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중 골프대회 시대 막 내릴까?
무관중 골프대회 시대 막 내릴까?
  • 김태연
  • 승인 2021.04.0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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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백신과 치료제 개발 등으로 코로나 사태가 서서히 잡힐 것이라는 희망 속에 PGA에서 유관중 대회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움직임이 골프계 전반으로 퍼질지 주목된다.

 

코로나 사태로 프로 스포츠 전반에 걸쳐 무관중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사상 초유의 무관중 시대는 프로 스포츠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라 할 수 있지만 ‘코로나 방역’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명분 속에 프로 골프도 무관중 시대를 보내야 했다. 하지만 2021년 백신과 치료제 개발 등으로 코로나 사태가 서서히 잡힐 것이라는 희망 속에 PGA에서도 유관중 대회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움직임이 골프계 전반으로 퍼질지 주목된다.

 

유관중 대회 재시동 건 피닉스 오픈

 

PGA 유관중 대회의 물꼬를 튼 곳은 ‘골프 해방구’로 불리는 피닉스 오픈이다. 피닉스 오픈은 메이저 대회에 속하지는 않지만, PGA에서 손꼽히게 큰 규모의 대회이며 동시에 열정적인 대회였다. 
대회 기간 평균 50만 명, 최대 70만 명의 갤러리가 입장해 장관을 이루었으며, 선수들에게 응원하는 것은 물론 관람 중 음주와 야유까지 마음껏 할 수 있을 만큼 갤러리를 위한 ‘해방구’ 역할을 톡톡히 해 온 대회였다. 경기장에 설치된 2만 석의 스탠드에 가득 들어찬 갤러리가 선수에게 응원과 야유를 보내며 자유로운 분위기를 즐기는 피닉스 오픈은 그야말로 ‘유관중 대회’의 쾌감을 극대화한 골프대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올해 피닉스 오픈은 ‘2021년 PGA 유관중 대회’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맡았다. 물론 대책 없이 기존의 대회 방식을 고집하지는 않았다. 관중 숫자는 라운드당 5000명, 총 2만 명 이하로 기존에 비해 크게 줄였으며 음주 역시 허용되지 않았다. 기존의 ‘해방구’가 아닌 얌전한 대회가 되었지만, 반응은 좋았다. 오랜만에 재개된 유관중 대회에 언론의 시선이 집중되고, 대회 우승자인 웹 심슨은 전과 같은 떠들썩한 분위기를 느끼지 못해 아쉽다면서 다음 대회는 정상적으로 돌아가 에너지를 느끼길 바란다며 우승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PGA 관중 제한 조치 완화

 

‘골프 해방구’ 답지 않게 얌전히 끝난 피닉스 오픈이지만, 성공적으로 유관중 대회를 마쳤다는 게 핵심이다. 이에 PGA에서도 서서히 관중 제한 조치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피닉스 오픈을 이후 PGA 투어에서는 선수들에게 보낸 이메일 통지문에서 2월 26일 개막 예정인 ‘월드골프챔피언십 앳 더 컨세션’에서 선수 가족의 경기장 입장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선수 가족이라 해도 제한된 숫자만 입장이 가능하거나, 가족 입장까지 전면 금지하는 대회도 있는 상황에서 ‘선수 가족 전면 입장 허용’ 방침이 나왔다는 건 PGA에서도 유관중 대회 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PGA의 방침대로 ‘월드골프챔피언십 앳 더 컨세션’에서는 선수 가족 전원, 그리고 선수 매니저들도 전면적으로 입장이 허용됐으며,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는 가족과 매니저는 물론 선수 1명당 4명까지 손님을 초청해 경기를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이어 3월에 열린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는 하루 8000명의 일반 관중 입장을 허용했으며,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도 제한된 수의 관중 입장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다시 시작된 디오픈

 

PGA 유관중 대회를 향한 관심은 메이저 대회도 예외가 아니다. ‘메이저 중의 메이저’로 불리는 디 오픈을 주관하는 R&A 마틴 슬럼버스 사무총장은 올해 대회 개최 여부를 묻는 인터뷰에서 "관중 입장이 허용되든 않든 대회는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 디 오픈 취소 사태를 올해에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것이다. 
나아가 "건강과 안전이 가장 중요하지만, 디 오픈은 관중이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언급하며 "관중 입장이 허용되는 쪽이 되리라 희망하고 있다"라고 유관중 대회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디 오픈은 대회가 코앞이라 이미 세워 둔 방침이 그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월드골프챔피언십 앳 더 컨세션이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과는 다르다. 
디 오픈은 7월 개최 예정이기에 변동 가능성도 크다. 코로나 백신 및 치료제의 개발과 접종으로 7월에 어느 정도 사태가 가라앉는다면 주최 측과 골프 팬들의 소망대로 유관중 대회로 열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디 오픈이 개최될 영국의 코로나 사태가 여전히 심각한 데다 변종 코로나19 바이러스도 꾸준히 발견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지금으로서는 디 오픈이 유관중으로 열릴 수 있을지 속단하기 어렵다.

 

프로 스포츠의 공통된 유관중 고민

 

이러한 PGA의 유관중 방침은 한 단체의 단독 방침이 아니라 프로 스포츠 업계의 전반적인 움직임에 가깝다. 코로나 퇴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타 단체나 종목에서도 서서히 관중들을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MLB에서는 2021년부터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등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조건으로 유관중으로 진행할 예정이며, EPL 역시 5월 23일 마지막 날 대회에서 관중 입장이 허용될 예정이다. PGA의 유관중 대회 움직임은 특정 단체의 움직임이 아닌 프로 스포츠 전반의 대세인 것이다
.

 

한국 프로골프계의 선택

 

그렇다면 한국 프로골프계의 움직임은 어떨까. KPGA와 KLPGA 모두 작년의 대회 축소를 만회하려는 듯 올해에는 ‘역대급 대회 시즌’을 예고하고 있다. 
KPGA는 최소 18개에서 최대 21개의 대회를 준비 중이며, KLPGA 역시 31개 대회의 개최를 예고하고 있다. 다만 지난 시즌 동안 1명의 확진자도 발생하지 않은 완벽한 방역 체계에도 불구하고, 무관중 경기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을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유관중 대회는 정부의 방침이 완화된 뒤에야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2021년 지난해 취소됐던 골프대회가 재개되고, 나아가 유관중 대회로 열릴 것이라는 전망은 골프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반가운 뉴스다. 하지만 만에 하나 이러한 설렘이 ‘코로나 집단 감염 사건’으로 돌아오는 일이 없도록 대회 준비는 물론, 방역에도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GJ

 

 

By  김태연 사진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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