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골프는 스포츠계에서도 인종차별이 심각한 곳이었다.

골프계에 흑인 선수가 등장한 이후에도 골프계의 인종차별은 사라지지 않았다. 흑인 최초로 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에 출전했던 리 엘더는 선수 생활 중에 많은 차별을 겪었다. 그가 미국골퍼협회(UGA)에서 활약하고 있을 때 미국프로골프협회(PGA)에는 ‘코카서스 인종(백인)’만 회원이 될 수 있다는 규정이 존재했고, 엘더는 이 조항이 철폐된 지 7년 뒤인 1968년에 PGA 투어에 합류했다. 그가 활동하던 당시 일부 골프장에서는 흑인 선수들의 클럽하우스 출입이 불가해 주차장에서 환복을 하고 대회에 나가야 했으며 마스터스 출전 당시에는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다.

 

여전히 존재하는 인종차별

 

물론 시대가 변하고 법과 제도가 변화하고 문화와 인식이 변화하면서 미국 내 인종차별은 상당히 사라졌다. 형식적으로, 명목적으로 흑인은 백인과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보이는 곳에서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종차별은 존재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흑인에 대한 과잉진압과 이로 인한 흑인의 사망에 분노하며 BLM(Black Lives Matter)시위가 대규모로 벌어지기도 했다.

또한, 사회의 많은 곳에서 인종차별이 사라졌다고 해도, 과거 뿌리 깊었던 인종차별의 잔재가 정치와 경제 그리고 문화 곳곳에 아직 남아있기도 하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미국골프재단 NGF에 의하면 주말 골퍼 중 흑인의 비율은 3%뿐이다. 프로 골퍼 가운에 흑인은 1.5%로 2%도 되지 않는 수치다. ‘골프 황제’로 불리는 타이거 우즈는 흑인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타이거 우즈를 제외하고는 백인들이 골프계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흑인은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흑인 비중이 낮은 이유

 

골프에서 흑인들의 비중이 낮은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다. 골프는 시작할 때 초기 자본이 많은 들어가는 스포츠일 뿐 아니라, 이후 지속적으로 즐기기 위해서도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미국은 여전히 흑인 빈곤율이 높은 나라이기 때문에 흑인들이 골프를 즐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오랫동안 백인만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에 심리적인 진입 장벽도 상당히 높아져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인종차별이 나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유색인종이 인종차별로 고통받고 있다.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유색인종을 배척하는 잔재가 남아있는 국제사회에서, 그동안의 관습을 깨고 흑인을 회장으로 선출했다는 것은 인종차별이 남아있는 미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움직임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특히나 백인 중심주의가 견고했던 골프 업계라는 점에서 이번 결정을 주목할 만하다.

 

 

GJ  김예지 사진 USGA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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