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 가이와 괴짜의 전쟁 : 브룩스 켑카 VS 브라이슨 디샘보
쿨 가이와 괴짜의 전쟁 : 브룩스 켑카 VS 브라이슨 디샘보
  • Vincent Kim
  • 승인 2021.11.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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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이어져온 브룩스 켑카(Brooks Koepka)와 브라이슨 디샘보(Bryson DeChambeau)의 유치한 설전과 갈등, 그리고 여기에 팬심이 더해지면서 이 둘은 골프계의 새로운 라이벌 내지는 서로 가장 싫어하는 선수들의 관계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두 선수의 관계는 얼마 전 끝난 라이더컵(Ryder Cup)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았었는데요. 다행히 이번 라이더컵은 미국의 우승으로 끝나게 되었고 이와 함께 이 둘의 갈등 관계도 일단, ‘잠정적인 화해’의 분위기가 형성된 듯합니다. 그동안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아볼까요?

 

둘은 과연 라이벌인가?

 

골프계의 대표적인 라이벌이라고 하면 우선 떠오르는 두 선수는 바로 타이거 우즈(Tiger Woods)와 필 미컬슨(Phil Mickelson)입니다. 이 둘은 정말 오랜 기간 동안 라이벌로서 서로 멋진 승부를 주고받았으며, 둘 다 많은 골프팬들로부터 골고루 사랑을 나누어 가졌습니다.

그럼 브룩스 켑카와 브라이슨 디샘보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브룩스 켑카는 나이 31세, 2012년 프로 입문, 10월 15일 기준 세계 랭킹 9위, 4번의 메이저대회 우승을 포함해 총 15번의 프로대회 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브라이슨 디샘보는 나이 27세, 2016년 프로 입문, 10월 15일 기준 세계 랭킹 7위, 1번의 메이저대회 우승을 포함해 총 10번의 프로대회에서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브룩스 켑카와 브라이슨 디샘보! 이 둘은 나이나 체격도 비슷하고, 그동안의 우승 횟수나 세계 랭킹도 비슷하고 소위, 라이벌로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둘은 아직 한 번도 프로골프대회 파이널 라운드에서 맞붙은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정말 라이벌 간의 명경기라고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승부를 한 번도 해보지 못했습니다. 

결국 이 둘은 라이벌이라고 하기보다는 ‘불화설의 주인공’이나 ‘서로 좋아하지 않는 선수’로 볼 수 있습니다. 혹자는 브룩스 켑카를 쿨 가이(Cool guy), 브라이슨 디샘보를 괴짜(geek)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골프를 하며 짧은 생각과 빠른 결단을 통해 바로 스윙을 하는 켑카와 과학자란 별명의 주인공답게 여러 가지 스윙과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부분을 계산하며 스윙을 하는 디샘보. 둘의 기본적인 성향의 차이가 그동안 둘 사이에 어떠한 갈등을 유발했고, 또 어떻게 발전시켰으며, 또 지금은 어떤 상황인지 한 번 되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갈등의 시작

 

2019년 1월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이 끝나고 켑카는 당시 화두였던 슬로우 플레이(Slow play)에 대해서 지적을 합니다. 물론 디샘보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켑카는 한 번 정도 디샘보의 이름을 거론했다고 후에 인정함), 당시 디샘보가 소위 체계적인 접근(methodical approach to each shot) 등의 자신만의 골프에 대한 과학적 접근방식과 생각이 골프계의 화제였을 때, 특히 장타자들의 배려심 없는 슬로우 플레이에 대해서 켑카가 언급한 것은 분명 디샘보를 저격하고자 했었던 의도가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에도 8월에 열린 더 노던 트러스트에서도 디샘보는 70야드 샷을 하는데 3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고, 2.5m 정도 되는 펏을 앞두고 그린을 읽는 데만 2분 이상을 사용하며 또 한 번 슬로우 플레이에 대한 눈총을 받게 됩니다. 물론 디샘보는 최선의 플레이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하기도 했지만, 같이 플레이하는 동반자의 지루해하는 표정이 카메라에 잡히며 디샘보는 골프팬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그리고 노던 트러스트 대회를 마치고 디샘보는 켑카의 캐디에게 다가가 “할 말 있음 자기한테 와서 직접 하라고 전해라(If your boss wants to talk about me, tell him to say it to my face!)”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당시 많은 선수가 슬로우 플레이에 대해서 비평을 하는 상황에서, 디샘보가 유독 켑카에게만, 그것도 캐디를 통해서 이러한 불편한 심기를 전하게 되면서 이 둘의 관계는 악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빠른 결단 후 스윙하는 스타일인 브룩스 켑카

 

유치한 싸움을 걸어오다

 

이어 2020년 1월 비디오 게임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면서 디샘보는 켑카의 몸매를 비평합니다. “그는 복근이 없고, 나는 있어.(he didn’t have any abs, I can tell you that. I got some abs)”라며 켑카에게 유치한 싸움을 걸어옵니다. 이전 슬로우 플레이에 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적어도 둘은 이런 사적인 이야기를 공적으로 이야기하지 말자고 했었는데도 말이죠.

이에 켑카는 본인의 트위터에 “그래 네가 맞아. 난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가 6개(식스팩)에서 2개 모자라(You were right @b_dechambeau I am 2 short of a 6 pack)”라고 하며 4개의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와 함께 바로 대응을 합니다. (당시 디샘보는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가 없었음)

그래도 여기까진 어린아이들의 유치한 농담처럼 들리기도 했었는데요. 팬데믹에의한 셧다운 시기를 지나 돌아온 디샘보는 몸무게가 20파운드 정도 늘었고 비거리도 좋아져서 로켓 모기지 클래식에서 우승합니다. 그리고 며칠 뒤 켑카는 자신의 트위터에 “Kenny Powers confronts steroid allegations”의 짧은 비디오를 트윗합니다. 텔레비전 코미디 시리즈의 야구 선수인 케니 파워스가 스테로이드 혐의를 받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마도 켑카는 디샘보가 짧은 시간에 몸무게와 근력을 늘린 것에 대해서 의구심을 품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개미를 무서워하는 두 선수

 

2020년 7월 WGC-페덱스 세인트 주드 인비테이셔널. 디샘보가 티샷한 공은 개미집 위에 두 개의 잔가지와 함께 놓여 있었습니다. 이에 불개미는 위험한 동물이라는 논리로 무벌타 드롭을 요청하게 됩니다. 디샘보는 아마도 이 불개미보다는 건드릴 수 없는 두 개의 잔가지를 치우고 싶어 했을 겁니다. 결국, 이러한 요청은 거절되었고 디샘보는 그 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하게 됩니다.

다음 날, 켑카가 티샷한 공이 나무들이 있는 러프에 떨어졌을 때 켑카는 캐디에게 농담으로 “개미가 있어”라고 농담을 합니다. 이 둘이 이런 농담을 하며 웃는 모습은 방송에 고스란히 나가게 되었는데요. 이를 본 디샘보의 기분은 어떠했을까요?

 

네가 먼저 시작했잖아

 

둘 사이의 갈등이 조금은 사라져 가고(?) 잊혀져가고 있을 즈음 2021년 5월 PGA 챔피언십 대회 인터뷰 중, 켑카는 뒤로 지나가는 디샘보의 스파이크 소리에 눈을 굴리며 아주 기분 나쁜 심경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에 디샘보는 “이제 스파이크 자국을 지울 수 있는 거 너 알지(You know you can fix spike marks now.)”라고 인스타그램에 켑카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냅니다.

그러자 켑카는 이벤트 대회 더 매치(The Match)에서 톰 브래디(Tom Brady)와 필 미컬슨 팀과 경기하는 디샘보와 팀인 NFL 스타 아론 로저스에게 “불쌍한 아론 로저스(Sorry bro @AaronRodgers12)”라고 트윗을 합니다. (이 경기에서 디샘보 팀이 미컬슨 팀을 이깁니다)

그러자 디샘보는 “네 머릿속에 공짜로 렌트해 사는 거 참 좋아(@BKoepka It’s nice to be living rent free in your head!)”라고 답합니다. 켑카의 머릿속에 늘 디샘보가 자리 잡고 켑카를 괴롭히고 있음을 알게 되어서 기분 좋다고 이야기한 것이지요. 

이에 가만히 있을 켑카가 아니지요. 켑카는 디샘보가 티샷할 때 “브룩시(Brooksy)”라고 한 갤러리에게 디샘보가 “누구든 날 브룩시라고 부르는 사람은 여기서 꺼져야 할 거야(Whoever is calling me Brooksy needs to get out of here)”라고 한 비디오를 올립니다. 이에 저스틴 토마스(Justin Thomas)는 코미디언 빌 헤이더(Bill Hader)가 웃으며 팝콘을 먹는 GIF 파일을 올렸고요. 그러니까 이 둘이 티키타카식으로 치고받는 모습이 마치 “네가 먼저 시작했잖아”하며 다투는 아이들처럼 보이니 “이거 완전 재밌네. 팝콘각이야”라고 하는 의미였겠지요.

 

팬들까지 이 유치한 싸움에 끼어들다

 

이후에도 켑카의 팬들은 디샘보를 보며 브룩시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 6월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디샘보에게 브룩시라고 한 갤러리가 강제로 골프장에서 쫓겨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에 이 대회에 참석도 하지 않았던 켑카는 “날 응원해줘서 고마워”라는 식으로 이날 쫓겨난 팬들에게 공짜 맥주를 제공한다는 동영상을 트윗합니다.

이에 디샘보는 “자신에 대한 더 많은 대화가 있어서 좋다. 왜냐하면, PIP 펀드가 있으니까”라고 대응을 합니다. 참고로 PIP 펀드는 PGA의 플레이어 임팩트 프로그램으로서 소셜 미디어 등에서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10명의 선수에게 $40 million을 나누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따라서 디샘보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오거나 그의 이름이 거론되면 디샘보가 받을 PIP 펀드는 더 많아질 것입니다. 거기에 최근 장타 대회에도 참석하고 여러 이슈를 만들어 내는 디샘보는 분명 골프 인기 상승에 기여를 하고 있는 듯합니다.

 

모든 부분을 계산해 신중하게 스윙하는 타입인 브라이슨 디샘보

 

난 아직 끝나지 않았어

 

2021년 7월 초 디샘보는 그동안의 함께했던 캐디 팀 터커(Tim Tucker)와 헤어집니다. 이에 켑카는 “난 나의 친구이자 최고의 캐디 릭이 없었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거야”라고 트윗을 합니다.

이러한 동료 선수와의 불화에 대해서 그동안 자신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했었던 디샘보는 차츰 지쳐가는 분위기를 보입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무언가 특별하고 다른 것을 보여주는 것을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며, 그렇기에 논란이 따르기 마련인데 자신은 이런 걸 잘 해결하지 못한다고 시인을 하기도 합니다.

이후 디오픈에서 자신의 드라이버를 탓하는 디샘보. 이에 캡카는 자신은 자신의 드라이버를 좋아한다고 하며 대조를 이룹니다.

 

이젠 디샘보가 불쌍해지기 시작

 

2021년 8월 BMW 챔피언십 플레이오프서 디샘보는 패트릭 캔틀레이(Patrick Cantlay)에게 아쉽게 패합니다. 대회를 마친 디샘보에게 “잘했어 브룩시(Great job, Brooksy)”라고 하는 어느 갤러리의 소리를 듣고 디샘보는 돌아서서 “당신이 뭘 알아, 꺼져(You know what? Get the f--- out)”라고 팬에게 외쳤다는 목격담이 전해집니다. 정말 열심히 했으나 결과에 대해 많이 속이 상했을 디샘보가 그동안 참았던 울분을 터뜨렸었던 게 아닌가 싶은 대목입니다.

 

화해의 오작교가 된 라이더컵

 

젊고 강한 미국 팀이 2020 라이더컵에서 유럽팀을 19대 9로 꺾고 완벽하게 승리를 합니다.

이 대회의 최고 장면은 켑카와 디샘보의 허그하는 순간인데요. 서로 조금 다름이 가져온 둘 사이의 미묘한 갈등과 유치한 신경전.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에서 오는 오해와 갈등이 미움으로 커진 듯한 면이 있었는데요. 이번 라이더컵을 통해 둘이 화해의 분위기를 만드는 장면이 이 골프가 팀 스포츠가 되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가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둘은 이 대회를 거치며 세 번의 허그를 했는데요. 대회 전 연습장에서 켑카가 디샘보에게 먼저 다가가 몇 마디 나누고 한 번.(하지만 이때만 해도 여전히 떨떠름한 분위기) 대회를 마친 현장에서 켑카가 다시 한번 디샘보에게 먼저 다가가 한 번.(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하지만 정말 짧았던 허그)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회 승리 후 미국팀 인터뷰 마지막 자리에서 이 둘은 앞으로 불려 나오게 됩니다.

둘은 저스틴 토마스가 피처링한 War의 “Why can’t we be friends?(왜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없을까?)”의 노래에 맞춰 드디어 한 팔 허그가 아닌 풀 허그를 하게 됩니다.

 

우리는 이복형제랍니다

 

그리고 라이더컵 우승 파티에 디샘보는 영화 ‘Step Brothers’ 포스터에 자신과 켑카의 사진을 포토샵 한 셔츠를 입고 나타납니다. 이 영화는 서로 미워라 하지만 결국 둘이 힘을 합쳐 그동안 둘을 못살게 굴었던 아이들에게 성공적으로 복수하는 줄거리의 영화입니다. 

그동안 싸우며 사이가 좋지 못했던 디샘보와 켑카가 힘을 합쳐 라이더컵에서 미국팀 승리에 큰 기여를 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데 아니었을까요? (참고로 라이더컵에서 디샘보는 3게임에 참석해 2.5 포인트, 켑카는 4게임에 참석해 2포인트를 얻었습니다)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둘은 분명 많이 다릅니다. 다르다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여지가 생김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또 대화를 통해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다면 서로가 다르다는 것이 굳이 나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브룩스 켑카와 브라이슨 디샘보는 일단 라이더컵을 계기로 휴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도 가장 싫어한다는 슬로우 플레이어. 디샘보의 슬로우 플레이가 자신의 게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기분이 들 때, 그때 또다시 갈등이 시작되지 않을까요?

 

 

GJ Vincent Kim 사진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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