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개념 골프족… 무엇이 문제인가?
무개념 골프족… 무엇이 문제인가?
  • 김예지
  • 승인 2021.08.24 17: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활 스포츠: 안전과 위험 사이

 

 

모든 스포츠는 정해진 경기장, 정해진 장소에서 진행돼야 한다. 테니스 같은 경우 테니스 코트에서 진행해야 하고, 농구는 농구 코트에서, 축구는 축구장에서 진행된다. 야구는 야구장에서만 진행해야 한다.

물론 야외에서 가볍게 할 수 있는 운동들도 있다. 배드민턴이나 달리기, 줄넘기 등과 같은 경우에는 야외에서 별다른 경기장이나 세트 없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런 운동들을 야외에서 해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이유는 위험성이 적기 때문이다. 배드민턴에서 사용하는 셔틀콕은 매우 작고 가벼운 공이다. 그렇기 때문에 근처를 지나가던 시민에게 실수로 날아간다고 해도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줄넘기 역시 맞으면 위협적이지만, 줄넘기를 손으로 잡고 돌리기 때문에 줄넘기에 맞을 수 있는 범위 자체가 넓지 않아서 그곳만 피해가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농구, 축구, 야구, 테니스 등은 다르다. 경기에서 사용하는 공들은 조금만 실수를 하면 언제 어디로 튀어 나갈지 모른다. 이런 경기에서 사용하는 공들은 상당히 크고 위협적이거나, 크기는 작다고 해도 상당히 무겁기 때문에 잘못해서 사람이 공에 맞게 되면 크게 다칠 수 있다. 그래서 근처를 지나가는 시민이 공에 맞아서 다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공의 안전을 위해서 정해진 경기장에서만 운동을 하도록 정해둔 것이다.

 

무개념 골프족들로 몸살 앓는 바닷가

 

골프도 마찬가지다. 골프는 다소 정적인 스포츠지만 도구를 보면 상당히 위험한 스포츠이기도 하다. 골프공은 크기가 작지만, 매우 무겁고 단단하기 때문에, 골프클럽으로 강하게 친 공이 날아가다가 사람에게 맞는다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골프클럽 역시 상당히 길고 단단하기 때문에 잘못 휘두르면 근처에 있는 사람이 다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골프는 골프장이나 실내 골프연습장, 스크린골프장에서 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이렇게 골프를 칠 수 있도록 정해진 곳이 아닌, 자칫하다가는 사람들이 다칠 수 있는 곳에서 골프를 치는 사람들이 등장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울산 진하 해수욕장 ○○○ 골프남’이라는 제목으로 동영상이 하나 올라왔다. 마스크도 쓰지 않은 남성이 바다를 향해서 골프공을 치고 있는 모습이다.

바다를 향해서 골프공을 날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남성이 골프공을 날린 방향의 바다에는 서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골프공을 세심하게 조준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맞고 다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아무런 보호막이 없고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바닷가에서 클럽을 휘두르는 것 역시 매우 위험하다.

글의 작성자는 울산 진하해수욕장에 사람들이 있든 없든 바다를 향해 골프공을 치는 사람이 있어서 서핑 커뮤니티에 올렸다며 “그러나 잘못을 반성하거나 뉘우치기는커녕 답변이 가관”이라고 게시물에 적었다. 해당 남성은 서핑 커뮤니티의 ‘사과할 마음은 없냐’는 질문에 “누구한테요? 바다의 물고기한테요?”라고 비아냥댔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충남 용두해수욕장에서 골프를 치는 남성의 사진이 찍힌 것이다. 사진을 올린 사람은 ‘골프채로 자세만 잡는 줄 알았는데 사진을 확대해 보니 바닥에 골프공이 놓여 있었다’며 골프공을 치는 방향이 바다 쪽이 아니라 사람들이 해수욕장으로 진입하는 쪽이었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모인 방향으로 골프공을 날리고 있었던 것이다.

클럽을 휘두르는 것 역시 위험하지만, 공 없이 클럽만 휘두른다면 클럽을 보고 사람들이 피해갈 수 있다. 그러나 골프공은 궤적을 예측할 수 없이 날아가서 언제 누구를 맞힐지 모른다는 치명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바닷가 골프의 또다른 문제

 

바닷가 골프의 문제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결국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문제로 돌아온다. 바다로 들어간 골프공들은 해류의 마찰로 표면이 마모되고 코팅이 벗겨진다. 그 결과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해서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각종 해산물은 우리의 식탁에 올라오게 된다.

최근 강릉의 한 공군 부대 골프장이 수십 년째 바다로 유실된 정황이 드러났다. 제18전투비행단 부대 안의 체력단련장에서 유실된 골프공이 바다로 흘러가서 강릉 앞바다에 수북이 쌓여있었다. 수심 12~33m 바다에서 5분 동안 80여 개의 골프공을 주울 수 있을 정도로 많았다. 해안가에서 1~2km 떨어진 곳에 있는 공군 체력단련장에서 흘러들어온 공군 부대 표식이 새겨진 골프공도 있었다. 공군 측에서는 부대 내 하천 구역의 골프공 수거 활동을 강화하고 바다와 연결되는 수문에 회수망을 설치하는 등의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포츠는 삶을 활기차게 만들어주는 여가 활동이지만 그 활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면 더더욱 심각한 문제다. 그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포츠가 모두를 위한 취미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골프를 치지 않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골프 연습은 스포츠나 취미 활동이 아니라 타인을 위협하는 활동일 뿐이다. 골프를 즐기는 모든 사람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서 타인과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건전한 골프를 즐기기를 바란다.

 

 

GJ 글 김예지 이미지 GettyImages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