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 되는 그린피 논란 진단
장기화 되는 그린피 논란 진단
  • 김상현
  • 승인 2021.12.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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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그린피 인상 논란은 코로나 사태, 골프 열풍과 대중제 골프장의 대두, 그리고 소비자들의 불만 등이 뒤엉킨 문제로 정의할 수 있다. 그린피 문제의 올바른 해법은 무엇일까?

 

그린피 청원의 시작

 

작년 하반기부터 청와대 국민 청원란에 ‘그린피 청원’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주로 골프장 그린피가 지나치게 인상되었으니, 국가가 나서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취지의 청원이었다. 

그중 한 청원 글은 다음과 같이 그린피 문제를 꼬집었다. ‘근간에 이루어지는 골프장 요금체계를 보면, 회원제에서 대중제 체육시설로 전환하고, 체육시설로 등록한 신규 골프장들 또한 회원제 골프장에 버금가는 요금적용으로 엄청난 이익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리한 금액인상으로 인해 1회 라운드에 많은 금액이 지불되는 것을 개선하고 스포츠 대중화에 앞장서야 할 시설들의 무리한 요금 인상을 제한해 달라’ 등으로 지나치게 오른 그린피 문제를 비판하며 국가가 나서 그린피 문제를 해결해 달리고 요구했다. 이 청원 글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며 그린피 문제를 공격하는 레퍼토리로 쓰였다.

 

반복되는 그린피 청원

 

청와대 그린피 청원이 화제가 된 지 1년이 지났다. 시간이 흘렀으니 그린피 논란도 해결되었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처음 청와대 그린피 청원이 화제가 되고 1년이 더 지난 2021년 10월 21일 올라온 청와대 청원 글을 살펴보자. 11월 18일 기준 7만 3천 건이 넘는 동의를 받으며 큰 호응을 얻은 이 청원 글의 제목은 ‘코로나 시대 골프장 폭리’다. 내용도 ‘코로나 시대에 해외여행도 못 하고 다른 레저 활동도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골프 인구가 늘어나고 부킹이 힘들어지자 골프장들이 그린피, 카트비, 캐디피를 일제히 올려서 폭리를 취하고 있습니다.’, ‘한국 골프장은 그린피와 카트비를 따로 계산하는 꼼수를 쓰고 있네요!’, ‘카트 운영회사를 따로 만들어서 세금을 덜 대고 친인척에 몰아주고 있습니다. 퍼블릭까지 덩달아 올려서 폭리를 취하고 있네요.’ 등으로 그린피 문제를 비판하며 청와대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장관과 수석 비서관을 포함한 정부 관계자가 30일 이내에 공식적으로 답변하는 게 원칙이다. 2021년 10월 21일 올라온 위의 청원은 현실적으로 30일 내 20만 명을 채우기 어려워 보이고, 따라서 청와대나 정부 관계자의 공식 답변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회 전체를 뒤흔든 초대형 이슈도 아니고 ‘그린피’라는 한정된 화제만으로 7만 3천 명이 넘게 동의한 건 가볍게 볼 수 없다. 비슷한 내용의 청와대 청원이 화제가 되어 언론에 오르내린 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음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린피 인상 논란의 시작

 

그린피 인상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코로나 사태 이전, 아니 21세기 전에도 흔한 뉴스였다. 1971년 조선일보 기사를 하나 살펴보자. 이 기사는 몇몇 골프장의 그린피 인상을 소개하며, ‘비지터는 주말의 경우 그린피만 6천원 이상을 내야 하는 판국이 되어 회원 아니면 골프를 말라는 통폐(通弊)가 더욱 노골화된 셈’이라고 비판했다. 당시에는 회원제 골프장이 주류였고, 비지터에게 지나친 그린피를 받는다는 문제를 다루고 있으니 현재 화두가 되는 그린피 문제와는 맥이 다르다. 하지만 골프가 귀족 스포츠로 불리던 1970년대에도 그린피 논란이 주류 언론에 오르내릴 만큼 가볍지 않은 문제로 여겨졌다는 점은 확실히 알 수 있다.

이후에도 잊을 만하면 그린피 논란이 불거졌다. 종종 그린피가 내려간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그린피 상승 논란이 훨씬 자주 언론을 탔다. 

결국, 2008년에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그린피 논란을 지적해 관련 부처가 나서 그린피 인하를 위해 움직이는 ‘사건’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물론 이전에도, 이후에도 그린피를 둘러싼 각계각층의 움직임은 이어졌고 그 모두를 이야기하기에는 지면이 모자라다.

 

그린피 논란의 당면 과제

 

과거 이야기는 이쯤 해 두고, 당면한 이야기를 해 보자. 현재 그린피 논란은 코로나 사태, 골프 열풍과 대중제 골프장의 대두, 그리고 소비자들의 불만 등이 뒤엉킨 문제로 정의할 수 있다.

코로나 사태 초기에는 골프장들은 코로나 호황이 아닌 불황을 걱정했고, 그린피도 이러한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코로나 사태로 이용객이 줄어들어 한 명이라도 더 많이 모으기 위해 일시적으로 그린피를 할인한 골프장이 있고, 사우나 시설을 폐쇄하는 대신 그린피를 할인해 준 골프장도 있다. 제주도 골프장이 텅텅 비어 대대적인 그린피 할인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 불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반대로 코로나 호황이 찾아왔다. 코로나 사태로 해외여행 등 수많은 여가 수단이 ‘올 스톱’ 되거나 크게 제한된 가운데, 비교적 안전한 여가 수단으로 골프가 크게 주목받았다. 코로나 불황은 코로나 호황이 되었고, 골프장은 코로나 사태 속 대표적인 수혜자로 기록되었다. 

동시에 그린피 문제도 점점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아직 코로나 사태 초기라 할 수 있던 2020년 상반기부터 골프장의 코로나 호황을 다루면서 호황 속에 그린피가 지나치게 오르고, 캐디피 카트비 등까지 함께 오른다는 언론의 비판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골프장들은 세금이 지나치게 올라 그린피 등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반론했지만,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세금 상승에 비해 그린피나 기타 비용이 지나치게 올랐다는 의견이 대세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반기가 되면서 문제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그런데도 골프장의 그린피 논란은 해결되지 못하고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그린피 문제의 현주소

 

현재 그린피 문제는 어디까지 왔을까. 안타깝게도 코로나 사태 초창기와 크게 다를 게 없다. 일단 그린피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건 주관적 의견이 아닌 ‘팩트’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초 전국 대중제 골프장의 주중 평균 입장료는 15만 3,000원, 주말 입장료는 20만원으로 나타났다. 1년 사이 주중 기준 14.1%, 주말 기준 10.4%가 올랐다. 회원제 골프장도 주중 18만 4,000원, 주말 23만 5,000원을 기록했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세제 혜택을 받는 대중제 골프장임에도 회원제 골프장보다 그린피가 비싼 사례가 나오는가 하면, 대중제 골프장에서 유사 회원제로 편법 운영하며 본인들의 이익은 극대화하고 피해는 소비자에게 전개한다는 논란까지 불거졌다.

 

수요공급 법칙과 그린피

 

물론 지금의 그린피 논란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은 오르기 마련이며, 대한민국 골프장이 수요에 비해 부족하니 그만큼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적용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에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도 지켜야 하는 선은 있다. 초창기 자본주의가 거의 모든 것을 자유롭게 맡기고 불공정 문제 등에도 신경 쓰지 않은 자유방임주의로 나아가다 결국 세계 대공황으로 대표되는 재난을 겪으며 국가의 적절한 개입을 인정한 수정자본주의 체계로 변화한 것이 좋은 예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으니 마음대로 가격을 올려도 무방하다’라는 논리는 어디에서도 지지받기 어렵다. 

하물며 코로나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재난 속에 수많은 사람이 경제적 고통에 허덕이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고, 세제 혜택을 받는 대중제 골프장이 앞다퉈 그린피를 올리는 데 변명이 될 수는 없다. 지금 골프장이 잘 나간다고 그린피를 지나치게 올리고 비판에 귀를 막는 건 결국 업계의 이미지를 깎아 먹는 일이며, 더 큰 비판을 자초하는 일이다.

 

골프장 서비스 논란

 

설상가상으로 골프장 서비스 논란까지 커지고 있다. 서비스 가격이 오르면 품질도 오르거나, 최소한 유지되어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골프장들이 그 상식을 지키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월 1일 국정감사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식음료 가격을 시중의 10배 이상의 가격에 팔거나 카트 사용료만 10만원을 받는 등 지나치게 높은 서비스 비용 문제를 지적했다. 

서비스 비용은 물론, 품질 역시 저하되었다는 논란이 적지 않다. 캐디의 실력 및 자질 저하 논란이 대표적이다. 막대한 그린피를 받는 골프장에서 업계 전체를 위해 양질의 캐디를 키우고 공급해야 할 일정한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결과 지금의 ‘캐디 대란’을 불렀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거기에다 탈세 논란, 연단체 운영 축소 논란, 각종 혜택 폐지 및 축소 논란, 잔디 품질 논란 등 골프장을 둘러싼 수많은 논란이 더해져 ‘버는 건 많은 데 책임은 없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졌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소비자의 반발과 공권력의 움직임

 

 

소비자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와 함께 해외 골프 여행이 가능해지면서 그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몇몇 제한에도 불구하고 해외 골프 여행에 관한 관심이 뜨거운 건, 최근 급등한 그린피 등 이용요금에 대한 반사 작용도 한몫한다는 분석이다. 위드 코로나 정책이 성공해 해외 골프 여행이 지금보다 더 자유로워지면, 더욱 많은 소비자가 국내 골프장이 아닌 해외를 택하리라는 예상이 많다.

공권력에서 그린피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예사롭지 않다. 11월 16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정 질의에서 문경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니 캐디피와 카트비 등이 30% 인상됐다” “도민들에게는 30% 인상하고 도외인은 15% 인상했다. 도민들이 봉이냐” 며 그린피 상승과 도민들 차별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상술하였듯 10월에는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월에는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그린피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여당 국회의원 여럿이 공적인 자리에서 그린피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할 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제주도에서는 각종 세제 논란을 일으킨 일선 골프장들에 재산세 인상 등의 철퇴를 들었고, 문체부에서도 연내에 가격 인상 및 편법 운영 개선 등을 막기 위한 ‘골프 산업 발전 방안’을 내놓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그린피 문제의 해법

 

그린피 문제 등으로 민심이 흉흉하고, 공권력에서도 심상찮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 국가에서 그린피 논란 등을 명분 삼아 골프장에 칼을 뽑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안타깝게도 골프장 편을 들어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최근 제주도 골프장의 재산세 인상 이슈에서 언론은 골프장 편을 거의 들지 않았다. 제주도 골프장에서 그동안 해 온 세금 체납 및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을 문제 삼아 재산세 인상에 전반적으로 호의적으로 보도했다. 정말 안타깝지만, 내일 정부에서 골프장에 칼을 뽑아 든다면, 골프장과 함께 싸워 줄 아군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민심이 흉흉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직 희망은 있다. 위험 신호는 감지되고 있지만, 위험이 현실화하지는 않았다. 소비자의 민심과 공권력의 시각이 더 악화하기 전에 업계 차원에서 그린피 논란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미 올릴 대로 올렸다는 평가가 주류인 상황에서 더 이상의 그린피 상승은 자제해야 하며, 지금껏 그린피를 올린 만큼 서비스 품질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전국의 골프장이 합심해 위기를 인식하고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민심은 완전히 돌아서고, 그 민심을 무기 삼아 정부가 칼을 빼 들지 모른다. 이러한 걱정이 기우로 끝나고 소비자와 업장까지 윈-윈 할 수 있도록 업계의 각성이 요구된다.

 

 

GJ 김상현 사진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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