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슈퍼맨 최경주
돌아온 슈퍼맨 최경주
  • 김태연
  • 승인 2021.10.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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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골프사의 살아있는 전설 최경주(51)가 PGA 챔피언스 투어 우승 소식과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야말로 슈퍼맨 리턴즈가 아닐 수 없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아빠의 역할이 많이 강조되는 시대다. 과거 술 한잔을 걸치고 치킨 봉지와 함께 퇴근해 집으로 오던 가부장적인 아버지들과 달리 가장으로서의 생계는 물론 요리, 청소, 육아 등을 함께 분담해야 사랑받는 시대가 됐다.

아빠를 슈퍼맨에 빗대어 일만 하던 아빠들이 가정에서 자녀들을 돌보며 제자리를 찾는 예능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었으며 어느 방송 채널을 틀더라도 요리하는 아빠들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일상에서도 슈퍼맨(?)이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노장은 죽지 않는다고 했던가? 한국 골프 역사에 살아있는 전설 최경주가 돌아왔다. 그야말로 슈퍼맨 리턴즈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인 최초 PGA 투어 진출 및 우승

 

1999년 11월 미국 남자프로골프협회(PGA)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하며 한국인 최초로 PGA 투어에 진출한 최경주는 3년 뒤인 2002년 미국 뉴올리언스 컴팩 클래식에서 한국인 최초로 PGA 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PGA 투어 출전 자격을 다시 얻어야 하는 수모를 당하면서 낯선 미국의 문화와 언어까지, 처음 PGA에 진출한 한국인 골프 선수가 느꼈을 그 혹독함을 떨쳐버리고 올린 큰 성과였다.

 

10년 만에 다시 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

 

처음 우승할 때가 가장 어려웠다고 회상하는 그는 지난 9월 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의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에서 열린 만 50세 이상이 참가하는 시니어 투어인 PGA 챔피언스투어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에서 다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 대회 전까지 최경주의 마지막 우승은 2012년 10월 경기도 여주 해슬리에 위치한 나인브릿지 골프클럽에서 자신이 호스트로 참가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최경주 CJ인비테이셔널이었지만, PGA 투어 주관 대회로는 2011년 5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이후 10년 만의 우승이었다.

 

아시아 골프 선수 최고의 기록

 

 

최경주는 KPGA 통산 16승을 포함해 PGA 투어 8승과 유러피언 투어 1승, 일본 투어 2승, 아시안투어 1승까지 모두 28승의 기록을 달성했다. 이번 시니어 투어를 포함하면 29승의 대기록이며 특히 PGA 투어 8승의 성적은 아시아 선수로서는 아직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며 특유의 뚝심으로 일궈낸 성과다.

1995년 코리안투어 팬텀 오픈에서 우승을 거두며 비로소 존재를 드러낸 최경주는 국내 투어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를 오가며 활동하다가 1999년 한국 골프 선수에게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PGA에 진출했다. 역도를 하다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골프채를 잡은 그는 단련된 하체와 강한 승부 근성으로 '탱크'라는 별칭을 얻으며 PGA 투어와 국내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12년 이후 여러 대회에 참가했지만, 우승 소식이 없던 최경주는 2018년 갑상샘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까지 받으며 은퇴의 길로 들어서는 수순을 밟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 포기를 모르는 사나이는 지난해 만 50세가 넘어야 참가할 수 있는 PGA 챔피언스 투어 출전권을 따낸 후, 1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리게 됐다. PGA 챔피언스 투어는 미국에서는 정규 투어 못지 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인 최초 PGA 챔피언스 투어 우승

 

최경주는 지난 2021년 9월 27일 PGA 챔피언스 투어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언더파 68타를 기록하며 최종 합계 13언더파 203타로 시니어 투어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총상금 220만 달러 중 33만 달러의 우승 상금을 받았으며 지난해 챔피언스 투어 출전권을 확보한 이래 총 14번 출전, TOP 10에 5번 이름을 올리다가 한국 프로골프 선수로서는 청므으로 PGA 챔피언스 투어 무대에서 우승을 신고했다. 또한, 이 대회 직전에 참가했던 샌퍼드 인터내셔널 대회에서 연장전에서 패해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던 아쉬움을 일주일 만에 해소했다.

베른하르트 랑거(독일, 64)와 알렉스 체카(독일, 51)를 2타 차로 따돌리며 우승을 확정 짓는 순간, 특유의 미소로 두 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PGA 투어사를 돌아보면 PGA 투어에 진출한 이듬해인 2000년에는 상금 랭킹 134위에 그치면서 다시 출전권을 따야 하는 고통의 시간을 보냈지만 2002년부터 2011년까지는 그의 전성기라고 불릴만 했다. 2002년 뉴올리언스 컴팩 클래식에서 한국인 최초로 PGA 투어에서 우승하고 같은 해 9월에는 탬파베이 클래식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08년에는 아시아 골프 선수로서는 최초로 세계 랭킹 5위에 올랐으며, 마스터스 대회에서는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리고 제5의 메이저 대회라 불리는 최고 상금이 걸린 2011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도 했다.

그의 PGA 투어 통산 상금은 3,280만 3,596달러(약 387억원)로 역대 상금 랭킹 34위에 랭크돼 있다.(2021.10.19 기준)

 

넘사벽 기록을 세운 선수

 

 

국내에서도 많은 수상 경력이 있다. 1995년 KPGA 신인상인 명출상을 수상하기 시작하여 1996년과 1997년에는 KPGA 상금왕까지 거머쥐었다. 1998년에는 KPGA 최저 타수상인 덕춘상도 수상했고, 2002년, 2003년에는 KPGA 대상을 수상했다.

비록 PGA에서 수상하는 최저 타수상인 바든 트로피를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아직도 깨지지 않는 PGA 투어 통산 8승은 정말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임성재(23), 김시우(26), 노승렬(30) 등과 같은 아직 젊은 선수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지만, 임성재나 김시우가 최경주의 기록을 따라가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얼마 전 우리나라 남녀 골프 선수 동반 우승이라는 쾌거가 있었다. 고진영(26)과 임성재가 미국프로골프 남녀 대회를 같은 날인 10월 11일에 제패한 것이다.

2009년 양용은(49)과 신지애(33)가 혀지 시각으로 같은 날 동반 우승을 한 적이 있으며 최경주 또한 2005년 10월 한희원(43), 2006년 10월 홍진주(38)와 하루 차이지만 동반 우승을 한 적이 있다.

 

마인드와 재단 사업

 

최경주는 1970년 전라남도 완도에서 태어나 1993년 KPGA에 입회했다. 2008년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영어 사용 의무화 방침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밝히기도 했으며 그해 최경주 재단을 만들어 골프 꿈나무들을 육성하는 사업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그는 "나도 도움의 손길을 받아 오늘날의 위치에 올랐기 때문에 보다 많은 아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선물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또 골프 꿈나무 뿐만 아니라 재능이 있는 아이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장학 사업도 진행하고 있으며, 골프 훈련 지원, 태풍 피해 지역 복구 기금 전달, 꿈의 도서관 오픈, 자선 골프대회 개최 등 다양한 재단 사업도 지속하고 있다.

 

최경주는 1997년 골프 월드컵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게 되면서 미국 무대 진출을 계획했다. 지인들에게 도움을 받아 떠났던 미국 투어에서 우승을 하게 된 비결은 금연이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최경주는 하루 세 갑의 담배를 피울 만큼 심한 골초였다. 주위의 조언과 컷오프 탈락, 퀄리파잉스쿨 재도전 등으로 금연을 결심하고부터 우승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항상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더블 보기를 했더라도 트리플 보기가 아닌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모든 대회에 참가했으며 그 덕분에 PGA에서도 8승이나 거둘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매너를 중시하게 된 이유

 

최경주에게도 슬럼프는 있었다. 2009년 체중 감량을 시작하면서 근육과 인대 손상으로 인해 허리 통증까지 발생해 어드레스를 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재활에 성공하면서 3년 4개월 만에 PGA 투어 그것도 더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연장전에서 데이비드 톰스(미국, 54)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최경주는 매너 좋은 골퍼로도 유명한데 그가 매너를 더욱 신경 쓰게 된 일화가 있다. 1999년 4월 일본 이바라키현의 이바라키 골프장에서 벌어진 기린 오픈 최종일에서 이븐파를 쳐 지브 밀카 싱(인도, 50)과 최종 합계 9언더파 204타로 동타가 된 뒤 연장 첫 홀에서 승리했을 때의 일이다.

그 당시 최경주의 마지막 퍼팅을 지켜보던 지브 밀카 싱과 그의 캐디가 웃으면서 떠드는 모습을 보고 자신은 절대 상대 선수가 샷을 할 때 비하하거나 경시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로 다짐했다고 한다. 전라남도 완도 출신의 시골 소년이 매너를 갖춘 프로골퍼가 되어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전히 탱크같은 남자

 

 

최경주는 2015년 프레지던츠컵 인터내셔널팀 부단장을 역임했으며 2016년 리우 올림픽, 2021년 도쿄 올림픽 골프 한국 남자팀 감독까지 역임했다. 메달을 딴 선수는 없었지만, 그는 지도자로서도 좋은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PGA에서 시니어 투어인 챔피언스 투어가 인기 있는 이유는 자신이 좋아했던 선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PGA 정규 투어에 비해 상금이 적고 재미를 더할 수 있는 플레이오프 제도는 없지만, 컷오프가 없는 점과 골프의 베테랑들이 출전한다는 점에서 챔피언스 투어는 많은 갤러리를 몰고 다닌다.

현재 챔피언스 투어에서 뛰는 선수들은 대부분 '레전드'들이다. 필 미컬슨, 베른하르트 랑거, 프레드 커플스, 짐 퓨릭, 어니 엘스, 스티브 스트리커, 콜린 몽고메리, 이안 우스남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 골퍼들이 라인업을 이루고 있어 우승도 쉽지 않다. 그렇기에 최경주의 PGA 챔피언스 투어에서의 우승이 더 값지다 할 수 있다.

올 시즌 최경주는 PGA 투어와 PGA 챔피언스 투어를 병행하고 있다. 올해 초 스릭슨과 용품 계약을 체결하며 사용 용품을 재정비하며 "내 실력과 스릭슨 장비면 한국 골퍼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던 그는 계획(?)대로 좋은 모습을 보이며 시즌을 이어나가고 있다.

아직 PGA 정규 투어에서도 활약을 펼치고 있는 동갑내기 골프 선수인 필 미컬슨이 네 번의 시니어 투어에 참가하여 세 번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에 자극을 받아 바벨 무게를 올렸다는 최경주! 여전히 탱크 같은 그의 도전을 응원한다.

 

 

GJ 김태연 사진 KPGA, 던롭스포츠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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