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문제로 곤욕을 치르거나 주저앉은 PGA 선수들
사생활 문제로 곤욕을 치르거나 주저앉은 PGA 선수들
  • 김상현
  • 승인 2021.03.31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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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의 사생활 문제로 홍역을 치르지 않은 프로 스포츠는 없다. 프로골프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다른 종목처럼 프로골퍼들이 사생활 문제를 일으킨 경우가 적지 않고, 그를 둘러싼 시각 역시 다양하다.

 

선수의 사생활 문제

 

프로 선수의 사생활 문제로 홍역을 치르지 않은 프로 스포츠는 없다. 아니, 프로 선수일수록 심각한 문제다. 성공한 프로 선수에게는 돈과 명예가 뒤따르며 그만큼 많은 시선이 쏠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돈과 명예를 즐기다 사생활 문제를 일으켜 눈총을 받기도 하며, 성공 후 어두운 과거가 드러나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이러한 프로 선수의 사생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가지다. 하나는 많은 돈을 벌고 명성을 누리는 프로로서 사생활 역시 깨끗해야 한다는 시각, 또 하나는 사생활은 사생활일 뿐이니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면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다는 시각이다.
프로골프 세계도 마찬가지다. 다른 종목처럼 프로 골퍼들이 사생활 문제를 일으킨 경우가 적지 않고, 그를 둘러싼 시각 역시 다양하다. 사생활 문제가 불거졌다는 것 자체가 프로로서 큰 문제라며 비난하는 시각도 있고, 사생활 문제가 심각하거나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치는 수준이 아니면 너그럽게 봐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프로골퍼 사생활 괴담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많은 돈이 오가는 골프 단체는 PGA다. 그만큼 PGA 프로들은 많은 유혹을 받고, 그만큼 많은 사생활 문제를 일으키는 곳으로 꼽힌다. 야구, 축구, 농구와는 달리 골프는 대부분 철저한 개인전으로 운영되며, 그만큼 골퍼들의 운신도 자유롭다. 골퍼 주변에 코치와 스태프가 있어도 야구나 축구, 농구 등의 감독이나 코치만큼 선수를 통제하기는 어렵다. 하물며 NBA나 MLB 선수들도 사생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감시도 적고 자유로운 환경의 PGA 골퍼들은 훨씬 유혹을 받기 쉽고, 이것이 ‘PGA 사생활 문제’의 주된 이유로 꼽힌다.
PGA 골퍼들의 사생활 문제는 ‘파도 파도 괴담’이다. 세계 어느 나라 법 기준으로 봐도 범죄인 일을 저지른 골퍼도 있고, 범죄는 아닐지라도 크나큰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골퍼도 있다.

 

타이거 우즈의 사생활 문제

 

PGA 골퍼 중 사생활 문제로 가장 큰 곤욕을 치른 선수는 누구일까? 골프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한 남자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다.
영미권 언론에서 타이거 우즈의 사생활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을 지칭하는 단어가 있다. 사가(Saga)다. 보통 ‘서사시’로 해석되는 이 단어는 스포츠 업계에서는 주로 선수의 이적 문제가 크게 불거지거나 길게 이어질 때 쓰인다. 
하지만 타이거 우즈는 다르다. 이적이 아닌 사생활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이 길게 이어진 결과 영미권 언론에서 이를 ‘타이거 우즈 서사시’ 라 불렀다. 타이거 우즈의 프로 커리어가 위대한 서사시라면, 그의 사생활은 막장 서사시로 골프 역사에 남은 것이다.

 

막장 사생활 서사시의 시작

 

‘타이거 우즈의 막장 사생활 서사시’는 2009년 11월 내셔널 인콰이어리 지의 보도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우즈와 뉴욕의 나이트클럽 매니저와 불륜설이 보도되었을 때 만 해도 이 사건이 한 편의 서사시가 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내셔널 인콰이어리 지는 타블로이드, 즉 황색언론으로 분류되는 신문이며 확인되지 않은 보도를 쏟아내는 곳으로 악명 높았기 때문이다. 보도 당시 우즈의 불륜 상대로 지목된 여성 측에서는 사실을 부정했으며, 우즈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의 보도가 터져 나온 뒤 이틀 뒤, 우즈가 본인의 캐딜락 SUV를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일으키며 사건은 큰 전기를 맞이했다. 
이 교통사고는 여러 가지로 화제가 되었다. 타이거 우즈가 일반인은 접근조차 어려운 부유층 거주지에서 한밤중에 교통사고를 일으켰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선을 집중시켰다. 심지어 초기 보도에서는 정보가 잘못 전달되는 바람에 우즈가 한밤중에 사고를 일으켜 중상을 입었다는 보도가 언론을 타기도 했다. 이후 우즈의 부상이 가볍고 음주나 약물 문제가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사건은 단순 교통사고의 범위를 넘어섰다. 불륜설이 터져 나온 지 이틀 뒤에 벌어진 난데없는 교통사고에 세상 모두의 이목이 쏠렸고 이후 ‘막장 서사시’가 본격적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일부 매체에서는 타이거 우즈의 부부싸움 끝에 사고가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우즈의 불륜 보도를 본 부인 엘린 노르데그렌이 해명을 요구하며 부부싸움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우즈의 얼굴을 할퀸 것으로도 모자라 차를 타고 집을 나가려는 우즈를 제지하며 골프 클럽으로 차량을 몇 번이나 가격해 이에 놀란 우즈가 방향감각을 잃어 사고가 발생했다는 내용이다. 
출처도 출처거니와 드라마에서도 보기 드물 막장 스토리에 많은 사람이 의심했지만 이 보도는 사실로 밝혀졌고 우즈의 이미지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강도 높은 풍자와 패러디로 유명한 미국 애니메이션 ‘사우스 파크’에서 이 사건을 고스란히 묘사해 웃음거리로 삼는 등 사태는 점점 심각해졌고, 막장 서사시는 강도를 더해갔다.

 

불륜 스캔들 2막

 

2009년 12월, 타이거 우즈와 불륜 관계를 맺은 또 다른 여성이 언론매체에 등장했다. 첫 번째 사건과는 달리 카더라 통신 혹은 근거 없는 보도라는 변명조차 불가능했다. 타이거 우즈 본인이 문제의 여성 측에 연락했다는 증거가 함께 드러난 보도였기 때문이다. 
결국 우즈는 뒤늦게 공식 성명을 내고 불륜을 인정하고 사과를 했지만 사태는 가라앉지 않았다. 그 후에도 우즈와 불륜을 저질렀다는 여성들이 끝없이 나타나 그 숫자가 12명이 넘었고 주류 언론과 타블로이드를 가리지 않고 전 미국, 나아가 전 세계의 언론이 우즈 보도에 뛰어들었다. 수많은 매체가 각각의 분석과 예상을 하면서 사태를 키우는가 하면, 우즈와 불륜 관계를 맺은 여성들 각각에 번호를 부여하고 우즈 불륜녀 인기투표 사이트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몇 차례의 사과 성명에도 사태가 가라앉지 않자 우즈는 처음에는 2009년 시즌을 쉬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프로골프에서 무기한 휴식’을 취할 것을 선언하며 자숙에 들어갔다.
타이거 우즈가 자숙에 들어간 뒤에도 막장 서사시는 끝나지 않았다. 우즈는 아내와 당장 이혼하는 대신 섹스 중독 치료를 위한 정신 치료를 받기로 합의하고 결혼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었지만, 그의 불륜녀들과 언론은 우즈가 얌전히 자숙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법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우즈의 아이를 가졌다고 주장하는 불륜녀가 나오는가 하면 우즈가 실제로는 양성애자라는 하는 주장이 나왔고 우즈가 흑인이라는 콤플렉스 때문에 백인 여성들만 상대했다는 인종차별 논란까지 나왔다. 
이러한 논란은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당시 자숙하고 있던 우즈에게는 또 한 번의 치명타였다. 결국 이러한 사생활 논란 속에 우즈의 아내 엘린은 결혼 생활을 포기하고 자녀의 양육권 및 막대한 위자료를 받고 이혼했다.

 

치명타를 입은 후원사들

 

이 사생활 논란은 단순히 타이거 우즈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았다. 우즈와 관계를 맺었던 후원사들 입장에서도 우즈의 논란은 치명타로 다가왔다. 결국 우즈를 모델로 쓴 수많은 회사가 스폰서 계약을 중단했다. 엑센츄어, AT&T, 게토레이, GM 같은 유수의 기업들이 스폰서 계약을 중단하는가 하면 질레트는 우즈가 출연한 광고 송출을 중단했고 태그 호이어 역시 광고를 중단하고 계약 만료와 함께 우즈와의 계약을 끝냈다. 
미국의 유명 골프잡지는 매달 연재되던 우즈 칼럼을 중단했고, 타이거 우즈를 주인공으로 삼아 인기를 누리던 ‘타이거 우즈 PGA 투어’ 시리즈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우즈 사건으로 그의 후원사들의 총 손실액이 120억 달러에 이른다는 보도에 나올 만큼 타이거 우즈 사생활 논란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비즈니스에 엄청난 손해를 끼친 ‘공적인 사건’이 되었다. 
PGA 단체가 입은 손해도 컸다. 명실상부한 PGA의 아이콘으로 군림하던 타이거 우즈의 ‘역대 최악의 사생활 스캔들’은 PGA의 이미지 실추로 직결됐고 그로 인한 유무형의 피해가 컸다.

 

음주운전 스캔들

 

사상 최악의 사생활 스캔들을 일으킨 타이거 우즈는 이후 2017년에 다시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선다. 음주운전으로 추정되는 교통사고를 일으켜 머그샷까지 찍히는 굴욕을 당한 것이다. 다행이라 해야 할지 문제의 교통사고는 처음 알려진 것처럼 음주운전이 아닌 약물 중독으로 인한 사건으로 밝혀졌다. 고질적인 부상에 시달리던 우즈는 ‘바이코딘’ 등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하고 있었는데, 약을 복용하고 운전을 하면 
안 되는데도 무리하게 운전대를 잡았다 술을 마시고 운전한 것처럼 인지력과 감각이 떨어져 교통사고를 내기에 이른 것이다. 결국 우즈는 이 사고로 인해 재판을 받고 250달러의 벌금과 1년간의 보호 관찰, 정기 약물 검사와 금주 명령을 받았다. 
다행히 이 사건의 여파는 불륜 사건처럼 크게 번지지는 않았다. 예기치 못한 약물 부작용에 따른 사고였고 우즈가 심각한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었기에 동정적인 시선이 많았기 때문이다. 우즈 역시 이후 약물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기 때문이다. 
‘막장 사생활 서사시’에도 불구하고 타이거 우즈는 불륜 스캔들로 무기한 휴식을 선언한 지 4개월 만에 마스터스 토너먼트에 진출하며 공동 4위를 기록하는 등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지만, 이후 기나긴 부진에 빠져들었다. 이어지는 스캔들과 이혼 속에 결국 세계 랭킹 52위까지 추락했고 ‘타이거 우즈 시대는 끝났다’, ‘타이거 우즈의 부활은 어려울 것’ 등과 같은 비관적인 여론이 적지 않았다. 
물론 골프 팬들 모두가 기억하듯, 2012년 시즌부터 어느 정도 폼을 끌어올려 2013년 부활에 성공했고, 2019년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11년 만의 메이저 우승컵을 품에 안으며 ‘클래스는 영원하다’ 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우즈에게 사생활 스캔들이 없었다면…

 

 

타이거 우즈의 사생활 스토리는 골프 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역대 최악의 사생활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우즈는 커리어를 이어나갔고, 2013년의 부활과 2019년 마스터스 토너먼트 우승 등 준수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골프 팬이라면 누구나 ‘우즈가 사생활 문제를 겪지 않았다면?’이라는 가정을 해 보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우즈는 모든 의미에서 잭 니클라우스를 넘어 사상 최고의 골프 1인자가 되지 않았을까. 꾸준한 커리어와 비교적 깨끗한 사생활이 잭 니클라우스가 역대 최고의 골프 1인자로 불리는 이유라는 것을 고려하면, 사생활 문제로 인하여 커리어에서도 큰 피해를 보고 ‘깨끗한 사생활’은 언감생심이 된 우즈의 모습은 팬들 입장에서는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더스틴 존슨의 흑역사

 

안타깝게도 PGA의 막장 사생활 스토리는 타이거 우즈 한 명에 국한되지 않는다. 비교적 깨끗한 사생활로 명성을 누린 잭 니클라우스 같은 골퍼가 있는 반면에, 끝없는 논란을 일으키며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마냥 고운 눈으로 보기 어렵게 만드는 골퍼도 적지 않다.
현 세계 랭킹 1위 더스틴 존슨도 사생활 문제를 많이 겪은 것으로 유명하다. 악명으로는 우즈만 못하지만, 법의 시각으로 보면 우즈보다도 심각하다. 우즈가 저지른 불륜과 약물 중독 운전은 윤리적으로는 지탄받을 일이지만 법적으로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다. 간통죄가 존재하지 않는 미국에서 불륜은 어디까지나 민사 법정에서 해결할 문제이며, 약물 중독 운전도 의사의 처방을 받고 사용한 약물이 문제가 돼서 교통사고를 일으킨 케이스라 심각한 불법을 저질렀다고는 할 수 없었다. 
반면에 더스틴 존슨은 16세가 되던 해 경찰에 체포된 전과가 있다. 친구들과 함께 권총 절도 사건을 벌였다 2급 강도죄가 적용된 것이다. 심지어 사건에 연루된 친구 중 한 명은 훔친 권총으로 살인 사건을 일으키기까지 했다. 다행히 더스틴 존슨은 살인에는 연루되지 않았고, 또 친구의 범죄에 대한 증언을 대가로 가벼운 처분을 받았지만 ‘강도 전과’는 그대로 남았다. 평생 따라다닐 주홍글씨를 얻은 것이다.
이후 천부적인 자질을 드러내며 2007년에 프로 데뷔, 2008년에 PGA에 데뷔하며 데뷔 첫해 터닝스톤 리조트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2009년에는 PGA 투어 상금 랭킹 15위에 오르는 등 주목받는 루키로서 탄탄대로를 걸었지만, 사생활 문제도 계속해서 벌어졌다.

 

약물 의혹을 받은 스타 골퍼

 

 

2009년은 더스틴 존슨에게 영광의 해인 동시에 고난의 해였다. 준수한 커리어를 쌓았지만, 그해 말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되며 체포당하는 굴욕을 겪었다. 사생활 악재에도 불구하고 2010년 PGA 투어 상금 랭킹 4위로 뛰어오르는 등 커리어는 계속 발전했지만, 사생활 문제도 그칠 줄 몰랐다. 
2014년 7월 존슨은 개인적인 이유로 시즌 하반기를 통째로 쉬겠다고 선언했다. 난데없는 휴식 선언에 많은 사람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존슨이 코카인 양성 반응을 보였기에 6개월 동안 PGA 투어를 중단했다고 보도되면서 사생활 논란이 크게 불거졌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더스틴 존슨은 ‘약물 전과 1범’도 아니었다. 2009년에는 마리화나, 2012년에는 코카인 양성 반응에 이어 세 번째 적발이었다는 게 골프 매거진 지의 주장이었고, 존슨과 PGA 투어 측에서는 이를 부인했다. 문제의 약물 양성반응 대한 명백한 증거가 드러나지 않고 더스틴 존슨과 PGA 투어 양측이 사실을 부인했기에 사안은 더 확대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도 더스틴 존슨이 약물 문제를 일으켰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PGA 투어에서는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도핑 약물’이 검출되었을 시에는 엄격하게 대응하지만, 경기력 향상과는 상관이 없는 ‘오락용 약물’에 대해서는 너그럽게 대한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기 때문이다.
더스틴 존슨은 강도 전과와 진상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약물 논란은 물론 불륜 스캔들도 겪었다. 2014년 일부 언론에서는 존슨의 불륜설에 대해 보도했다. PGA에서 활약 중인 모 골퍼의 아내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한 진상 역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문제의 보도 후 오래잖아 이혼한 윌 맥켄지의 부인 알리 맥켄지가 존슨과의 불륜 당사자라는 소문이 떠돌았다. 같은 해 약물 스캔들에 휘말렸던 존슨의 이미지가 더욱 하락한 건 말 할 것도 없다.

 

불륜설의 끝

 

더스틴 존슨과 그의 가족, 그리고 팬들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2014년 이후 심각한 사생활 논란은 터지지 않았다. 동시에 그는 PGA의 지배자가 되었다. 
사생활 논란의 끝은 전성기로 이어졌다. 2017년 처음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존슨은 이후 친구이자 라이벌인 브룩스 켑카와 세계 랭킹 1위를 다투다 2020년 다시 한 번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며 명실상부한 현 세계 최고의 골퍼 자리에 올랐다. 2021년 시즌 역시 존슨이 왕좌를 수성하느냐, 브라이슨 디섐보 같은 후발주자가 왕좌를 빼앗느냐의 다툼으로 예상될 만큼 명실상부한 현 PGA의 지배자이다.

 

원조 악동 존 댈리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2020년 세계 랭킹 1위’ 더스틴 존슨 외에도 사생활 문제를 일으킨 골퍼는 많다. 젊을 때 ‘악동’, ‘풍운아’ 등으로 불린 존 댈리가 대표적이다. 나이가 들면서 전보다는 얌전해졌지만, 젊은 시절 댈리의 사생활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타이거 우즈가 막장 서사시를 썼고, 더스틴 존슨이 법적으로 타이거 우즈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면 존 댈리의 사생활은 그야말로 종합 선물 세트라 할 만하다. 술, 건강, 도박, 여자 문제까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사생활 문제를 다 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본인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되기도 했다.
먼저 존 댈리는 악명 높은 술꾼이었다. 술을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술독에 빠진 수준이었고, 이는 평생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8세 때부터 술을 마셨다고 알려진 그는 20~30대였던 1990년대부터 몇 차례나 술로 인한 문제를 일으켰다. 
92년 알코올 중독 클리닉에서 치료를 받았고, 97년에는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고 부인을 폭행했다 이혼을 당하고 스폰서에게서 계약을 파기 당하는 등 커리어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후 술을 끊은 듯 보이던 그는 99년에 다시 한 번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며 메인 스폰서였던 캘러웨이 사에서 다시 한 번 계약 파기를 당했다.

 

끝나지 않은 알코올과의 악연

 

존 댈리의 알코올 중독 문제는 2000년대에도 이어졌다. 2008년 세계적인 스윙 코치로 꼽히던 부치 하먼은 한동안 댈리의 지도에 나섰지만 오래잖아 그와의 관계를 끊었다. 아니나 다를까 술 때문이었다. 댈리는 대회에서 컷 탈락을 하여 팬들을 실망시킨 상태에서도 골프장의 식당에서 온종일 술을 마시는가 하면 한 여성 팬의 바지 위 엉덩이에 사인하는 등 문제 행각을 일삼았고, 이 모습을 본 하먼은 “댈리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술에 취하는 것이다”, “골프보다 알코올에 더 관심이 많은 댈리와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직격탄을 날리며 관계를 끊었다. 이에 댈리는 하먼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지만, 누가 거짓말을 한 것인지는 오래잖아 드러났다. 
하먼과의 관계를 끊은 뒤 불과 몇 달 만에 만취한 채로 식당 밖에 발견되어 망신을 당했다.  이후 댈리는 2016년 인터뷰에서 드디어 술을 절제하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주장했는데, 실제로 알코올 추문이 없는 것을 보면 오랜 고난 끝에 ‘깨달음’을 얻기는 한 모양이다.

 

연이은 건강 문제

 

술 문제만으로도 책 한 권을 쓸 수 있는 존 댈리는 건강 문제도 역대급으로 많이 겪었다.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건강 문제는 물론, 과식과 흡연으로 인한 건강 문제도 평생 그를 따라다녔다. 2009년 그는 식이 조절을 위해 위 밴드 수술을 받았으며, 살을 30kg이나 빼고 경기력을 극적으로 향상해 팬들을 놀라게 했다. 이후 2019년 댈리는 영국에서 휴가를 보내다 영국에서 가장 위험한 독거미 중 하나로 꼽히는 ‘갈색 은둔거미’에 물려 패혈증에 걸려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2020년에는 방광암에 걸렸다는 사실이 알려졌으며, 이 때문에 그는 담배를 끊고 입에 달고 살던 다이어트 콜라마저 끊어야 했다.

 

도박과 결혼 문제

 

존 댈리는 도박과 결혼 문제로도 심각했다. 자서전에서 스스로 도박 중독임을 인정했고, 15년 동안 도박으로 잃은 돈이 5~6천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결혼 생활도 심각했는데, 첫 번째 부인과는 비교적 무난한 이혼을 했지만, 두 번째 부인을 상대로 알코올로 인한 폭력 사태를 일으켰다 이혼을 당하기도 했다. 이후 세 번째 부인과 결혼 후 다시금 무난한 이혼을 한 댈리는 네 번째 결혼에서 막장 사생활의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되는 경험까지 했다. 
존 댈리의 네 번째 부인인 셰리는 마약 거래에 관여했다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으며, 댈리와의 부부싸움 도중 스테이크 나이프로 그를 공격했다는 혐의를 받기도 했다. 
실제로 댈리는 셰리에게 공격을 받았다고 알려진 다음 날 얼굴에 상처를 입은 채로 경기에 나서며 눈길을 끌었다. 결국 댈리는 네 번째 부인과도 이혼하게 되었다. 이후 전 부인 셰리는 댈리와의 양육권 분쟁 중 불법적인 행동을 저질렀다 투옥되기도 했다.

 

막장 사생활 대회 1인자

 

커리어 내내 사생활 문제로 점철된 삶을 보낸 존 댈리는 ‘역대급’이라 불렸던 재능에도 불구하고 결국 재능을 제대로 꽃피우지 못하고 전성기를 날렸다. 
이후 댈리는 50세 이상 골퍼들이 출전하는 PGA 챔피언스 투어에서 뛰고 있으며, 2017년에는 챔피언스 투어 인스퍼리티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PGA 선수들의 막장 사생활 대결’을 벌이면 가장 강력한 1위 후보일 댈리지만, 이제는 정신을 차린 모양이다. 그가 종종 언론에 등장할 때마다 어김없이 ‘악동’, ‘풍운아’ 같은 표현이 뒤따르지만 그가 다시 한 번 대형 사고를 쳤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2020년 유튜브에서 ‘코로나에는 보드카가 좋다’는 비과학적인 주장을 펼쳤다 논란을 사기도 했지만, 그의 과거를 생각하면 추문 거리도 못 된다.

 

사생활과 명성의 상관관계

 

PGA 사상 가장 큰 추문을 불러일으킨 막장 서사시를 쓴 타이거 우즈. 현 세계랭킹 1위지만 과거가 어두웠던 더스틴 존슨. 커리어가 아닌 막장 사생활로 따지면 역대 1위 자리를 넘볼 수 있는 존 댈리. 이외에도 PGA 막장 사생활은 파도 파도 끝이 없는 수준이다. 오죽하면 프로 통산 23승에 빛나는 골퍼 밥 머피는 “투어 입회 동기 30명이 모두 결혼했는데 그중 첫 번째 부인과 사는 사람은 두 명뿐”이라는 전설적인 명언을 남겼겠는가. 
PGA 골퍼들의 사생활 문제는 팬들 관점에서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타이거 우즈가 사생활 문제를 겪지 않았다면 그는 모든 면에서 잭 니클라우스를 능가하며 골프계의 ‘유일신’이 되었을지 모른다. 더스틴 존슨의 사생활이 처음부터 깨끗했다면 그의 세계 랭킹 1위 등극은 훨씬 빨랐을 수 있다. 존 댈리가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면 ‘역대급 재능’에서 그치지 않고 ‘역대급 커리어’를 기록했을지 모른다. 
언급한 골퍼들은 사생활 문제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커리어를 남겼지만, 결국 사생활 문제가 발목을 잡아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주저앉거나 재능을 늦게 꽃피울 수밖에 없었다.
과거 AP통신은 ‘가장 위대한 20세기 프로 골퍼’로 잭 니클라우스를 선정했다. 2018년 PGA에서도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퍼 1위에 잭 니클라우스를 선정했다. 잭 니클라우스는 18회 메이저 우승이라는 최고의 커리어를 자랑하며, 동시에 큰 추문 없이 깨끗한 사생활과 함께 가장 이상적인 프로골프로 꼽히고 있다. 사생활이 깨끗하다는 것이 잭의 위대함을 더욱 돋보이게 함은 물론 커리어에도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타이거 우즈, 더스틴 존슨, 존 댈리 같은 천재들도 사생활 문제로 커리어에 큰 악영향을 받은 것을 보면 사생활과 커리어가 연관이 깊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퍼들의 사생활은 단순한 흥밋거리가 아니다. 오히려 골퍼의 커리어, 나아가 골퍼의 삶과 직결된 부분이다. 위대한 골퍼도 사생활 문제를 겪을 수 있고, 사생활 문제를 겪은 뒤에도 위대한 골퍼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사생활 문제는 언젠가 그 선수의 커리어를 방해하거나 삶 자체를 재기불능으로 만들 수 있다. 이것이 골퍼가 많은 돈을 벌고 명성을 누릴수록 자신의 삶을 더욱 철저히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골퍼의 사생활 역시 엄연한 프로 정신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GJ

 

 

By 김상현 사진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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