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채의 폭력적 이미지 지우기
골프채의 폭력적 이미지 지우기
  • 김태연
  • 승인 2021.10.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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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인구의 증가로 일상에서 골프채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폭행 도구로 악용되는 사례를 접하게 되었다. 골프채가 불명예스런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골프채는 공을 칠 때만 사용하는 운동기구라는 점을 명심하자.

 

항공기 원리와 소재 등 최신 기술이 적용된 골프채

 

골프채는 초기 나무를 깎아 만들었다. 양치기들이 동그란 돌을 굴리면서 구멍에 넣었던 것이 골프의 시초라는 말도 있다. 대략 600여 년 전 스코틀랜드에서 지금의 골프채와 같은 모양으로 만들면서 골프라는 스포츠가 시작되었으며 당시에는 살구나무 또는 자두나무를 깎아 만들었다. 

이것이 지금의 스푼이라고 하는 우드 클럽이 된 것이며 무게도 현재의 골프채에 비해 두 배 이상 무거웠다고 한다. 더구나 개수의 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무겁고 많은 골프채를 메고 다녀야 하는 캐디들은 체력적으로도 힘이 들어 파업까지 하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14개의 골프채 이내로 가지고 다녀야 하는 규정이 생겼다는 말도 있다. 

채는 공이 닿는 헤드와 샤프트, 그립으로 나눌 수 있으며 더 멀리, 더 정확히 보내기 위해 반발력을 높이고 탄성과 강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소재가 사용된다. 흔히 말하는 관용성과 정확성, 비거리까지 늘리기 위한 기술은 항공기에 적용되는 소재와 원리까지 적용하며 나날이 발전해 왔다. 

스윙을 할 때 샤프트가 좌우로 뒤틀리는 토크를 수치화하고 백스윙부터 임팩트까지 헤드가 열리고 닫히는 정도를 고려하여 보다 세밀한 샷을 위해 개인 피팅까지 하여 골프채를 선택하게 된다. 헤드 스피드가 높을수록 샤프트의 CPM이 높은 샤프트를 사용해야 원하는 방향과 비거리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체중, 연령, 성별에 따라 재질도 다양하다. 

스틸, 그라파이트뿐만 아니라 복합적 소재를 사용한 샤프트도 출시되고 있다. 강도를 나타내는 S, R, X 등의 스펙에 따라 골프채를 선택하기 때문에 보다 멀리, 보다 정확한 샷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헤드 또한 공기 역학을 고려한 디자인과 가볍고 강성이 높은 티타늄, 거기에 무게추까지 장착되어 있으므로 가히 4차 산업 혁명의 최신 기술은 모두 적용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폭력 장면에 등장하는 골프채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골프채가 폭행 장면과 함께 연상되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악역은 폭력성을 드러내기 위해 잔혹한 짓을 서슴지 않는 캐릭터로 자주 묘사된다. 

야구 배트가 등장하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골프채로 부하 직원이나 인질을 심하게 구타하는 장면도 많이 보이고 있다. 혈기왕성한 세대들은 사소한 시비에도 폭력을 사용하는 빈도가 늘고 있으며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제기되고 있어 경계심을 요하는 대목이다. 

최근 속초의 한 PC방 앞에서 이유 없이 친구를 골프채로 폭행하여 숨지게 한 20대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신상 정보 공개 15년, 아동 청소년 관련 시설 취업 제한 2년의 명령이 내려진 일이 있다. 상습적으로 제자들을 골프채로 때린 교수들도 집행유예가 내려졌지만, 징역형이 확정되는 일도 있었다. 

영화의 특정 내용을 따라 하는 모방 범죄가 발생하기 때문에 잔인한 폭력적인 장면은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지만, 빈대를 잡자고 초가집을 태울 수는 없는 것이다. 자동차 트렁크나 자택, 사무실 등에 놓아두는 골프채는 대부분 골퍼에게는 한 주의 업무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꼭 필요한 운동기구일 뿐이다. 스크린골프나 골프연습장에서 한 타라도 줄이기 위해 땀을 흘리며 노력하는 그들에게 골프채는 사람을 때리는 연장이 아닌 것이다.

 

골프채로 때려 친구와 아내를 숨지게 한 사건

 

어릴 적 이불에 지도를 그리면 곡식의 껍질을 골라내기 위해 사용하는 키를 머리에 쓰고 이웃집에 소금을 얻어와야 했다. 

“제가 어젯밤에 자다가 오줌을 쌌습니다.” 대외적으로 본의 아니게 커밍아웃을 해야 하는 아이에겐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내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긴장감을 느껴 이불에 오줌을 싸지 않게 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풍습이 좋다고 주장하려는 생각도 없으며 당시 어려운 시절이었기 때문에 비싼 소금을 얻어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해석도 있을 수 있다. 

어떤 집에서는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기도 했으며 학교에서도 당구 큐대를 잘라 만든 몽둥이를 과시하는 선생님도 있었다. 과시용으로 들고 다니는 선생님도 있었지만, 학생들을 줄줄이 세워놓고 바지가 엉덩이에 달라붙을 정도로 피멍이 들 때까지 때렸던 선생님도 있었다. 

만약 요즘 시대에 “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를 외치며 몽둥이로 학생을 때리는 선생님이 있다면 과연 온전히 교사직을 수행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아마 스마트폰에 찍힌 영상이 순식간에 퍼지면서 사회적으로도 매장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골프채로 학생이나 친구, 심지어는 아내까지 폭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년에 골프채로 아내를 때려 숨지게 한 김포시의회 의장은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후 항소심에서 살인죄 대신 상해치사가 적용되어 7년으로 감형되었다. 골프채가 부러질 정도로 아내를 폭행했지만 감형된 이유는 골프채 그립을 잡은 것이 아니라 헤드를 잡고 휘둘렀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법조계에서는 이 사건을 두고 골프채가 가른 판결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보복운전 뉴스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골프채

 

전자기기의 발전과 더불어 블랙박스를 장착하는 차량이 늘고 있다. 요즘은 블랙박스를 장착하면 보험료 할인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전방은 물론 후방까지 고화질의 영상을 기록할 수 있는 블랙박스를 많이 설치하며 이로 인해 교통사고 발생 시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할 수 있는 명백한 증거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예전처럼 목소리 큰 사람이 피해자로 둔갑하는 일도 드물며 당사자들끼리 언성을 높일 필요 없이 보험사 직원을 부르고 블랙박스 영상만 넘기면 되기 때문에 도로를 막고 오래 실랑이하는 장면도 보기 드물다. 그러나 끼어들기를 참지 못해, 또는 양보해 주기 싫어서 자동차로 위협을 하다가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하고 보복운전을 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트렁크에 넣어두고 다니던 골프채를 꺼내 위협을 하거나 차량을 손괴하는 사건도 빈번한데 ‘몇 대 몇’으로 유명한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도 이런 영상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끼어들기 시비로 상대 차량을 쫓아와 골프채를 휘두르며 위협을 가한 운전자를 형사 고소한 사건도 있으며 골프채가 직접 차량에 닿거나 폭행을 가하지 않았지만, 특수협박 혐의로 벌금 100만원의 약식 처분이 내려졌다. 

또 다른 운전자는 다른 차량이 자신의 차량 앞으로 깜빡이도 없이 끼어들었다는 이유로 300m를 쫓아가서 상대 운전자의 차량을 골프채로 가격하는 등 폭력을 행사하다가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작년 경찰청의 통계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 보복운전으로 신고 접수 및 적발된 건수가 2017년 4,431건, 2018년 4,417건, 2019년 5,537건 등 

총 14,395건으로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물론 모든 보복운전에 골프채가 사용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음주운전을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술을 마시면 위험 상황을 인지했을 때 반응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마치 잠을 자면서 살인 무기를 들고 사람이 많은 도로를 달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골프장이 아닌 도로에서, 사무실에서, 가정에서 골프공이 아닌 사람이나 차량을 상대로 골프채를 휘두르는 것은 살인에 버금가는 위험한 행동이다.

 

 

골프채로 위협하면 특수폭행죄

 

요리사가 음식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칼은 사람에게 향하면 흉기가 된다. 야구 선수가 안타와 홈런을 치기 위해 휘두르는 배트가 사람에게 향한다면 살인도 저지를 수 있는 무기가 된다. 마찬가지로 필드에서 기분 좋게 날아가는 골프공을 치기 위해 만들어진 골프채를 사람이나 자동차, 집기 등을 향해 휘두르면 흉기를 장착한 살인자가 되는 것이다. 

몇 해 전 지인들과 스크린골프를 칠 때, 샷을 하고 내려가서 골프백에 드라이버를 넣던 동료의 머리에 빈 스윙을 휘두르던 친구의 드라이버 헤드가 맞았던 일이 있다. 소리를 지르며 머리를 감싸 쥐고 주저앉았는데 머리에서 피가 흐르며 바로 응급실을 가서 무려 14바늘을 꿰맸다. 

천천히 휘둘렀기 때문에 가벼운 타박상 정도일 것으로 생각했으나 드라이버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게 되었던 사건이었다. 이렇게 실수로도 상대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는 골프채를 의도를 가지고 휘두른다면 상대에게 직접 닿지 않았더라도 살인미수죄가 적용될 수 있다. 주택가 또는 아파트 단지에서는 주차 문제로 시비가 발생하는 일이 흔하다. 청주의 한 주택가에서 주차로 시비가 붙자 집에 있던 골프채를 들고나와 상대방 차량을 파손한 일도 있었으며 비단 골프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눈에 골프채가 보이면 화를 참지 못해 꺼내 드는 경우가 있다. 

올해 초에는 공부를 하지 않고 게임만 한다는 이유로 중학생 자녀를 골프채로 때린 40대 주부가 경찰에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아동학대뿐만 아니라 골프채로 폭행을 했기 때문에 특수폭행죄가 적용될 수도 있으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죄가 되는 것이다. 

 

골프채의 바른 사용 예

 

한때 귀족 스포츠로 인식되기도 했었지만 생활 수준이 올라가면서 골프는 더 이상 고급 스포츠가 아니라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운동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아무런 장비 없이 몸만 가도 스크린 골프를 칠 수 있으며 게임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문제는 골프에 입문하는 인구가 많아지면 자연히 부수적인 문제들도 생긴다는 점이다. 골프채를 자동차 트렁크나 집, 사무실에 두는 경우가 늘어나고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폭행 도구로 사용하는 사례가 생기게 되었다는 점이다. 

골프는 태생부터 그랬듯이 신사의 게임이며, 매너 게임으로 가장 빛나는 운동이다. 드라이버, 아이언, 퍼터 등 골프채는 필드에서 휘둘렀을 때 가장 멋지며 그 이외의 용도로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골프를 즐기기 가장 좋은 이 가을에 예의를 지키며 즐거운 라운드를 하길 바란다. 부디 골프저널 독자 중에는 골프채를 잘못 사용하는 사례가 없기를…

 

 

GJ 김태연 사진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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