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피 상승 논란 긍정적으로 풀려면
캐디피 상승 논란 긍정적으로 풀려면
  • 나도혜
  • 승인 2021.11.30 1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골프 비용 상승 논란이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캐디피 상승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캐디피 12만원 시대가 끝나고 13만원 시대가 현실이 된 가운데, 캐디피 상승을 둘러싼 비판 여론이 점점 높아지는 모양새다.

 

캐디피 12만원 시대는 확실히 끝났다고 할 수 있다. 한국골프소비자원은 11월 발표에서 “국내 대중골프장의 평균 팀당 캐디피는 2011년 9만 6,400원에서 올해 10월 기준 13만 600원으로 10년 전인 2011년보다 무려 34.5%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회원제 골프장의 팀당 캐디피도 올해 10월 13만 4,400원으로 2011년보다 31.7% 올랐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내 골프장의 팀당 캐디피는 2010년 10만원에서 2014년에는 12만원으로 올랐고 올해는 대다수 골프장은 13만원, 22개 골프장은 14만원, 14개 골프장에선 15만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골프장의 99%가 13만원 이상의 캐디피를 받는 상황이며, 이젠 캐디피 13만원 시대가 아닌 14만원 시대를 걱정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캐디피가 계속 오르는 이유

 

왜 캐디피가 오르고 있을까. 서천범 한국골프소비자원 원장은 “캐디피가 오르는 것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골프장 이용객 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캐디가 부족하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또 “국내 골프장의 특성상 캐디가 필요함에도 자체 양성보다는 타 골프장에서 근무하던 캐디를 데려오다 보니 경쟁적으로 캐디피가 오르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캐디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고, 따라서 캐디의 인건비와 직결되는 캐디피 역시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정 개인이나 단체의 횡포라기보다는 업계의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다.

골프 업계에 캐디가 부족한 건 사실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 캐디 종사자는 3만 1,840명으로 집계되는데, 이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라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캐디가 5만명은 있어야 공급이 원활해질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캐디가 부족한 만큼 캐디피가 오르는 건 당연하다고 수긍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 캐디피의 급격한 상승이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캐디피는 오르는데 서비스 품질은 왜?

 

실제로 골프장을 찾은 골퍼들은 캐디피 13만원 시대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 캐디피가 오른 만큼 서비스 품질도 함께 오르거나 유지되는 게 아니라 서비스 품질이 더욱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캐디피가 오르는 게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한 서천범 한국골프소비자원장도 “캐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캐디 지망생들이 간단한 교육만 받고 캐디 업무를 하다 보니 서비스가 엉망이고 골퍼들의 불만도 폭증하고 있다. 하루 2~3번씩 돌면서 캐디 서비스 수준이 크게 떨어지는 문제점도 나타난다”라며 캐디의 실력 및 자질 부족 역시 문제 삼고 있다.

가격은 오르는데 서비스 품질은 오히려 떨어진다. 소비자로서는 불만을 품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며, 상황이 길어지면 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캐디피 문제 해결을 위한 선결 조건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먼저 당장 캐디 숫자가 부족한 것을 넘어 캐디 양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로 꼽힌다. 그동안 국내 골프장은 캐디를 자체적으로 양성하는 대신 타 골프장의 캐디를 데려오는 형태로 인력을 보충했고, 결국 고질적인 캐디 부족으로 이루어졌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부랴부랴 부족한 캐디를 공급하느라 제대로 교육도 못 받은 캐디 지망생이 현장에 투입되거나, 숙련된 캐디 한 명이 감당해야 할 근무량이 늘어나며 골퍼를 소홀히 대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또 유예되고 있는 골프장 캐디의 고용보험 의무가입 제도가 다시 추진되면 그 비용도 소비자에게 전가되어 캐디피가 더 비싸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양질의 캐디가 먼저 늘어나야 한다. 다행히 캐디 직종에 관한 관심은 높아지는 추세다. 캐디가 하루 2번만 안정적으로 라운드를 돌면 월 500만원까지 벌 수 있는 고수익 전문직이라는 점이 알려지며 캐디 지원자도 크게 늘었다. 물론 캐디 지망생이 늘어나며 캐디 질적 저하로 이어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다.

 

실력, 수준에 따른 캐디피 차별화

 

대한캐디협회 창설에 참여할 만큼 캐디 문제에 관심이 높은 서천범 원장은 또 다른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골프 경기에서 캐디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고 캐디직은 전문성이 높은 분야이지만, 캐디들에게 지불하는 캐디피가 업무량에 비해 높게 책정되어 있다”, “서비스 수준에 맞게 캐디피를 차별화시킬 필요가 있다”며 캐디피 차별화를 거론했다. 그의 지적처럼 캐디의 실력과 서비스 수준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캐디피를 지급하는 게 아니라, 캐디의 경력과 실력에 따라 캐디피를 다르게 지급하는 정책이 올바르게 정착된다면 캐디피 문제를 해소하는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캐디피 선택제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기는 어렵고, 시장에 정착하려면 골프장, 캐디, 고객 모두가 납득할 만큼 탄탄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할 부분이다.

결국, 캐디피 상승 논란은 하루아침에 생겨난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고, 하루아침에 고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질질 끌 문제도 아니다. 하루빨리 업계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업계 모두가 나서 캐디피 상승 논란을 해결하면 이 논란은 골프 업계가 한층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은 성장통으로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방치하면 상처가 곪아 들어가 두고두고 업계를 괴롭힐 고질병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GJ 나도혜 사진 GettyImages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허허 2021-12-01 00:33:23
외국처럼 캐디 선택제를 도입하면 필요한 캐디 수가 줄면서 자연스럽게 해결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