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레슨의 어두운 이면
골프 레슨의 어두운 이면
  • 나도혜
  • 승인 2021.10.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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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덩달아 골프 레슨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레슨이 선행되어야 하는 스포츠라는 점을 악용해서 강습생들을 상대로 부적절한 행위를 저지르는 골프 레슨 강사들이 있다.

 

10대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대

 

최근 대구지법은 골프 레슨을 받던 10대 여학생이 골프 프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골프 레슨프로는 2018년 1월에 여학생의 아버지에게서 두 달 훈련비용으로 1,380만원을 받고 학생과 함께 호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그러나 돼지같이 살쪘다는 외모 비하 발언을 하거나 머리와 가슴 등을 골프채 손잡이로 찌르고, 벙커샷 스윙의 자세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서 어깨를 비트는 등의 행위를 했다.

학생은 귀국한 후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서 혼합 불안장애 및 우울장애를 진단 받았고, 학생의 아버지는 레슨프로를 아동 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법원에서는 레슨프로에 대해 100m 이내 접근금지, 전화 등 통화와 영상 등 송신 금지 등의 보호처분 결정을 내렸다. 이후 피해자 측이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피고가 A양을 신체적, 정서적으로 학대한 사실이 인정되기 때문에 원고가 입은 재산상 및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배상명령을 내렸다.

 

문제의 심각성

 

이 사건은 레슨프로가 관련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가해자가 아무런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골프 업계와는 상관없는 사건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레슨 프로가 저지른 행위라면 업계의 책임도 없지 않다.

이런 사건이 처음 벌어진 것이라면, 개인이 벌인 사건이라며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해외 전지훈련에서의 사건이나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더 이전에도 심심찮게 벌어졌다. 20년 전인 2001년 벌어진 사건을 살펴보자. 한 골프 코치가 뉴질랜드에서 골프 레슨을 받던 피해자를 상대로 성추행과 학대 행위를 저지르는가 하면, 이런저런 명목으로 피해자 부모에게 돈을 뜯어내기까지 한 사건이다. 2007년에는 해외 전지훈련에서 중학생을 폭행한 혐의로 코치와 피해자 선배가 나란히 구속되었고, 2015년에는 모 지역의 골프협회 임원과 코치가 중학교 골프 선수를 해외 전지훈련 도중 폭행했다는 논란이 터지기도 했다. 

 

유감스러웠던 해외 전지훈련 사례

 

골프 해외 전지훈련이 심각한 범죄와 연계된 일도 있다. 2004년 필리핀에서 전지훈련을 하던 한 프로골퍼가 술집에서 폭력 사태에 휘말렸다. 현지 경비원의 총을 맞고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며 업계가 발칵 뒤집힌 바 있다. 2007년에는 태국으로 동계 전지훈련을 떠난 골퍼 및 지망생들이 체류비와 골프장 이용료 등을 사기당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3년에는 해외 전지훈련을 나선 골퍼를 상대로 마약 복용 혐의를 뒤집어씌워 돈을 뜯어낸 인질 강도범이 검거되기도 했다. 언론에 제대로 보도되지 않은 사건들까지 고려하면 골프 해외 전지훈련은 그야말로 ‘트러블 메이커’라 불려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논란 덩어리가 된 해외 훈련

 

해외 전지훈련이 논란 덩어리인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국내 전지훈련에도 사건·사고는 얼마든지 일어난다. 종목을 막론하고 ‘국내 훈련 도중 벌어진 사건·사고’ 기사를 찾는 건 결코 어렵지 않다. 하지만 해외 전지훈련 사고는 국내에서의 사고보다도 더 큰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고, 그 때문에 더욱 경계 받을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장소가 해외라는 점이다. 낯선 해외 환경과 언어, 문화의 차이에 익숙하지 않은 훈련생은 현지 사정에 익숙한 관계자들에게 이용당하기 쉬운 입장이다. 

앞서 언급한 사건 사고들의 상당수는 현지 사정에 익숙한 감독이나 코치, 혹은 현지 관계자가 현지 사정에 익숙하지 않고 나이도 어린 피해자를 대상으로 저지른 경우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해외 전지훈련을 받는 당사자나 부모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훈련을 받기 전 현지 사정과 교육자의 신분과 평판, 공인 자격 여부 등을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신분이 명확하고 평판이 좋으며 공인 자격을 보유한 사람이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적다. 

하지만 최근 벌어진 사건처럼 프로가 사건을 일으키면 배우는 입장에서는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 학생이나 학생 부모가 골프 프로가 문제를 일으키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결국, 해외 전지훈련 문제를 막으려면 가르치는 쪽, 그리고 가르치는 쪽을 관리해야 할 골프 업계의 책임이 크다.

 

골프장 사타구니 성추행 사건

 

해외 전지훈련에서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회원들을 대상으로 수차례 성추행을 저지른 골프 강사도 있다. 

작년 9월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골프장 사타구니 성추행 사건’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자신은 20대 후반의 여성이며 골프를 배우기 위한 등록한 용산의 헬스장에서, 담당 프로가 신체 접촉을 시도했다는 내용이었다.

작성자는 처음에는 골프를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지만 갈수록 접촉이 심해졌고, 결국 왼쪽 사타구니 안쪽과 성기까지 손이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첨부된 사진을 보면 레슨 중 강사가 작성자의 사타구니 쪽에 손을 갖다 대는 듯한 장면이 있다. 작성자는 강사가 자세 교정을 핑계로 겨드랑이와 가슴을 수차례 주무르는 것이 굉장히 불쾌했고 용산경찰서에 고소를 했다고 밝혔다. 이후 글이 화제가 되자 똑같은 프로에게 신체 접촉을 당해서 한 달 만에 그만둔 또 다른 피해자에게서 연락을 받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다양한 성추행 사례

 

2015년에는 레슨을 받으러 온 수강생을 상습적으로 강제 추행한 아카데미 코치가 징역형을 받았다. A 씨는 2009년 세종시 조치원읍 소재 숙소 내 여자 선수들 방의 침대에 누워있던 B 씨의 몸을 만져서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1년에는 몸이 아파 누워있는 피해자를 간호하는 척하며 다시 성추행했다. 2012년 이루어진 사이판 전지훈련에서, 뒤늦게 합류한 B 씨가 레슨 과정의 과도한 신체 접촉이 불편하다는 의사를 내비쳤지만 ‘이렇게 하면 기분 나쁘냐’면서 도리어 다시 강제추행을 했다.

2010년에는 골프 레슨을 해주던 여중생을 성추행하고 성관계를 강요한 티칭프로 사건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티칭프로 A 씨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방학 동안 해외로 골프 레슨을 떠난 여중생을 반복적으로 성추행하고 성관계를 요구한 것이다. A 씨는 4개월 동안 3명의 학생과 함께 태국의 푸켓에서 골프 레슨을 진행했다. A 씨는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B 양을 자신의 숙소로 부르거나 레슨 도중 성추행했으며, 성관계까지 요구했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의 심각성

 

성범죄는 심각한 범죄다. 성인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자행하는 성범죄는 더욱 악질적이다. 자신에게 저항하기 어렵고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자신보다 약자라는 점을 이용해서 저지르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정신적 학대 역시 마찬가지다. 미성년자들은 아직 가르침과 학대를 구분하기 어렵고, 명백한 폭언과 비난을 강사가 교육의 일부라고 주장하면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다.

특히나 강사와 학생의 관계는 ‘가르치는 사람’과 ‘가르침을 받는 사람’의 관계다. 이 관계에서 위계가 발생하면서 피해자들은 더욱 저항하기 어려워진다. 골프를 처음 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아직 골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보다 골프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강사가 원래 이런 식으로 강습이 이뤄진다고 하면 믿을 수밖에 없다. 불쾌감이 들어도 ‘원래 골프 강습이 이런 건가’, ‘내가 잘 몰라서 불쾌하게 느껴지는 건가’ 하면서 도리어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

 

레슨 프로 검증 시스템 갖춰야

 

선생과 학생 사이의 범죄는 사회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다. 특히나 골프처럼 플레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강습이 반드시 필요한 스포츠에서는 이런 문제가 자주 발생하게 된다. 골프 강습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범죄들을 방지할 대책이 시급하다.

혹자는 아동 학대와 성추행 관련 논란에 타 종목에 비해 심한 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다. 확실히 타 종목에서도 이러한 논란이 불거지는 경우가 있다. 또 골프가 몇몇 종목처럼 사회 전체를 뒤흔들고 뉴스를 도배하는 ‘초대형 사건’을 일으킨 예는 떠올리기 어렵다.

그렇지만 ‘타 종목보다는 낫다’라는 말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문제가 있으면 파헤치고, 고쳐야 한다. 그것도 수십 년간 이어지며 좀처럼 해결되지 않은 문제라면 업계 차원에서 철저히 파헤치고 확실히 고쳐야 한다. 문제를 방치했다가 언젠가 초대형 사건이라도 터지면 골프 업계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 후 대책을 마련해 봐야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다.

문제가 저절로 해결하기를 기대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골프 업계가 적극적으로 레슨 프로의 자질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국내외 레슨 시스템의 문제점을 조사하고 개선해나가야 한다.

 

 

GJ 나도혜 사진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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