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요금 인상 得일까 失일까
무리한 요금 인상 得일까 失일까
  • 나도혜
  • 승인 2021.05.0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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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골프 수요가 폭증하고 부킹이 어려워지자 이를 악용한 골프장업계의 요금 인상이 문제시되고 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처음 코로나 유행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손을 잘 씻으면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이제는 전 국민이 함께 방역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세계적 전염병이 됐다. 
식당의 영업시간이 제한되고, 사적인 모임의 인원수가 제한되고 있으며, 마스크 착용은 필수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어떤 시설에도 입장할 수 없으며 대중교통 이용도 불가능하다.
코로나 19가 시작되면서 예외가 없을 것 같던 많은 분야에서 예외가 생겼으며, 원래의 방식이 아니면 운영될 수 없을 것 같던 업종들도 코로나 19에 맞춰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운영되고 있다. 
스포츠도 코로나 19를 비껴갈 수는 없었다. 특히나 많은 관중이 모여 응원을 하는 것이 큰 매력이자 주요한 수입원 중 하나였던 스포츠 업계는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방역을 위해 대부분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지고 있는 상황이다. 생활 속 스포츠도 예외는 아니다. 함께 운동할 때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헬스장에서도 마스크 착용은 필수다.

 

코로나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골프

 

이처럼 코로나는 분야를 막론하고 큰 타격을 입혔다. 그러나 타격에서 벗어난 분야가 있다. 바로 골프다. 골프는 타인과 가까이 접촉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 때문에 비교적 감염 위험이 낮은 스포츠로 주목받았다. 
게다가 2030 젊은 세대가 골프에 관심을 가지면서 소위 ‘골린이’(골프+어린이)들의 유입으로 골프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 골프가 어려워지면서 강제로 국내에 머물게 된 골프 인구들이 국내 골프장을 이용하는 것도 주요 요인 중 하나다. 골프는 오히려 코로나로 인해 호황을 누리고 있는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골프 수요 증가 그 후

 

하지만 골프 수요의 증가가 꼭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요가 폭증하고 부킹이 어려워지자 가격을 인상할 요인이 전혀 없는데도 골프장들이 가격을 인상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정국을 악용해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 
작년 연말, 주중 8만원 안팎이던 전남지역의 퍼블릭 골프장 그린피가 10만원에서 최고 19만원까지 상승했다. 10~14만원이던 주말 가격도 최고 24만원까지 상승했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강진과 함평, 나주의 골프장도 주말 그린피를 15만원에서 18만원까지 받는다. 전남에 있는 40여 곳의 골프장들이 모두 비슷한 상황이다. 동시다발적인 가격 폭등에 담합 의혹까지 일었다.
카트비도 논란이 됐다. 지난해 무안의 골프장은 1인당 1만원이던 카트비를 지난해 10월부터 2만원으로 인상했다. 5시간 동안 이용하는 비용으로는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일었다. 특히나 카드 1대의 가격이 800~1500만원 선이라는 점, 5개월 정도 운영하면 구입 비용이 회수 가능하다는 점, 그에 반해 사용 기한은 무려 10년에 이른다는 점에서 기존의 가격만으로도 이미 상당한 이익을 취하고 있는데 코로나 시국을 이용해 폭리를 취한다고 지적이 있었다.
골프장 내 식음료의 가격도 문제가 됐다. 일반 음식점에서는 7,000~8,000원 선인 국밥이 골프장에서는 1만 2,000원 정도다. 간단한 안주인 두부김치를 시중 가격인 1만 2,000원의 2배가 넘는 2만 5,000원부터 3만 5,000원까지 받는 골프장도 많다. 골프장 내에서 판매하는 음식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라는 것이다.

 

이용료 인상 금지 국민 청원 등장

 

작년 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나친 요금 인상을 지적하면서 지금처럼 이 문제를 계속 방치한다면 대중스포츠로 자리매김하던 골프가 다시 일부 상류층만의 리그로 회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동일하게 골프장 가격 인상을 지적하는 청원을 올린 다른 청원인은 동결은 물론이고 인하를 해야 하는 이 시국에 이런 가격 인상이 너무나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배짱 운영의 끝은…

 

수요가 급등한 상황을 이용해서 골프장 이용객들에게 식사 강요 등 높은 가격을 억지로 부담하게 하는 곳도 있다. 경북 소재 A골프장은 3월 1일부터 라운드, 그린피, 카트 이용료 등을 10% 가까이 인상하면서 단체팀 부킹 희망자들은 골프장 내 클럽 하우스에서 1인당 2만 원의 식사를 해야 부킹이 가능하다고 조건을 걸었다. 또한, 5월부터 이용 여부와 무관하게 식사와 특산품 비용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골프장 수요는 많지만, 공급은 정해져 있어 부킹이 급한 이용객들의 상황을 이용해서 ‘배짱 운영’을 하는 것이다.
이용객들은 물론이고 골프장 근처의 음식점들까지 A 골프장의 이런 조치에 대해서 공기업이 돈벌이 눈이 멀어 폭리를 취한다면서 비판했다. 지역의 한 골프 동호인은 지나친 조건인 것이 사실이지만 워낙 골프장 부킹이 어려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골프업계의 호황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이 호황을 악용해서 폭리를 취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지나친 폭리와 부킹 난을 이용한 도를 넘은 상술은 오히려 이용객들로 하여금 골프에서 마음이 멀어지게 만든다. 
더구나 골프에 이제 막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더욱 골프를 적극적으로 즐기기 어렵게 만든다. 골프 인구가 늘어나고 골프산업이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골프업계 스스로 밀어내고 있는 셈이다. 
골프 대중화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골프업계는 단기간의 이익에 눈이 멀어 장기적으로 골프산업을 퇴보시키는 자충수를 놓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GJ

 

 

By 나도혜 사진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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