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와 LPGA의 상금격차 논란, 불공정이냐 정당한 격차냐
PGA와 LPGA의 상금격차 논란, 불공정이냐 정당한 격차냐
  • 나도혜
  • 승인 2021.08.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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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은 현시대를 대표하는 화두 중 하나다. 대한민국만의 문제도 아니고, 특정 계층이나 세대만의 문제도 아니다. 전 세계 각계각층에서 불공정 현상에 대해 분석하고, 나아가 어떻게 해야 불공정 현상을 해결할 수 있을지 토론하고 탐구하고 있다.

 

골프계도 과거부터 불공정 문제로 진통을 겪어 왔다. 과거에는 골프 업계의 인종 차별 문제, 혹은 골퍼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에 대한 차별 문제가 주 이슈가 되었다. 지금도 이 문제가 완벽히 해결되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과거보다 훨씬 나아진 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런데도 골프계의 불공정이라는 화두는 여전히 남아있다. 바로 상금으로 대표되는 남녀 간 불공정 논란이다.

 

8월 12일 KBS에서 방영된 ‘다큐 인사이트 : 국가대표’에는 골프의 전설, 박세리가 출연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박세리는 자신이 왜, 혹은 어떻게 성공했는가에 대해 이야기만 하지는 않았다. 박세리가 중점적으로 이야기한 것은 불공정이었다. 박세리는 ‘더 예뻤다면 더 크게 성공했을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듣는 등 성차별을 겪은 이야기, 그리고 PGA와 LPGA의 상금 차이에 대해서 언급했다. “남자 PGA와 여자 LPGA 상금 차이가 극도로 너무 많이 나거든요”, “왜 남녀 상금 차이가 이렇게 많이 나는지?”, “LPGA 투어를 함께하던 여자 선수들이 그런 마음이었던거죠. 여자골프투어도 남자골프투어와 동일한 상금이 가능하지 않을까?”는 언급이 이어졌다. 박세리가 전성기를 누렸던 시기에도, 그 이전에도 PGA와 LPGA 상금 차이가 컸던 건 사실이다. 1991년 경향신문은 ‘작년 최고 상금을 기록한 남자 선수 그렉 노먼이 216만 달러를 벌었는데, 여자골프의 대니얼은 86만 달러에 그쳤다’라고 보도했다. 이후에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02년 시즌을 예로 들면 PGA는 48개 대회에서 1억 8,000만 달러의 상금이, LPGA는 32개 대회에서 3,710만 달러의 상금이 걸렸다. 이 해 맥도날드 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등 전성기를 누리던 박세리가 ‘남자골프에 비해 상금이 적은 여자골프의 비애’를 절실히 느낀 이유일 것이다.

 

최근에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2019년 PGA의 총상금은 4억 1,400만 달러, LPGA는 7,130만 달러로 집계되었다. 대회 수의 차이를 고려해도 PGA와 LPGA의 사이에 ‘넘사벽’이 존재함을, 또 PGA를 보며 비애감을 느끼는 LPGA 선수가 있을 것임을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골프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큐 인사이트 : 국가대표’에 박세리와 함께 출연한 김연경, 지소연 등 타 종목 선수들도 같은 종목에서 남녀 간의 불공정 문제가 있음을 언급했다. 이 다큐멘터리가 처음 스포츠에서 남녀 간의 불공정 문제를 언급한 프로그램도 아니다. 상술하였듯 1991년 국내 언론에서도 PGA와 LPGA의 상금 차이에 대해 지적하였으며, 이전에도 이후에도 남녀 종목 간의 상금 차이에 대한 비판 여론은 결코 적지 않았다.

 

UN 산하 단체인 여성위에서 2019년 ‘프로 축구의 남녀 격차’를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UN 여성위는 세계 최고의 남자 축구 선수 메시가 혼자서 8,400만 달러의 수입을 거두어들이는데 여자 축구 7대 리그 1,693명의 선수들의 연봉 총액 이 4,260만 달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남녀 축구의 수준 차이와 경제적 규모를 떠나 남녀 수입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는 취지였다. 같은 시기에 미국 여자 국가대표선수들이 남자 선수들과 동등한 대우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함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남녀 선수 간의 수입과 대우의 차이는 PGA와 LPGA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스포츠 업계 전반의 문제라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테니스처럼 남녀 상금 차이가 거의 없는 종목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같은 종목에서 남자 쪽이 여자와 비교하면 수입과 대우가 더 좋다는 건 ‘팩트’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문제를 단순히 ‘불공정’이나 ‘성차별’이라는 관점으로만 바라보기는 어렵다. 그것이 프로 스포츠라면 더더욱 위험한 시각이다. 프로 스포츠는 철저히 자본주의의 논리로 움직이며, 선수가 창출하는 경제적 효과 이상의 몸값을 요구하는 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이 때문에 앞서 소개한 UN 여성위의 발표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 지명도도, 리그 수준도, 프로 선수가 창출하는 경제적 이익을 따지면 남자 프로 축구 쪽이 ‘넘사벽’인데, 이 점을 무시하고 무조건 남녀 선수들의 수입 차이를 줄여야 한다면, 그것이 불공정이라는 논리였다. 프로 축구는 물론 PGA와 LPGA, 나아가 프로골프 전반에 통용될 수 있는 논리다. PGA와 LPGA의 상금 차이 문제도 단순한 불공정 문제로 취급하기는 어렵다. 두 단체의 상품성과 수익성의 차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한국 프로골프가 좋은 반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019년 KPGA는 17개 대회에 총상금 146억원 규모로, KLPGA는 30개 대회에 253억원 규모로 치러졌다. 대회별 상금은 비슷하지만, 대회 수와 총상금, 나아가 업계와 사회의 관심을 따지면 KLPGA가 훨씬 높았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KLPGA의 상품성과 수익이 KPGA보다 높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물론 불공정과 성차별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문제다. 이유 없이 여성 골퍼가 남성 골퍼에 비해 적은 수입을 올리거나, 나쁜 대우를 받는다면 개선되어야 한다. 하지만 ‘과정의 공정’이 아닌 ‘결과의 공정’은 타 분야라면 모를까 프로 스포츠에서는 공염불에 가깝다. 박세리의 언급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프로 스포츠 업계 전반에 남녀 간의 불공정이 여전히 남아있는 건 사실이고, 그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의 공정’은 훨씬 어려운 문제다. 프로 스포츠에는 ‘성적’과 ‘상품성’이라는 절대적인 잣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무조건 ‘여성 대회와 남성 대회의 상금 규모를 맞춰 줘야 한다’라는 접근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성별을 떠나 종목의 모든 선수에게 ‘과정의 공정’이 실천되도록 노력하는 것. 남자 종목과 여자 종목이 함께 성장하여 양쪽 모두 비등한 수준의 상품성을 만드는 것. 이후 상품성을 바탕으로 당당히 동등한 수입과 대우를 요구하는 게 현실적이고, 또 바람직한 해결책이 아닐까. GJ

 

 

By  나도혜 사진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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