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릉 뷰 아파트 논란, 태릉골프장 주택공급 사업에 불똥
왕릉 뷰 아파트 논란, 태릉골프장 주택공급 사업에 불똥
  • 김상현
  • 승인 2021.11.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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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신도시의 일명 ‘왕릉 뷰 아파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로 문화재 근처에 아파트를 짓는 일에 대한 회의적인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대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인 태릉골프장 주택공급 계획도 영향을 받게 된 모양새다.

 

검단신도시 왕릉 뷰 아파트 논란의 시작

 

왕릉 뷰 아파트 논란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 40기 중 한 곳인 김포 장릉에서 불과 450m밖에 떨어지지 않은 인천 검단신도시에 아파트가 들어서며 시작되었다. 뒤늦게 이 공사가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논란이 터지자 법원이 개입해 장릉과 가까운 12개 동 979세대 공사를 중단시켰다. 하지만 거의 다 지어진 아파트가 장릉의 경관을 가리고 있으며, 이는 중대한 문제로 받아들여졌다. 

조선 인조의 묘인 파주 장릉, 그리고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과 인조 어머니 인헌왕후의 무덤인 김포 장릉, 또 장릉 앞에 펼쳐진 계양산이 남북으로 이어져 하나의 조경을 완성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장릉의 경관은 풍수지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었는데, 김포 장릉과 계양산 사이에 아파트가 들어서 경관을 가려 풍수지리적 의미가 크게 쇠퇴했고, 문화재로서의 가치까지 크게 떨어졌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공사 중단과 우려의 시선

 

왕릉 뷰 아파트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979세대에 달하는 대규모 아파트가 거의 다 지어져 철거가 쉽지 않지만, 아파트를 철거하지 않으면 문화재 가치를 되돌리기 어렵다. 심지어 아파트를 철거하지 않으면 김포 장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서 박탈되는 건 물론, 다른 조선 왕릉까지 일괄적으로 박탈될 수 있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유네스코에서 ‘조선 왕릉’이라는 이름으로 40기에 달하는 조선 왕릉을 한데 묶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고, 그중 한 기라도 가치를 잃는다면 모든 왕릉의 자격이 박탈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현모 문화재청장도 국정감사에서 이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태릉골프장 주택공급 계획과의 상관관계

 

검단신도시의 왕릉 뷰 아파트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미 적잖은 논란에 휩싸인 태릉골프장 주택공급 계획에도 불똥이 튀었다. 태릉골프장 주택공급 사업은 작년 정부에서 발표한 일명 ‘8.4 대책’의 하나로 닻을 올렸다. 하지만 곳곳에 암초가 이어졌다. 정식 발표 전부터 지역주민, 야당, 군 일부가 계획에 반대하는가 하면, 발표 후에도 수많은 논란에 휩싸였다. 태릉골프장 재개발을 위해 군사시설 이전, 교통 개선 등을 통한 지역주민 설득 과정이 필요했지만, 이 과정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왕릉 문제도 있었다. 태릉골프장의 ‘태릉’은 조선 중종의 부인 문정왕후 윤 씨의 무덤이다. 게다가 멀지 않은 곳에 아들 명종의 무덤인 강릉도 있으며, 원형에 가까운 형태로 보존되어 있어 가치가 높다고 평가된다. 장릉처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속한 건 물론이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문화재 보호를 명분으로 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태릉골프장 사업의 당사자라 할 수 있는 노원구청도 “태릉골프장은 세계 유네스코 문화유산 태·강릉과 인접한 개발제한구역으로 미래세대를 위해 보존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문화유산 보호를 개발 반대 논리로 썼다.

논란 끝에 정부는 올해 8월 6,800세대로 공급 규모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태릉골프장 사업을 확정 지었다. 공급 규모는 줄이고, 공원을 새로 조성하는 등 반발 여론을 의식한 개선책도 대거 내놓았다. 그런데도 반대 여론은 만만치 않았고, 이번 왕릉 뷰 아파트 논란의 여파까지 겪게 되었다.

 

태릉과 강릉 보호를 명분으로 한   반대 여론

 

태릉골프장 부지에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아니다. 몇 세대의 아파트가 몇 동이 들어서고, 몇 층까지 올라갈지 확정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검단신도시 아파트가 장릉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면, 태릉골프장 부지의 아파트도 태릉의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논리를 반박하기 어렵다. 태릉 부지에 대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서면 태릉 경관 일부는 아파트에 가려질 가능성이 크고, 강릉은 아예 능 전면이 모두 아파트에 가로막힐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온다.

태릉과 강릉 보호를 명분으로 한 반대 여론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작년 9월 노원구 주민들로 구성된 ‘초록 태릉을 지키는 시민들’이 유네스코에 태릉 개발 계획에 대한 우려를 담은 내용의 서한을 유네스코에 보냈고, 이에 유네스코는 해당 문제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런 상황에서 태릉골프장 재개발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태릉과 강릉 역시 장릉과 똑같은 논란에 본격적으로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논란이 된 김포 장릉보다도 더 가까운 곳에 더 많은 세대의 대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에도 서울환경운동연합, 초록태릉을지키는시민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회원들이 문화재 훼손 반대를 명분으로 반대 시위를 벌이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태릉골프장 재개발 사업 ‘올 스톱’ 위기

 

국토부에서도 태릉골프장 사업에서 문화재 논란을 의식하고 있다. 태릉골프장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국토부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영향평가를 거친 뒤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문화재 보호를 위한 경관 분석이 진행된 바 있으며, 공사에 앞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영향평가를 먼저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방침대로라면 아파트를 거의 다 올린 뒤에야 논란이 터져 문제가 심각해진 검단신도시 사태가 반복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네스코에서 문화재 보호를 이유로 공사에 반대한다면 사실상 태릉골프장 재개발 사업은 ‘올 스톱’ 될 수도 있다. 정부로서도 현 상황에서 유네스코 등재 취소를 각오하고 태릉골프장 재개발 사업을 강행하기는 어렵다.

 

 

GJ 김상현 사진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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